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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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을 내면의 대화로 채운다는 말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말의 힘도 알고, 글의 묵직함도 알기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 복기하며 다듬었을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나라의 수장으로 구현해 낼 문장들은 모든 것에 책임이 뒤따르기에 더욱이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고,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의 균형도 잃지 않아야하며 청자를 존중한다는 것 또한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니 더욱 어렵고 고된 글이며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담아놓고 덮어두지 못하는 말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이 모든 연설문이나 담화문을 작성하는 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자신이 피력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 지시하고 표현할 것이라는 점. 그럼 그 글이 가진 뉘앙스와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 줄 수 있는 보좌관 또한 같은 결을 지니며 단차가 적은 깊이의 글쓰기와 말하기가 수반되어야함을 생각하게된다.


전 대통령의 연설과 메시지 작성을 보좌한 신동호 시인의 첫 단독 에세이. 역대 대통령의 연설문, 담화문, 기고문에 담긴 독서의 흔적들과 함께 이러한 문장을 표현하는 사람의 생각의 시작점을 찾아가는 과정.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어떻게 엮어내고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지도 살펴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추천사를 담아낸 하림의 말 처럼 단순히 개인적인 독서 이력을 알고자 함은 아니라는 점이다. 관심사가 무엇이며 그 책으로 인해 얻고자 했던 진짜 이야기들을 나의 방식으로도 찾아보는 것. 그리고 함께 읽고 사유 할 수 있는 글을 고르는 능력을 기대하는 과정. 우린 그걸 바란건지도 모르겠다.

책은 총 20장의 이야기를 담아놓고 있다. 그 중 마음에 남기고픈 주제와 이야기들을 기록해 볼까 한다.


📖3장 우리는 더 친절해져야 한다_ 모든 연설과 담화에서 '모두를 위해(For every)'라는 문구를 즐겨 썼고, '누구를 위한(For whom)' 희생정신이냐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에서 공감과 공존을 읽어 낸 것이다. '인종도, 성별도, 사회적 위치도 다른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에 변혁의 종을 울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증오의 열기가 더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고있는 중이다. 2024년의 끝자락에 다다른 상태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찬 바닥에서 빛을 쥐고 존재를 표현했으며 목소리를 모았고, 불행한 시대에서 굳은 얼굴로 상대를 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난, 폭력, 귄위주의의 굳은 얼굴을 먼저 풀라고 이야길 한다.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방법이며 흩날린 꽃잎들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길이라고 알려준다. 같이 살아낼 이들을 위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려 애쓰게되고, 더 많은 삶이 남아있을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시선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게되고 눈에 힘을 빼게된다. 그게 자연스럽게 세상과 말을트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쌍심지를 켜고, 또 누군가에게 온화한 시선을 줄 지 아는 사람들이다. 나도 당신들이 말하듯 모두에게 친절한 그런 존재로 남고싶을 뿐이다. 나는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세상이 뒷통수를 칠 뿐이지.



📖9장 국민 한 사람의 존엄이 곧 애국_ "이것은 모두 백성들의 독립 정신이 뇌수에 맺히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분수없이 '동화'라는 쓸데없는 말을 한단 말인가"라고.

애국은 언제나 거창하지 않은 것에서 시작해왔다. 평범함 삶이 나누는 소박한 애정이 비상 시기에 애국으로 드러난다. 애국은 영토와 재산,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 하지만 무엇보다 한 개인의 존엄한 삶을 지키는 일이기에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국위선양이라는 말로 거창하게 알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주변을 살피는 일. 무탈한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손과 발을 바삐 움직이며 이상 없음을 유지 하는 일련의 과정.

매 해 간절했고, 매 번 울컥하는 3.1절과 광복절엔 더더욱 그 마음을 어렴풋이 헤아려본다.

그러니 다음 수장에게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대한 의무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랄뿐이다.



📖17장 당신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포개며_ 시대의 경험이란 피해 갈 수 없다. 광주든, 세월호든, 촛불이든, 이태원이든 함께 분노했다고 한 시대가 모두 같은 삶을 살아간 것도 아니다. 이래라저래라 할 것 없다. 앞선 세대가 그랬듯 자신들의 언어 안에 꿈과 색깔이 있다. 오직 오늘 내 발걸음이 중요하다.

윗 세대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요청하는 바가 많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투표해야 한다, 투쟁해야 한다, 이 모든 말은 기성세대가 멋대로 설계한 유토피아에서 인형극처럼 움직여주길 바라는 사항들이다. 자신의 세계를 자신이 살아가고, 느끼고, 개선하도록 용기를 주고 기꺼이 그 도전에 응전해야한다. 나는 기성세대와 청년들 사이에 끼여있는 세대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보다 더 산 이들의 말도 많이 들어왔고, 나보다 총명한 청년들의 이야기와 움직임에도 시선이 가는 사람이다. 생각보다 그들은 사리분별이 빠르고 어떻게 해야 자신에게 최선의 결과가 주어질 지 아는 명석한 머리들을 갖고있다. 그러니 한 번 쯤은 기다려봐줘도 괜찮을 듯 하다. 당신들이 청춘 이었을 때도, 내가 청춘이라 부를 수 있던 시절의 불타오르는 나를 떠올려보면 충분히 그래줘도 되는 열망이니까.

📖20장 다시, 책 읽는 대통령을 기다리며_ 책은 읽는 사람을 끊임없이 겸손하게 하고, 자기 생각을 의심하게 하고, 심지어 다른 책으로 옮겨 가도록 유혹하기 십상이어서 책을 많이 읽을수록 함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물론 논쟁에서 우위를 갖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종이 책이 사라지고, 이야기가 소멸되는 세상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그런 세상이 빠르게 발치에 닿진 않을 듯 하다. 여전히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이 많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이들도 많은 세상이니 우린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정신을 살찌우는 이야기들을 잘 뽑아 곁에두는 능력만 꾸준하게 길러도 될 듯 하다. 그러니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고, 진정성 있게 자기 생각을 구축하며 앵무새 없이 오롯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를 기대하며 우리의 수장 역시 그러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길 바랄 뿐이다.

자신 안에서 논쟁을 벌일 줄 아는, 타인의 옳고 그름을 분별 할 줄 알며, 책이 모든 걸 알려 줄 수는 없더라도 역지사지의 태도에 익숙하고 합의점을 가늠할 줄 아는 그런 대통령을 기다릴 뿐이다.

📖하니포터9기로 한겨레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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