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평점 :
품절


무해한 사람들의 다정한 글이 좋다. 달디단 시선으로 자신 곁의 것들에 눈맞춤을 하는 사람의 선함이 좋다. 사사로운 것에도 애틋함을 담아내는 마음의 결이 참 예쁘게 보인다. 눈에 힘을 주기보다 시선의 온도를 높여 따숩게 바라보는 사람의 상냥함을 흐뭇하게 보게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결을 지닌 사람이다. 입에 욕을 달고 살거나 장난이라해도 험한 말이 오고가는, 그게 친근함의 표현이라 생각하는 사람보다 눈 맞춤, 말 한마디에 진심이 한껏 뭉쳐있는 사람이 더 좋다. 나 또한 그러고 살고싶어 성질머리가 뻗치는 순간이 오면 이렇게 말캉한 에세이를 찾게된다.

하태완 저자의 책을 마주한게 2023년이니까 2년만이구나. 2년동안 또 성질머리가 꼬일대로 꼬여버렸을 테니 하태완의 글로서 마음의 결을 쓰다듬어 볼까 싶어 꼭꼭 씹어먹듯 에세이를 읽어내려갔다.


저자는 여전히 사랑스러움을 도처에 심어두고있었다. 환경이라는게 무섭다고 이러한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로 인해 번지는 선함과 따스함은 생각보다 빨리 번지고 깊게 스민다. 그래서 이러한 사람의 글을 주기적으로 읽어가며 내 안에 모자란 애틋함을 채우게된다. 그리고 여전히 잘한 선택임을 느낀다.

사랑의 언어들은 언제 보아도 사람을 나른하게 만든다. 이게 연애를 갈망하든, 연애 초반이든, 신혼초이든. 그리고 나처럼 긴 연애를 끝낸 후 결혼을 하고, 10년이 넘는 무탈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한들 이러한 진득한 애정지수는 넘치더라도 가득히 채워놓아야 마음이 놓인다. 삶에 대한 의심이 들고 내가 나를 지켜내는 일이 버거워지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해코지하듯 할퀴는 마음을 먹게되니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살아가며, 함께 사랑하며 살자'는 마음을 계속 주입시켜놔야됨을 느낀다.

저자는 말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마음을 놓지 않는 당신, 그 모든 흔들림은 의미 있다'라고했고, 나를 지켜내는 사랑과 관계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용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라 했으니 나도 그 응원을 받아보려한다.


저자가 남겨놓는 글들은 보통 SNS에서 많이 보게되는데, 사랑스러운 사진, 애틋한 찰나와 함께 적어놓는 기록인데 이는 80년대생들은 알만한 싸이월드의 기록에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글을 에세이라는 부류로 분류하지 않고, 사사로운 글이라 치부하듯 책으로 나오는걸 탐탁치 않아 하는 사람들도 있다. SNS에서 퍼다 나르는 글로도 충분한데 책으로 나오냐는 식의 문장을 하대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겐 이러한 글이 소비하기 아까운 문장이라도, 나같은 사람들에겐 곱씹어보고 다시금 마음을 다 잡게되는 글이라는 걸 말해주고싶다. 그러니 날이 선 사람들의 글로 위축되기보단 저자의 글을 좋아하고 아끼는 독자들을 위해 꾸준하고 더욱 진득하게 함께해주었으면 하며 프롤로그부터 밑줄을 그어본다.

착함과 선함은 때때로 타인들에게 바보같이 보이고, 미련한짓으로 보여지기도한다.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찌르는듯한 말로 그 마음을 찢으려할까. 나는 여전히 그대들의 타고난 착함과 책임감, 천진하지만 야무진 마음이 좋다. 굳이 내비치지 않으려하는 본인의 우울과 슬픔도 익히 알고있기에 감추려하는 그 마음도 내가 먼저 알아채어 내가 받은만큼 행복을 주고싶다.

그러니 나나 너나 우리 주눅 들지 않고 떳떳하게 행복을 만끽하면 좋겠다. 행복을 간절히 바라면 안 올거라 여겨 입에 올리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우리는 그러지 말자. 내 몫의, 그리고 네 몫의 행복을 야무지게 끌어오자.

📖삶 하나_ 이왕이면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지나치게 미워하지 않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일인 분의 행복이라도 우리의 몫으로 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간에 주름만들고, 세모눈을 뜨고, 짜증섞인 깊은 숨을 내쉬면 뭐가 달라질까? 그렇게 뜨거운 숨을 뱉어내었을 때 상황이 달라진다면 어쩔 수 없겠다만 바뀌는건 없더라. 그러니 미운 마음과 뜨거운 화를 토해내기보단 오늘 나에게 주어진 내 것의 행복을 팡팡 터뜨려 나를 감싸주고싶어진다.

찌푸리고, 후회하고, 증오하고, 자책하는거 그거 스스로를 더 아프게 할퀴기만 하더라구. 그러니 삶 하나, 그거 딱 하나뿐인 유일한 내 몫이니 사랑에 겨워하며 무너질 찰나마다 든든하게 버틸 재간을 마련해주는 사랑스러운 단단함을 곳곳에 박아놓고 싶다.


