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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대학교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7
김동식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3월
평점 :

김동식 작가의 첫 중편소설. 사랑, 돈, 영생이라는 키워드로 뭉쳐진 이 한권에는 인간을 불편하게 하는 수법을 연구하는 세 대학생 악마의 실험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악마는 이러한 툴만 제시 할 뿐 악마보다 더 악마같은 사람들의 면을 보여준다. 인간을 파멸 시키기 위해 다양한 트릭을 심어둔 악마인데, 그 수법을 넘어선 인간들은 악의 정점을 넘어서게된다. 인간다움을 넘어선 인간같지 않음에 대한 비릿한 단상을 보여준다. 역시, 인간이 제일 무섭다 것은 변하지 않음을 상기시키는 씁쓸한 내용들이다.
역시나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와 표현력은 소설의 길이에 상관없이 김동식 스러운 문장으로 구현되니 읽는 재미는 여전함을 느낀다.

📖너는 가볍게 말하지만, 한 사람을 강제로 사랑하게 하는 일은 엄청난 일이다. 인간 하나의 영혼이 걸린 무게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래서 드는 에너지 또한 어마어마하다. 내 물론 그녀가 지금 당장 너를 사랑하게 만들어줄 순 있긴 하나, 그러면 네 남은 수명의 60년은 삭감될거다.
악마 아블로-사랑 / 악마 비델 - 돈 / 악마 벨 - 영생. 학생 악마들이 보았을 때 인간 파멸의 가장 빠른 감정과 심리는 이 세개였다. 악마와 거래를 하게되고, 대가를 치를 지언정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조건. 외면하고싶지만 결국 눈물을 머금고 할 수 밖에 없는 조금 빠르고 편해보이는 삶의 행태들. 나름 인생의 능력치가 조금 쌓인 30대 후반의 내가 보더라도 낮게 욕 한번 지껄이고 인간 파멸 시뮬레이션에 자발적인 인간이 될 듯 하다. 삶은 그렇게 녹록지 않으니까. '어차피-', '한번만?' 이라는 얄팍한 자기합리화로 이 달콤한 제안들 받아들이겠지. 그리고 끝 모를 욕심이 내 발목을 잡겠지. 나는 아닐꺼라 장담 할 수 없는 것이 한없이 평범하고, 튀지 않는 사람들 마저도 다 이렇게 악마와 거래를 트고 악인이 되어가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사랑이 고팠고, 사랑이 절실했던, 어디에나 있을 법한 대학생 성국을 통해 욕심에는 끝이 없고, 바라는 것에는 정도가 없음을 확고하게 인지시켜준다. 결핍과도 같았던 감정을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이 가진 생의 시간으로 교환한다. 오로지 나만을 향한 호감도 수치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호감을 살 만한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 그 수치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얻어 낼 수 있는 찰나를 얻는 것. 수중에 쥐어진 돈이 아니라 나도 나의 끝을 모르는 생(人生)을 잘라 갖고간다는데 무슨 대수겠냐를 보여주는 것. 사람의 마음은 내가 어떻게 한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바란다고 다 품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확실하게 명시한 후 유혹을 흘려낸다. 그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내어 준다는 뉘앙스는 뒷일을 생각하기보단 당장 내 앞에 놓여진 사람들과의 애틋함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놈의 세상은 혼자선 절대 못 사는 사회이니 물질적이고 형상화 되어있는 것보다 가장 크게 와 닿는 사랑을 보면 그만큼 위대한 감각임을 드러내며 인간의 가장 약한 곳을 자극한다. 욕심을 내고 그 욕심이 스스로를 잘라먹는 것을 통해 예견된 끝이겠지만 그걸 가감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이제 도준은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도 거침없이 기뻐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에게 이건 단지 도박에 불과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끔찍하게 죽든 말든 무감각했다. 어서 다음 게임을 열라고 비델을 바라볼 뿐이다.
죽음은 두렵다. 스스로의 죽음은 말할것 없고, 타인의 죽음, 일면식도 없는 이의 사망 소식 마저도 마음이 요동치는건 당연한 감정이다. 그래서 요즘 유명인의 자살이나 평범한 시민의 사고사의 기사 하단에는 이러한 사망 사건을 접한 후 우울감이나 감정의 고통이 있을 시에는 주저말고 자살예방센터로 연락하라는 문구 기재가 의무화 되어있다. 연을 맺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울컥한데 누군가의 죽음이 나의 주머니를 불릴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에 대한 카테고리는 점점 축소되고 세밀화 되며 명확화게 될 수록 금액이 오르는 꼴을 취하고있다.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깊이 빠져들었을 때의 눈빛은 서로 다른 온도를 갖고있다. 이른바 '어차피-'라는 부사를 앞세워 태어나면 죽는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그 순서를 당기거나 미룰 수 있는 능력도 없지만 단지 죽을 날을 맞추는 것인데 죄책감이 크겠냐는 뭉뜽그린 마음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돈을 불리는 도박의 일종인거지 스스로가 생명을 좌지우지 한다고 믿진 않는다. 그냥 죽음을 맞추는 것이고, 그건 그 사람의 생의 끝이 그럴 뿐이지 자신과는 별개의 것으로 확실히 분리를 하며 감정소모를 하지 않는다. 비델은 베팅을 하는 도준의 욕망을 통해 생과 사의 과정으로 불행하도록 시간을 두고 쥐어 짜낸다. 베팅하는 금액이 커질수록, 잃었다가 또 전부를 거는 과정을 통해 심리적 불행을 함께 얹어준다. 도준은 스스로가 불행에 흠뻑 젖어있는지도 모르도록.

