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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용혜 ㅣ 안전가옥 쇼-트 32
김진영 지음 / 안전가옥 / 2025년 4월
평점 :

영화감독이기도 한 저자의 이력. 그래서 그런지 인물묘사가 문장 가득히 도드라지지 않아도 특징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영상이 구현되는 느낌을 받게된다. 영상의 무드는 공중파 중에 MBC에서 할 법한 늦은밤 드라마 시리즈? 티빙에서 할 듯한 단편? 약간 그러한 영상의 결을 띄고 있다. 인간의 죄의식, 폭력성에 무게를 둔 소재는 책 제목에서 대놓고 언급한 괴물이 용혜라는 주인공을 가르키는 것 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대놓고 괴물=용혜 이기전에 저자가 숨겨둔 진짜 괴물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예견하게 만든다.
인물들이 제법 많이 나온다. 주요 키워드를 적어가며 읽다보면 드라마가 시작 되기 전 홍보차 상세페이지로 알려둔 인물관계도가 내 손에서 만들어진다. 이야기는 총 6장의 챕터로 나뉘어져있고, 시작부터 강렬하게 이야기의 물꼬를 틔운다.
부모가 여덟 살 딸아이를 유괴 방조하려 하지만 그것은 실패에 그치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붉은 반점과 기이한 식성에 대해 언급하며 조금 다른, 조금 특이한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제시하며 그들이 이 이야기의 이 소설의 중심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의 전체를 긁어내어 적어뒀다 할 수도 있겠고, 스포가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인물 흐름도를 통해 좀 더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며 눈앞에 영상이 구현되는 재미를 누렸으면 싶다.

나는 도신케미컬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진득하게 유지되었으면 어떨까를 생각해봤다. 유건재의 이야기를, 그리고 기숙사 309호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에 비중을 뒀다면 단순히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로 분류되지 않고 사회적 사건으로 옮겨갔을 것이다. 그러면 김진영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며 마주하는 시선들마저도 변형되으리라 여겨졌다.
희영, 용혜, 지현을 통해 내가 타인을 대했던 시점을 되돌아봤다. 육안으로 보여지는, 소설속 인물들은 남들과 다른 외형을 통해 일반적이지 못한 그들을 바라보는 온도차는 달랐다.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냥 자신보다 달랐고, 그 다름이 혐오로 덧씌워져 단순하고도 무식하게 괴물로 치부해버리는 과정을 엿 보게된다. 적어도 당신은 아닐거 같지? 그래도 막상 이러한 사람이 당신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면 꺼리게 될 것이다. 지극히 자신만 정상이라는 사고에 굳어버렸을테니 나는 다를거라는 발뺌의 말은 넣어뒀음 좋겠다. 모든걸 포용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는 사람이 많았다면 '괴물,용혜'도 나오지 않았을테니까.
인간들 속에 섞여 흐릿하게 살아가는 진짜 괴물은 영영 건져내지 못했다. 흐릿하게 퍼지며 흔적을 스스로 지웠을 뿐. 이건 인과응보라 할 수도 없다. 인과응보에 해당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는게 맞을테니까. 죽음은 최고 형벌이 될 수 없다. 괴물과 인간의 경계. 유건재도 처음엔 괴물이 아니었을테지만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본다면 인간과 괴물은 서로 다른,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비틀어진채로 진화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도드라지지 않았고, 붉은 반점으로 뚜렷한 특이점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외형이 아니라 내면의 괴물이 되고있던 인간들. 외양과 내면 그 어떤것이 중요한 분류방법인지를 생각해보다보면 책을 읽은 시간보다 더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 보여진다. 고로 나는 아직도 답을 못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