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동식 소설집 5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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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으로 꾸린 단편집인데, 결론은 다르다. 뭐랄까 일행 여럿이서 원형테이블에 앉아 같은 이야기로 고민하고있으나 저마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결론들은 달라서 의중을 도무지 모르다가 헤어진 후 진짜 속내를 듣게되는 뉘앙스랄까? 하나의 주제를 던져놓고 각자가 이해하기 나름으로 보여지는 마침표의 위치처럼 당황스럽게 와닿는다. 관계와 소통, 자아, 자존감 등 인간에 대한 성찰을 21갈래로 나누어 담아둔 타인의 행복을 시기하는 마음, 가족 간의 애증, 살인 다단게 등 미묘하게 얽힌 인간관계와 자아의 문제를 김동식표 소설로 비틀고 꼬아서 쓰윽 내민다.


📖T컴퍼니_ 당신이 행복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로 큰 행운이네요.

나의 불행은 누군가의 행복으로 보상이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트라우마가 되는 엮이고 엮여있는 삶. 내가 아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때때로 나도 누군가의 불행을 사주하고싶을 만큼 울화가 치미는 날도 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먹은 날이면 나도 꼭 한번은 다리를 절듯 순간 주저앉고 버벅거리는 때가 오곤 하더라. 세치 혀가 잘못 했고, 눈알굴리며 옳지 못한 생각을 한게 들킨듯 꼭 마땅한 죄를 받는 기분이랄까. 나도 모르게 T컴퍼니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삶은 아닌지 의심하게되는 단편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 세상 선한 사람, 바보같이 착한 사람. 그들도 알게 모르게 과거에 했던 마음의 빚이 있어 이토록 애쓰며 착하게 하는게 아닐지 나는 또 의심을 하게된다.




📖행복 상한제_ 빚을 낼까? 빚쟁이가 되면 내 인생이 더 불행해질 테고, 그럼 그것들도 훨씬 더 불행하게 만들 수 있잖아?

상대적인 행복의 수치. 그러나 남과 비교하면 내 행복의 지점이 어느 정도에 도달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 A를 보고 내 처지가 비관적으로 느껴지면 A의 행복지수가 나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일테고, B를 보면 측은해지고 안쓰러워 보인다면 나는 적어도 B보다는 나은 행복의 지점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알게된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 비교하고 곁눈질로 하찮게 보기도하며 때론 타인의 그러한 눈길에 마음을 베이기도한다. 결국 이 행복의 수치는 내가 보고싶은 것들로만 꾸려지는 가장 사적인 수치라는 것. 그러니 이 행복 상한제에 대한 거래는 사람을 혹하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이되어진다.

나를 기준으로 삼아 나보다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인가 나보다 불행해지길 원하는가는 내가 거래하기 나름이다. 300만원으로 쟤를 나보다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면, 진짜 간절히 타인의 불행을 원한다면 기꺼이 내어 주고픈 마음이 있을 수 있다. 300만원이 사라지는 것 보다 내 자존감을 올려주는게 사는데에 덜 불행할 것 같거든. 조갈나있던 행복에 대한 비교를 시원하게 하니 한 숨 돌렸다 싶지만 사람의 욕심은 왜 이리 중간이 없을까. 내가 패가망신의 길로 가더라도 상대도 똑같이 길거리에 나앉듯 불행에 흠뻑 젖어드는 꼴을 봐야 속 시원하게 느끼는 심보.

에휴- 그래 이렇게라도 최고로 행복해졌으면 된거지 모. 아무리 말린들 끝을 봐야 멈출테니 말이다. 그래그래, 누구든 한명이 옴팡지게 행복하면 된거다.(씁쓸해지는 결론. 그런데 나도 한번쯤은 거래하고 싶어지는 달콤한 제도라 제발 내 앞에는 이 직원이 눈에 안 띄면 좋겠다)



📖내가 뭘 사과해야 하는가?_ 그 아가씨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직접적인 사유가 있지 않는 것 같은데, 사과를 해야하는 이유. 사과를 강요받는 것에 대한 마음을 생각해본다. 내가 그 아가씨의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강요했을까 부터 시작하여 이 간절함을 들어주어야하는 의무가 있는 것에 대한 생각들까지. 각자의 입장에서의 미안한 마음을 놓아보고 무엇이 가장 크고 깊은 잘못을 했는지를 따지우려 하지만 결국 그 줄세우기는 치워버리게된다. 그 여자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을거 같았던 경험을 갖고있으니 나 만큼의 후회도 덜고 살길 바라는 이미 해본자의 마음을 앞에두고 사과라는걸 하는 모습을 만난다. 그렇게 한다고 돈이 들지도 않고, 내가 낯부끄러운 짓을 한 것도 아니니 일단은 여기 누워있는 그가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만으로 사과라는걸 한다.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_ 궁금하다. 그동안 번 돈을 아내를 위해 바친다 해서 이제 와 아내가 기뻐할까? 아내가 날 용서해줄까?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말을 하는 사람치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무렇지 않다 여기는 사람은 이러한 말을 뱉을 생각조차 안 하니까. 미안한데, 미안함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해소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방어 식으로 무딘척 보이고싶어하는 허세가 이런게 아닐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렇지 않고 싶은데 후회만 가득하고, 이제와 사과한들 소용이 없는건 알지만 그럼에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마냥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마음. 앞서 봤던 단편 '내가 뭘 사과해야 하는가?'의 아가씨같은 마음이 차고 넘쳐 흐른 후가 이 남자의 상태가 아닐지.

아무렇지 않고 싶은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은 없더라. 내가 봐온 몇 안되는 이들은 다 이러했다.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 말로 다 포현하지 못할 감정이지만 말 밖에 못하는 그 또한 미안한 마음.

역시나 훌훌 읽히는데 다 읽고 나면 머리가 멍 해진다. 나 또한 이러한 생각을 한 적이 있던가? 나는 이 상황이라면 주인공과 똑같은 행동을 할까? 미안하지만 미안하지 않다는게 내 진심이 맞는걸까? 분위기에 휩쓸려 사과를 한다거나,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니까 내 진심과는 다르게 세상에서 모나지 않게 살려고 선택을 했던적은 없던가를 되묻게된다. 그러다 욱하고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면서 T컴퍼니가 필터처럼 눈 앞에 씌워진다. 에라이 하는 마음에 행복 상한제가 있다면 나는 어떤 오더를 넣을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그렇다고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여기는데 내가 뭘 사과해야만 했던 것인지. 그간 읽은 짤막한 장면들을 내 삶에 연결해본다. 나라는 인간에게 질문을하고, 너라는 존재에 대해 나와의 관계성을 찾아가며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가설을 남기는 중이다. 김동식표 소설의 5번째 이야기 역시 계속된 질문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약을 박아두는데 내 생엔 이러한 사건이 없고, 이러한 결정이 없으리라는 보장을 못하겠다. 그래서 짧은 단편이 끝나면 혼자 진지하게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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