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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말은 안 되지만 ㅣ 트리플 27
정해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평점 :
3개의 단편이 싣려있는 소설이다보니 등장인물이 복잡하지 않다. 인물관계도를 그려가면서 머리싸매고 책을 째려보듯 뚫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도 훌렁훌렁 페이지가 넘어가더라. 그럼에도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제대로 박히는 기분.
제목에서도 언급했지만 결국 제 보고싶은대로, 제 마음대로, 제 듣고싶은대로 그렇게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는 '미스터리-공포-환상'으로 이어지는 장르의 세계관의 모음이기도 했다. 출판사에서 알려준 '현실적인 말 안 되는 세상'에 이야기 이다보니 그 세계에서 미간에 힘을 주고 보게되며 호흡할수록 침잠하는 생의 두려움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된다.
📖관심이 필요해_ 속았다. 아니, 속은 것은 아니다. 눈이 가려져 있었다. 제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과거라는 이름의 색안경. 자신이 당한 것을 아이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겪은 모정을 일반화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삶에 있어 아주 진득하과 명확하게 겪어온 것이니 그게 당연하게도 믿는 증명과도 같았다. 과거의 중혁이 그러했으니 영우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긴 건 남이 보면 착각이고 자신이 마주 할 땐 다들 그리 겪는 것으로 체감하게되는 학습의 결과물이겠지. 아마 나 같아도 그랬을거다. 나도 겪었는데, 쟤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형사든, 프로파일러든 그러한 중립적인 입장으로 마주하는 직군이 아니라면 이러한 단면적인 반응이 오히려 당연했을수도 있다. 나는 중혁이 품었던 의문과 신고에 대해서는 차라리 잘 한 일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라도 문제를 끌어냈으니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알게 된 거니까. 과거 어린 중혁은 커서도 고생을 했지만, 현재 어린 영우는 엄마의 잘못도 아니고 영우가 치료 받으면 되는 결론으로 마칠 수 있어 다행스러울 뿐이다.
📖관심이 필요해_ 아이를 간호하느라 일을 나가지 못해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하느라 주변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던 그 여자에게 아이를 잘 돌보라고 말해야 한다. 살기 위해 허덕이는 사람에게 당신 때문에, 당신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아이가 계속 병을 얻는 거라고 말해야 한다.
때때로 누군가의 진심어린 시선과 손길이 어떠한 필터를 거치면 큰 문제를 감추기 위한 하나의 트릭으로 보이기도 하며, 자신을 더 돋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 질 경우가 있다. 살아온 학습의 효과 일 수도 있고,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얻어진 데이터의 비중이 그리로 향한다면 선이 악이 될 수도 있고, 악이 선으로 덮여질 수 있는 장면들이다. 우린 아무런 필터 없이 오롯이 현상만을 마주하고 대응 할 순 없다. 그간 살아온 경험과 귀동냥 해서 얻어진 정보는 다른 이들보다 잘나고 우월하게 비출 수 있는 무기가 되니 손발 다 잘라둔 채 눈알만 굴려가며 바라보는게 어렵다는 것이다. 중혁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관심이었고, 중혁만이 할 수 있었던 의심의 가닥이었으니 나는 그 관심과 예측을 감사하게 여길 뿐이다.
📖드림 카_ 도움받을 거라 기대했다가 당하는 거절은 더한 수치심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자괴감에 치를 떨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돈이든 능력이든 설령 무리에서 뒤쳐지는 카드를 쥐고 살았다가 바뀐 판세의 흐름이라 할 지라도 이 놈의 내면은 원래부터 이렇게 악아 받친 놈이었음을 짐작하게하는 문장이다. 그냥 외면하면 그만이고, 모르쇠 하며 저 혼자만 잘 살며 신나게 살아도 될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걸 보면 받은걸 되갚기 보단 곱절로 얹어서 치를 떨며 떨어져나가길 바라는 심리가 얹어져있어 이놈은 이야기 끝에 뭔가 호되게 당하겠구나를 내다보게 만든다.
📖말은 안 되지만_ 혐오감으로는 말이 훨씬 앞서지요.
... ... ...
그냥 이대로 살면 안 되겠어?
분명 사람이었었다. 헌데 자고 일어나니 말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가족은 돼지가 되었다. 그럼 전부 이상한건데? 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 변화는 당연한 인간의 변태 과정이었고, 말이든 돼지든 우월함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다수와 소수의 비중에서 한 쪽은 일반화로 간주되고 다른 한 쪽은 기이한 무언가로 덮어두고 숨겨야하는 부류로 변모하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보기엔 돼지든 말이든 도긴대긴인데 그들의 세상에서는 거진 하늘과 땅의 구분처럼 대하고 있었다.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성형이든 제모든 외형을 숨겨야했고,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면서까지 수면아래로 잠식하게 하려는 반응을 보며 어딘게 모르게 익숙한 냄새를 풍긴다.