📖슬픔이 가난했으면_ 금전적 가난을 반기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나 또한 다를 바 없지만, 슬픔과 어둠에 있어서만큼은 찢어지게 가난해지고 싶다. 호주머니를 아무리 헤집어도 작은 슬픔 하나 발견되지 않는 삶이고 싶다.

우리는 행복이나 기쁨이 풍족하길 바라지 슬픔이 가난하길 바라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엇이든 차고 넘치는 부유함을 기대하지 가난을 기대하진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 틈을 노려 가난을 바란다. 요행을 바라며 유형의 무언가를 늘려대는 게 아닌,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 허상의 것이지만 슬픔이 가난하길 원하는 것 정도는 들어줄만 하지 않을까?


📖우린 너무 청춘이니까_ 지금껏 나를 무척 슬프게 했던 건 대다수가 나의 시절을 바쳐 사랑한 것들이지만, 지레 겁먹고 다름 날의 마중을 머뭇거리기엔 남은 기쁨이 아직 많다. 가볍게, 가끔 힘차게 매일을 살자. 낭비하기엔 우린 너무 청춘이니까.

그 당시에는 너무 애틋했고, 유일한 것이기도 했으며,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한들 그 모든 찰나와 인연들이 영원불멸하진 않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했다. 그건 진실이었다. 죽고 못살듯 붙어다니던 대학시절 동기들. 학창시절 만큼 절절한 사이도 없다 했으나 졸업, 각자 다른 분야의 취업, 다른 지역 거주, 각자의 가정을 꾸림으로 뜨문뜨문 연락이 멀어지고, 가끔 SNS에 의무적인 하트만 눌러주는 사이가 된다. 먹고 살기 바쁘니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니까. 가족들의 조사에만 찾아보고, 또 그런 날이 안 오는게 더 나은 사이. 그 시절이 아까운 것도 아니고,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운것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가고 나이가 먹어가며 자연스레 이뤄지는 수순임을 알기에 억지로 부여잡지 않았으면 싶다.

그때도 청춘이고, 지금도 청춘이다. 오늘은 또 오늘로서 엮일 사람들과 일상이 있을테니 우린 그저 오늘의 몫으로 남겨진 것에만 집중하면 좋겠다.

... 어차피 닿을 인연이면 몇년에 한번 가뭄에 콩나듯 연락이 와도 반갑고 기쁘다. 상대가 나를 잊지 않았다는 것으로만 가득히 행복해하자.


📖순간을 기억하는 것_ 누군가는 사탕 주고 빼빼로 주는 날들이 상술에 불과하다지만, 상술에 일부러 당하고 싶은 사랑도 있음을 알려주는 사람. 낭만이 밥 먹여주고 우리를 배불리는 건 아니지만, 잊지 않은 만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깜박하지 않은 낭만 덕에 사랑하는 사람이 찰나인들 환하게 웃어준다면, 그것만으로 너무 커다란 행복일 테니까.

나는 이런 상술적인 날을 좋아한다. 이 하루를 빌려서 내 마음을 슬쩍 내밀기 좋은 구실이 되니까. 그래서 이런 날이면 작게나마 간식과 소소한 이벤트를 통해 나에게 상대가 어떠한 존재인지 알아차리도록 티를 내어본다. 뜻밖이라 생각할테지만 남들 다 챙기는 그런날이니 나도 해봤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좋다. 낭만이 밥 먹여주지도 않고, 내 돈과 시간을 할애해서 만드는 이벤트이지만 상대가 고마워해주는 말 한마디 놀랐다는 표정, 잘 먹었다며 건네는 인사가 나를 더 나은사람처럼 띄워주니 돈 쓴 보람이 이런거라며 이럴라고 돈번다고 농을 건넨다.

낭만 덕에 우리는 오늘 그 어떤 사람보다 행복할테니 이런 구실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상술에 훌렁 넘어가는 사람으로 쭈욱 살지 모.


📖한 줌만큼의 정성_ 사랑만큼 비효율적인 것도 없지만, 사랑이라서 가능해지는 것들.

효율성은 떨어질지라도 효용가치는 항상 상위에 머무는 것. 그게 사랑이라 가능해지는 지점이다. 시간을 쪼개어 순간을 공유하는 것. 바빠도 연락 한번 해보고, 이동시간이 길어도 1분 얼굴 보는 것에도 만족하는 과정. 참아내는 마음보다 다다르는 마음이 더 크니까 가능한 가성비 떨어지는 방식들. 그게 사랑이라 가성비를 운운하지 않게 됨을 느낀다. 효율이 떨어지니 쉴때 보면 되지 라는 빈말도 하지만, 보고싶을 떄 봐야하고 듣고 싶을 때 들어야하고, 만지고 싶을 때 손을 잡아 체온을 느껴야했다. 그러니 나에게 사랑은 어제와 오늘 별다를 것 없이 흔해빠진 일상에 '너'라는 존재를 곳곳에 심어두는 방식이다. 내 삶은 삶대로 살되 책갈피를 끼워두는 것 처럼 틈틈이 그 틈을 메워보는 것. 그게 나를 더 촘촘하게 만들고 상대를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사랑의 방식이고 한줌의 정성이다. 내 찰나는 늘 당신의 것이라는 안정감을 주고픈 것. 타인이 보면 비효율, 우리가 보면 효용최대가치. 결국 우리만 좋으면 모든 등식은 성립된다.


