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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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건설 노동자들은 '노가다'라는 비하적인 표현으로 지칭되며 꼭 필요하지만 나서서 하지 않으려는 직군으로 분류가 되었다.

국어사전에서 '노가다'라는 명사를 검색해보면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며, 막일, 막일꾼으로 불리우는 일본어이다. 노동자라는 명확한 명사가 있음에도 그 뜻을 알면서도 하대하던 그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건설 노동자로서의 전문성과 노하우는 무시되었다. 사회를 꾸려나가는 역할이지만 그 능력에 대한 가치는 외면하고있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같은 직군에 속한 사람들끼리라도 뭉쳐야하는데, 임금 체불, 단가 후려치기, 하청에서 하청으로 이어지는 임금 착취는 집밖에서도 대우 받지 못하는 이들을 집 안에서도 외면하는 꼴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 환경 속 2007년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꾸려진다.

기본 8시간 근무 외의 추가 작업 시간에는 수당을 지급받게 되고, 이해관계 속에 얽혀있던 그들의 갑질은 예전보다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장시간의 근로로 인해 피로누적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 정해진 휴식 시간과 함께 식사시간, 폭염기간의 오침시간 확대에 대한 것들까지.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나아지려 애쓰는걸 볼 수 있었다. 서로가 알아줘야 밖에 나가도 대우받는다는 말, 그 말이 어떤건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기도 했다.

노조 활동. 이는 목소리를 높이고, 의견을 피력하고 개선점을 도모하는 과정. 공중에 흩어지던 말들을 모아 대변하는 행위. 그게 노조였다. 하지만 마음같지 않은 것들도 수반된다. 왜 빨갱이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인지, 왜 가족들의 신변에 걱정을 쏟아야하는지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나는 귀동냥, 눈동냥으로 얻은게 많아 그런지 노조활동보다 여성 노동자, 이주 노동자, 청년 노동자의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여건상 뛰어들게 된 노동현장. 아이를 키우며 먹고 살아야했음에도 집에서 밥이나하지, 술집 도우미나 하지 라는 말들에 마음이 까이고 서러움이 딱지처럼 앉았을 시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내가 당신들보다 잘하리라'라는 독한 마음이 얼마나 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를 알게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면 당장의 병원비보다 애드 통닭 시켜주고 맛있는거 사주는 것에 더 큰 행복을 느낀 이들의 애틋함이 철근 못지 않게 단단하게 엮여있음을 느낀다.


가끔, 이런 이야기도 한다.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하고,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한다고. 그래서 그러한 직종은 죄다 외국인이 그 역할을 대변하기도 했다. 날씨와는 상관 없이 하루에 정해진 물량을 다 채워야했고, 그렇지 못하면 임금을 보장받지도 못했다. 욕설과 체불은 어찌 그리 세트처럼 나란히 오는 가 싶은 걸 보면 하대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다들 하나같이 동등함이 아니라 우월함에 희열을 느끼는 근로환경을 조성했다.

싸움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여건. 왜? 돈을 안 주니까! 정당한 요구인데 정당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니 흐름은 노동조합으로 목소리를 같이 키우는 방식이었다. 일용직, 일 한 만큼 받아가는 사람들. 그런데 당연한 수순을 어그러뜨리니 결국 이러한 꼴을 보이게된다.

어떤 이의 가장, 누군가의 아버지, 또 세상 귀한 자식, 애틋한 가족인데 이 현장에만 발을 딛으면 모든게 의미를 잃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노동에는 마침표가 없다. 세상이 굴러가고 사회가 유지되려면 노동이 필요하고, 타인의 수고스러움이 필요로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정적이며 쉬쉬하는 세상으로 보여지길 원한다. 노동의 가치는 알지만 빛을 보게 하면 안되는 듯 한 쉬쉬하는 세태. 이른바 블루컬러가 존중받는 사회까지 바라지 않는다. 블루컬러의 노동자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고 알아 주는 것만이라도 사회가 당연시 여겨주길 바라며 이 책의 근로자들에게 힘을 싣어본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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