겉 껍데기가 바뀐 상태이며, 보여지는 것으로 인해 혐오를 표출하는 세상. 분류하는 종이 바뀐 거니까 뭐 그렇다 쳐. 그런데 인간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딴 혐오로 뒤덮여있었던걸 잊고 있었다. 같은 인간인데 생김에 따라 눈에 힘주고 부정적인 반응을 내리 꽂는다. 잘생기고 예쁜걸 떠나서 외형적으로 본인의 마음에 들지 못하거나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남들과 다르다고 감추려하고 숨기려하는 걸 심심찮게 봐왔다. 돼지가되고 말이되어버린 세상이나 다 같은 인간인데 지들끼리 위아래로 줄세우는 세상이나 죄다 질리게 만드는 가학의 재능꾼들이시다.
📖말은 안 되지만_ 수많은 어쩌지가 가슴에서 순식간에 씻겨나갔다.
평범하게 살거면 소수보단 다수의 무리에서 숨듯 살아야했고, 그게 안되는 소수의 부류라면 뭐 하나라도 잘나야 욕 덜 먹으며 그나마 인정 받는 존재로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말이 되고 훈련을 하고 뒤쳐지는 다른 이들을 마주하며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을 보니 제발 이 장면들이 지독했던 꿈이길 바라게된다. 앞서 말한 것들에서 다 해당이 안되면 다들 그렇듯 미친놈으로 분류되거나 말고기처럼 취급받는거지.
그래도 다행이다. 이야기의 끄트머리에서는 가족들이 홀로 말이 된 존재를 외면하지 않았으니까. 어쨌든 가족이고 제 새끼였으니 마구간을 지어두고 하염없이 기다렸을 사람들을 떠올리면 울컥하게된다. 이 가족들은 그래도 앞에 있던 단편의 인우같은 놈은 아니구나에 깊은 숨을 몰아쉬며 '어쩌지? 어쩌나!'를 두고 발끝을 콩콩 찧으며 망설였던 순간을 무색하게 만들어주어 세 작품을 통틀어 가장 마음을 놓이게 만들었다.
세 편의 소설 / 세 종류의 글 / 작가-독자-작품을 잇는다는 의미의 트리플 시리즈의 27번째 도서.
반전은 있지만, 결말도 나왔지만, 개운하지 않을게 분명해보이지만 읽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았다. 작품마다 그 속에 빠져들면서 이 각각의 작품을 좀 더 긴 호흡으로 봤으면 어땠을지 생각해본다.
중혁의 시선을 넘어선 영우의 시점을, 그리고 영우 엄마의 숨가쁜 삶으로 녹아들었다면 이 이야기는 지금과는 다르게 진부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심리치유의 분류로 넘어가 늘어지는 가닥을 붙잡아가 뻔한 이야기로 흘러갈만한 시점에서 담백하게 멈춰주어 독자게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글이었다.
사람의 욕망이 지닌 잔인함. 부를 얻은 과정을 처음부터 다 내어놓지 않아 좋았다. 인우가 마이바흐를 몰기 전과 후로 비교하게 되는 시선과 대우. 이건 돈이 주는 우월성도 있었지만 이야기의 끝에 독자가 체감하기엔 그 돈마저 그리 써야하는 놈인가? 싶어하며 혀를 차며 바라보는 시선들이기도 했던 거였다. 자신은 부러움으로 해석했던 눈길이 진실에서는 치욕스러운 놈을 바라보는 분노의 시선으로 힘주어 봤던거라는 결론을 내어주었다. 이 놈 마저 결국 제가 보고 싶고 제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였던 주위의 반응이었다.
마지막 소재는 제일 말이 안 되는 것임에도 제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쉬웠던 마음이다. 글의 주인공만 말이 된 건데 사람이 말이 되나 돼지가 되나 둘다 매한가지로 이상한 일임에도 변화된 모습에 대한 혐오보다는 수적인 열세로 다수가 아닌 소수의 분류에 들어가는 것으로 받게되는 대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를 수도 있지만 달라서 세상이 무너질 듯한 감정을 모든 감각을 통해 얻어낸다. 무리에서 튀어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모자란 놈이 되어서도 안되는 집단. 걔중에 쟤보단 나아야되지 않겠냐며 밟고 올라서야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며 눈알 열심히 굴리고 살아야하는 고달픈 말 안되는 삶을 그려냈다. 그래서 서글픈 우리 이야기 처럼 느껴졌다.
현대과학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것에서 오는 공포는 없다. 결국 사람이 제일 무섭더라는 말로 마침표를 찍어도 될 만큼 사람이 하는 편향되어있는 관점에서 훅 밀고 들어오는 것들이 두려웠다. 같은 껍데기를 덮고있는 인간임에도 다른 생각을 통해 선을 그어 '금을 밟았어? 금을 넘었다고?' 바로 거부반응 일으키게되는 감각의 반응들이다. 아는데 거부할 수 없는 두려움이 온 감각을 따갑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