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사람
이창섭(BTOB)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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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멤버보다 솔로가수의 이창섭보다 나는 뮤지컬 배우로 전환한 가수이자 유튜브 전과자를 이끌어가는 진행자로서의 저자를 더 많이 찾아 본 것 같다. 본업 만큼이나 부케의 활약도 잘 하고있는 부지런한 사람. 팬이기 전에 그저 한명의 유튜브 구독자로서 봐도 이 사람의 머릿속은 한 수 앞보다 두어 수 먼저 내다보고 말하며 허허실실 하는것 같아도 자기만의 선을 지키며 사는 제법 강단있고 줏대있는 청년같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에세이도 궁금했다. 그 치열하다는 아이돌판에서도 버티고, 그룹에서 솔로도 활동, 아이돌 출신이 뮤지컬 배우를 했을 때 갖게되는 편견을 버리게 만드는 노래 잘 하는 사람의 모습. 자신의 능력을 움켜쥐기 보단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그간 얻어온 귀한 스킬을 알려주는 트레이닝 코치로서의 면들까지. 단순히 유명해지고싶고 인기를 얻고싶은 열망보다는 나이가 들고 흐름이 바뀌면 또 그에 맞춰 자세를 고치고 꾸준히 자신을 찾게 만들려는 능력을 쌓고있는 내공 수집가의 모습이 보였다.


📖적당한 사람_ 누군가 날 필요로 할 때는 주변에 있는 듯 존재하는 사람이었다가, 또 누군가가 날 필요로 하지 않을 때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수도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흐름을 거슬러 가려 애쓰지 않고 그저 적당하게 존재했으면 좋겠다.

지금 나는 적당한 사람일까.

호흡이 긴 글이 아니어 좋았다. 때때로 느꼈던 감정들을 지루하지 않게, 이것저것 꾸미는 단어를 덕지덕지 붙여넣지 않은 담백한 것이 일상의 독백처럼 느껴지는 글들. 출간을 위해 작정하고 쓴 글이라기보단 이전부터 자신의 태블릿이나 폰에 적어두지 않았을까 싶은 익숙한 단상의 구절이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하며, 이 단편의 주제이기도 한 '적당한 사람'. 그는 지금 자신이 적당한 사람이라고 마침표를 찍기보단 수 많은 물음표를 숨겨두고 있었다. 매번 의심하고 매번 되묻는 과정을 반복하는 듯 보였다.

'감당할 수 있는 선이 맞춰진, 그 선을 내가 잘 유지하고 있는 조화로운 상태'를 지향하는 사람을 기대하는 삶. 한 쪽에선 가득 누렸다면, 또 다른 편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만큼은 내어주어야 하는 균등한 주고받기가 이뤄져야함을 알게한 사회생활의 해탈형 자세.

현명하게 조율하는 것에 마음을 열어두고 애쓰고 있다면 이미 균형을 잘 잡고 가고있다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일단 알고 있잖아? 어떻게 해야 괜찮은 사람이며, 괜찮은 삶인지 인지하고 있으니까 분명 자분자분 잘 걸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궁금하다. 이 사람의 내년과, 또 몇년 뒤의 모습이.


📖잘 서 있기_ 무대에 뿌리를 내린 깊이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배역으로서 잘 서 있고 잘 걷기 위해서는 무대 위에서 겪는 압박과 쏟아지는 에너지를 견뎌내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훈련은 단기간에 열심히 연습한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균형잡기'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꼿꼿한 자세와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잘 가고 있다는 뜻이니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어느 한쪽에서 끌어 당기는 마음의 요동이 일더라도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의 가장 뚝심있는 올곧음을 좋아한다.

거기에는 온전한 나의 힘도 필요 할 것이고, 귀동냥, 어깨너머의 터득도 중요하다. 저자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장기간의 훈련과 꾸준한 연습, 그리고 그걸 기다려주고 차곡차곡 얹어질 시간을 배운다.

혼자 파고들고 연습을 한다고 바로 결과가 보이지 않음을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수 많은 발구름을 통해 자신을 받치고 있는 땅이 단단해지는걸 믿는 마음을 북돋워주고 싶다. 콩나물처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게 보이진 않겠지만 야금야금 알듯말듯 자라고 있을 테니, 계절이 변할 즈음 나도 모르게 쑤욱 자라있고 어지간한 바람에도 무던히 서 있을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다.

한 없이 자학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나로서는 저자의 멘탈이 부럽다.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믿는 것도 있지만,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한 자기 확신도 있어보이는 확고함이 부러워지는 단편이었다.