📖비밀 언덕_ 네 위로 어떤 눅눅함이 왕창 쏟아져 퍽 우스운 꼴이 된대도 아무렴 괜찮아. 젖은 몸인들 아유 예뻐라, 하며 가득 안아 품어줄게. 도처에 흐드러진 사랑을 몰래 꺾어 모두 네게만 줄게. 주변이 온통 가시덤불이라면 그사이에 아늑한 집이라도 지어줄게.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내가 알아채 줄게. 자그마한 나를 쉼 없이 보듬느라 조금씩 투영됐을 가냘픔까지 좋아할게. 그러니까 우리 자주 웃고 가끔 울자. 여태 잘해왔듯 서로의 가장 웃기고 좋은 사람이 되자.

비밀 언덕이며,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서로. 유일한 나의 대나무 밭이며, 오롯한 나의 등받이같은 사람. 몸이든 마음이든 돌아갈 집같은 든든함 존재. 가끔 생각을 한다. 내가 전생에 어떤 업을 살았길래 이러한 복을 얻었나 싶은 것. 날카롭기만하고, 휘어지지 못하고 매번 부러지는게 익숙한 사람인데 나에 비해 말캉하고 폭닥한 사람이 내 곁을 지켜주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나의 날이 선 마음을 자신의 푸근함으로 다 뭉개어두는 사람을 보면 천성이 이런가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본업에서는 한껏 예민하고 정확한 걸 보았을 때 이 사람은 나에게 특화된 능력이 있음을 깨닳게했다.

어린시절 나를 화초처럼 키워낸게 부모라면, 다큰 어른을 온실 속 여린 꽃나무로 이리저리 살피는건 남편의 몫으로 위임된게 분명해보였다. 말못하고 표현못하는 식물에게도 다정한 말을 건네고 애틋한 마음을 다해 키우면 예쁘게 자란다 했던 그런 뜬구름 없는 이야기도 이 사람에겐 그게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음을 실감하게된다. 부족하지 않을 표현과 진득한 진심은 역시나 내가 꾸준히 사용하고픈 유일무일한 대나무밭이며 몸에 힘을 빼고 기대고픈 사람이다. 이게 사랑이지 뭐 별거겠어 라는 말로 떳떳하게 기쁘고 행복해 하고 싶다.


📖관계와 권태_ 그리고 애를 태우기보다 애를 쓰는 데에 시간을 들였으면 좋겠다. 본디 사랑은 주저하기보다 먼저 발으리 구르는 마음의 편을 들어주기 마련이니까. 부디 그 모습 그대로 근사한 사랑이 되기를.

마지막 한마디. '부디 그 모습 그대로 근사한 사랑이 되기를'바라는 간절함. 근사함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본다. 거의 같다 할지, 그럴듯하게 괜찮다고 해야할지 망설였다. 생각보다 그럴듯한 괜찮음을 넘어선 것이 내가 바라보게되는 당신의 근사함이다. 내 상항선보다 우위에 있어 매번 그득한 마음을 얻어내는 사랑. 그래서 매번 느끼는 이 관계의 벅참이 내가 바라는 낙원이라는 세상임을 다시한번 느낀다.


생각해보면 나는 바라는것 이상의 벅찬 마음과 진득한 사랑을 받고 있는 듯 하다. 타인과 비교 할 수록, 다른 경우의 사건들을 나란히 두어도 내 선에서 최고의 행복임을 자부하게된다. 대단한 부를 축적하지 않아도, 매사 부지런한 사람이라 다행이다. 요행을 바라지만 또 한 켠에서는 그만큼의 성실함을 쌓아가는 사람. 올곧은 애정으로 표현함에 있어 주저하지 않아 받는 사람이 조갈나지 않도록하는 풍성함. 그래서 나는 매번 저자의 책을 읽으며 내 곁의 배우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더해본다. 다음 생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번 생에서는 나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났구나 떠벌려도 될 만큼의 애틋한 사람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

저자가 말하는 낙원은 딱 그정도의 폭닥함이라 정의내려본다. 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 없이 안락한 공간이 사랑하는 사람의 곁 이라는 점. 가수 싸이가 낙원이라는 가사에 녹여낸 말 처럼, '비와 바람도 세상과 사람도 우릴 막지 말라'는 것 처럼 어떠한 시련이 있다 한들 두 팔 벌려 나를 향해 오는 사람의 품에 쏘옥 들어 간 후라면 세상 두려울 것 없다는 점. 그게 우리가 바라는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는 낙원임을 실감한다.

그러니 사랑에 불안한 사람들과 사랑에 확신 없는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말들에 나를 녹여두어 각자만의 낙원을 찾았으면 좋겠다. 별거 아닌거 같아도 별거 이상으로 행복한 공간임을 내가 증명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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