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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 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두 달 식물 이야기
신혜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평점 :

식물학자가 기록해 둔 숲속 일기는 내가 해내지 못하는 세상의 이야기 같아 신기함 투성이었다. 그곳이 한국이 아니라 낯선 타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열 두달로 꼼꼼히 적어둔 일지. 책에 기록된 메릴랜드의 연구원 생활 이전에 같은 곳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외롭고 괴로웠던 이력이 있었음에도 다시 4년만에 같은 일을 한번 더 한다는 것. 일에 대한 애정 뿐만 아니라 숲을 마주하고 사람을 마주하는 것에 새로운 마음을 먹기로 결심했으며, 사람과 장소에서 얻는 위로가 내가 원하는 몫까지 도달하지 못 할 즈음 무작정 숲속을 걸으며 식물에게서 모자란 마음을 얻어간다. 학자의 눈에 비친 숲과 식물은 우리가 보는 시선과 다르다. 저자가 풀어내는 식물 이야기는 타지에서 살아가는 자신또한 척박한 곳에서 자생하는 식물처럼 잘 버텨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으니 우리도 수시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유순하게 버텨내는 재간을 배워보기도 한다.

달별로 적혀있는 글에서 만나는 식물들은 내가 아는 것도 있지만 낯선 이름의 풀들도 존재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휴대폰을 들고 식물 명을 검색해보며 좀 더 잘 알아가려고 노력하게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표지는 물론이고, 4번의 계절마다 나뉘는 큰 단락에 있는 꽃그림들도 모두 저자의 손에서 피어난 그림들이다. 참 예쁘다 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사진이라 해도 될 정도의 섬세한 이파리들은 물론이고, 보송보송한 솜털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이파리와 빤딱빤딱거리고 맨질거리는 열매의 반짝임도 페이지를 쓰다듬으면 진짜가 아닐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딴 분이 그림까지. 잘 그려주니 검색 없이도 이 친구는 이렇게 생겼구나를 알게되고, 혹시라도 숲속에서 만나면 나도 알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눈에 계속 담아놓게 만들었다.
완독 후 조곤조곤 저자와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유채만 예뻐하기보단 냉이꽃에도 시선이 가는 지금의 계절은 물론이고, 정물화 수업 할 때 그리던 서양배는 후숙을 해야만 제 맛을 살릴 수 있다는 것. 같은 품종이더라도 환경이 달라지면 다른 삶을 살게되는 식물에게서 낙엽이 떨어지는 시기와 인간 또한 다른 땅을 딛고 살아가며 살다보면 생각하는 것 마저도 달리 하게 되는 것에서 결국 모든 생은 닮아있구나를 여기게 된다. 다시 겨울, 계절이 한 바퀴 돌면서 저자의 타국 생활도 다시 처음 왔던 그 계절로 돌아왔다. 그러고보면 식물은 이동하지 못하기에 저자가 직접 그 곳으로 가 닿으려 애썼던 시간이다. 식물을 만나러 가는 길은 용기가 필요했고, 어렵고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그 덕에 세상을 알아가고있다고 전했다. 식물만큼이나 좋은 사람은 여전히 곳곳에 많이 있고, 그덕에 닿으려 애쓰다보면 경험도 가득하게 됨을 4년전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 가득 안아가는 저자를 통해 나 역시 열 두달의 생을 산다면 좀 더 푸르러진 식물들처럼 두텁고 반짝이는 이파리를 내어 볼 수 있지 않을까를 기대하게 만든다.
흔하게 보는 낙엽이라도 식물학자는 떨어진 이파리를 통해 생의 흐름도 떠올리고,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된다. 도시의 낙엽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기도 하며, 한데 모아 따로 수거된 것들은 퇴비나 천연 재료로 사용 되기도 한다. 일반쓰레기와 함께 뒤섞인 낙엽은 매립지에서 낙엽을 분해할 생물을 만나지 못해 썩지도 않는 끝. 동물과 곰팡이,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 분해하고 부패가된 것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생의 순회를 이어가는 것을 통해 잦가의 속도와 방향을 갖으며 시간을 덧붙이는 것. 그리고 그것은 비단 식물로 범주를 좁히기보단 확장하여 타국에서의 자신의 삶에도 어떠한 요소가 작용하느냐에따라서 바뀐 생활반경과 마음가짐에도 마음을 쏟아두었다. 분명 이전과는 달랐다. 현 상황을 대하는 태도는 물론이고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준비자세까지. 그래서 이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며, 메릴랜드의 숲을 우리에게도 소개시켜 줄 수 있었던 거라 보여졌다.
식물학자는 식물만 키운게 아니었다, 자신도 햇빛과 물, 토양의 힘을 빌어 힘을 얻었고, 식물이 곰팡이와 미생물들의 도움을 받았다면, 저자는 다양한 국적의 동료와 집주인 할머니,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이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자극을 받아 웃자람없이 단단하게 몸집을 키워 낼 수 있었다.
식물 덕에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고 했던 것 처럼, 식물도 저자 덕에 더 편한 생장을 이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저자는 소망하는 이 식물 탐험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 덕에 지구에서 소멸하는 식물 없이 두루두루 함께 살 것이니 미리 고마움을 전해보게된다.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