📖저를 만난 그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겠죠. 고민하다가, 시간을 역재생하여 과거로 돌아가는 선택을 말입니다. 그것까지도 정해진 결과였으니까. 그렇게 과거로 돌아간 그는 또다시 똑같은 삶을 반복하다가 다시 저를 만나 과거로 돌아가고, 또 똑같은 삶을 반복하다가 다시 저를 만나고, 다시 또, 다시, 다시, 영원히 맴돌게 되는거에요.
마지막으로 시간을 되돌릴 판을 꾸린 벨의 영생과 불행의 상관관계. 인간이 심심찮게 말하는 '과거로 돌아 갈 수 있다면-'으로 물꼬를 트는 이야기에 얻어낸 삶의 무한 반복 굴레. 악마는 미끼를 던졌고, 인간은 그걸 덥썩 물었다. 원하는 바였으니까, 그리고 그리 한 번 쯤은 해보고픈 선택이니까. 다시 그 순간이 오면 다른 선택을 통해 후회도 덜하고 더 나은 삶을 살꺼라는 확고한 의지가 있으니 다들 그런 망상을 하는 것에 벨은 기대를 건 것.
사람들은 모른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이라는 점과, 또 한바퀴 돈 후 그 자리에 오더라도 변하지 않을거라는 걸.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는 것임을 한번더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다. 어떻든 간에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내가 아는 인간은 그러했고, 책 속의 인간들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다들 이렇게 한결같이 자신의 세상을 되돌리길 바라더라.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많은 이유는 후회스러운 마음과 함께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에 시선이 간 탓이겠지. 지금의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기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가서 다른 선택이라면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한 몫 할테지만 모든 것이 원하는대로, 뜻하는대로 되지 않음에 변수를 생각해주길 바란다.(이것저것 재지 않고 벨과 거래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마저도 눈에 안 들어올게 뻔하니 잔소리를 하는 내 입만 아프겠지)

📖작품해설_ 그들은 이간 욕망을 비틀어 가학적인 것으로 몰아가며, 특수한 방법으로만 가능한 특수한 욕망으로 인간을 굴복시킨다. 그것은 자발적이라기보다는 훈육된 결과이며, 인간이 가진 인식상의 맹점을 활용한 트릭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악마의 수법이지만, 사실 인간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는 아닌 셈이다.
저자는 이 포인트를 위해서 앞에 확실히 보장이 되어질 사랑과 돈이라는 감정과 물질의 밑밥을 깔아 둔 듯 하다. 진짜 알려주고픈 것은 당신의 생을 번복하는 것이니 말이다. 한방? 한탕? 못지 않은 한 번의 기회. 도의는 이미 버렸고, 버린 만큼의 보람이라도 얻도록 악마의 거래가 흡족할 만큼의 성과를 거두길 바라고있다. 괜히 악마겠는가. 그들은 우리를 간파했고, 저자가 생각하는 딱 그만큼의 변수에서만 움직인다. 시작은 악마의 제시였고, 끝은 인간이 안달복달하며 거래를 유지하길 바라며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겠지. 영생에 대한 재해석. 직선으로 쭈욱 이어지는 생의 연장선상이 아닌, 과거와 현재의 일정부분에 갖혀 무한 굴레에 맴도는 것. 이것도 영생의 한 갈래인 걸 우린 잊고 있었다. 어쨋든 삶은 계속 될 테니까. 누군가에겐 행복한 순간일 것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되돌리고싶은 타이밍의 정점일 것이고. 결국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붕뜬 마음의 구간인데 여기에 머문다? 감정 과잉의 감옥이 따로없을 듯 하다.
저자는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런 예감이 드네요. 저의 작가 인생 내내 '악마'란 존재를 주구장창 써먹을 것 같은 예감이요. 그러면 그게 악마와 계약한 거 아니겠습니까.' 라는 말에서 인간은 수 많은 후회와 고민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약점을 소재로 다양한 인간 민낯을 보게 될 거라는 예감을 하게 만든다. 알면서 속고, 알면서 바라게되며, 알면서 또 좋다고 따라가 후회할 짓거리만 곱절로 얻어내는 인간이라는 존재. 나는 아닌 것 처럼 멀찍이 떨어져 혀끝을 차며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나도 그러한 족속이라 또 얼마나 골려먹을지 기대아닌 기대를 하며 웃픈 김동식 월드의 사람이야기를 기대해 볼까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