📖건강하게 내 탓_ "네가 뭘 바라기 전에 그 사람이 해주고 싶어질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져 있어야 해. 뭘 탓하기만 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너에게 뭔가 해 줄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도록 노력해봐."

겸손이 미덕이라는 주입식 교육이 스스로를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다른 이들과 반대로 나는 잘 되면 남탓, 못 하면 내탓을 하게되는 자학형 인간으로 자라고 또 그리 지내고있다. 타고난 성정이라 할 수도 있겠다만 쉬이 변하지 않는 얕은 자기애는 계속 이렇게 탓하며 사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셀프 피곤을 자처하는거지.

내가 생각하는 탓하기 와는 반대로 겪어내는 과정이더라도 맘고생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갈대같은 마음을 잡아준 저자의 스승이 건넨 이야기. 기회가 생겼을 때 그걸 받아낼 수 있는 준비가 잘 되어있다면 흘러가버리지 않을 것이며, 마냥 바라고 원할 때 보다 더 좋은 제안과 일이 돌아오는 것. 탓하고 자책하기에는 다음 회차의 내 순서만 더 멀어질 뿐이다. 이래나저래나 결국 내 손과 발이 바지런하다면 결국 닿게 되어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나보다.



📖무탈한 하루_ 일상의 슴슴함에 초첨을 맞추면 사소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잦아짐을 느낀다. 오전에 집에서 내려 마시는 커피 한잔이나, 하늘에 신기한 모양으로 떠 있는 구름에게 집중할 수 있는 무탈한 하루가 좋다.

아등바등하는 순간도 있어야겠지만 깊게 숨을 내 뱉으며 숨고르기의 과정도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단편이었다.

저자나 나나 가장 부지런히 움직이며 열심히 사는 것이 기본 옵션이라 생각하는 세대이다. 30대는 그렇다. 잘 하려면 시간도 쪼개어 잘 써야하고 그 틈마저도 다음을 위한 발판이라 여기고 자세고치기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SNS를 보면 죄다 돈도 잘 벌고, 좋은 집, 좋은 차를 갖고 모두가 부러워 할 만한 삶을 살고 있더라. 그래서일까? 나만 뒤쳐진다 여기고 여기보단 나은 곳에 간다면 지금 내 처지보단 나을거라는 기대를 갖고 쉼을 포기하게된다. 헌데, 때때로 기계도 쉬어줘야하고 쉬는 동안 기름칠도 곳곳에 해 주어야 가성비가 좋다는 것. 그게 기계든 사람이든 결국 매한가지라는 걸 말하는 '일상의 슴슴한'이다.

나는 지인들과 이야기 할 때 '무탈한 하루'에 대한 단어를 자주 쓰곤 하는데 저자도 같은 맥락의 의미를 좋아하나보다.

뭔가 특별하고 대단하진 않더라도 그냥저냥 흘러가듯 무난하더라도 모나지 않는 순간도 있어주길 바라는 삶. 그래서 나의 마음이 유순하게 흘러 애쓰는 과정이 없이 유영하길 바라는 휴식의 과정. 장거리 마라톤에서도 긴 레이스를 이어가는 동안 물도 먹어주고, 간식도 섭취하고, 발목도 풀어주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까 우린 생각보다 긴 트랙 위에 있는 장거리 선수니까 저자가 일러주는 무탈한 하루의 어떤 것들을 조금씩 챙기며 제 몫의 쉼과 슴슴한 여유를 한 줌씩 챙겨봤음 싶다.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하며 자신을 있어보이게끔 꾸미지 않는 글이라 금새 읽어지는 청년 이창섭 이야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래의 이야기이며 직군이 다르더라도 결국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더 잘 하려고 애쓰는 마음은 특정한 업을 가진 이라고 마음이 달리 여겨지지 않다는 점. 그도 결국 애쓰고 있었다. 이미 성공한 사람인 것 같은데 자신은 더 잘하고픈 마음이 가득한 제법 욕심이 많은 사람. 저 사람도 이토록 애쓰며 사는데, 내가 뭐라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살았을까 싶은 정신차리게 만드는 바지런한 이와의 담화와도 같은 글.

덕분에 이창섭저자와 담백하게 이야기 나눈 듯 해서 마음이 한결 가뿟해진다. 이제 큰 고민 말고 각자가 자신이 여기기에 적당한 사람으로 잘 빚어 맞춰지도록 순박한 미소와 그렇지 못한 바지런한 마음과 행동만 있다면 각자의 몇 년 후가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몇 년 후 만난 이창섭의 이야기가 또 출간된다면 지금보다는 확실히 굵고 묵직하리라 믿음을 보태본다. 나도 그 때 까지 좀 더 뚝심이라는 근육을 붙여보며 자랑하길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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