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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작년 겨울 혼불 문학상 수상작인 '지켜야 할 세계'를 제법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번 수상작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컸다. 그래서 또 이렇게 챙겨보게되는구나. 이번엔 우신영 저자의 시티-뷰. 저자의 이름이 생소하긴 하나 책소개에 적혀있는 소재를 살펴보니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관심이 갔다. 뭔가 현대 생활 밀착형 소설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마냥 허구의 이야기는 아닐테니 머릿속에 영상을 그려보며 이 작품이 OTT를 통해 구현되면 또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읽게되고, 꼬여있는 이야기들과 인물이 감추고 있는 숨은 뜻을 찾는 그야말로 머리싸움하게되는 글이 아니다보니 더욱 단숨에 이들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정공법으로 그들의 진심을 긁어 낼 수 있었다.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도시 송도. 필라테스 센터가 편의점보다 많고, 온종일 걸어도 노인을 보기 힘든, 아찔한 높이의 유리 빌딩이 거대한 숲을 이룬 신도시. 마천루 숲 아래 묻혀 있는 바다처럼, 욕망은 도시생활자들의 고상한 가면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의사 석진과 필라테스 센터장인 수미. 각자의 욕망과 결핍을 서로에게 감춘 채 이른바 쇼윈도 부부로서 SNS상 워너비 커플로 만들어둔다. 그리고 각자의 욕망과 사사로운 마음들은 다른쪽을 향해 있다. 수미는 자신의 헬스 트레이너에게, 석진은 자신의 환자인 공단 노동자 유화에게 눈길을 돌리게 된다. 상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런건 애초에 없지. 있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겠지. 사소한 부도덕이라 하니 어쩌면 이 둘은 자라온 환경과 성향이 다름에도 결국 똑같은 부류였기에 결혼을 했고, 그렇게 사는 걸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집안 재력을 무시 할 수 없는 형편, 상대의 번지르르한 직업을 외면 할 수 없는 실정. 잘난 집안의 돈 많고 예쁜 사람, 못사는 집안에서 공부머리 하나로 용이 나버린 이른바 '~사'자 돌림의 능력가진 사람. 각자의 결핍에 아귀가 맞는 충족요건이니 애정보단 생존의 유연한 지위를 우선시하는 조합을 보며 제대로 신도시 워너비 부부 다운 재질임을 느낀다.
이야기가 깊어질 수록 서로는 뭔가를 알아낸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걸 명확하게 드러내어 불편한 심기임을 표현하지 않았다. 석진에게 풍겨지는 싸구려 화장품 냄새에도 차분했다. 외국인 관광객에 묶어 파는 알로에 마스크팩이나 달팽이크림 같은 냄새에도 평정심을 가장한 수미를 보며 평소 성격같지 않았던 대응에 독자인 나는 '얘 성격에? 말을 안한다고?'라는 의문이 가득했으나 자신이 청렴하지 못하니 긁어내지 않더라. 석진은 또 어떠한가. 어디선가 본 적있는, 그렇지만 확신하지 않으려하는 수미의 옆구리의 작은 타투. 새긴지 얼마 안 된 듯 홍조와 부기가 남아있지만 그 날개 타투로 왈가왈부하지 않는 이른바 흐린눈으로 외면하는 방식을 보며 이러니 같이 사나보다. 결국 부부는 이렇게 서로의 싫어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닮아가나보다 싶어졌다. 때때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사랑이라 보이고 싶지만 경멸한 것들만 보려했다. 내가 익히 아는 부부랑 다른 관점이지.
알지만 꺼내선 안되는 금기어 같기도 하며, 그렇게 상대를 까발리기엔 자신이 깨끗한 마음이지 못하기에 알고 있지만, 짐작은 가지만 자신의 고고한 입에 그러한 상황을 입에 올리지 않는 기분이랄까? 그들은 결국 껍데기는 달랐으나 그 속에 숨겨진 속내는 도긴개긴인 격.
📖석진에게 바뀌라고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제 가족의 등을 데워주고 배를 불려주는 남자였다. 하지만 배부른 소리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등 따시고 배불러도 아쉬운 소리를 하게끔 욕망의 구조가 설계된 동물인 터.
보여지는 삶에 대한 충족은 남편에게 얻고, 숨겨도 티가 안날만한 욕망에 대한 충족은 거의 스무 살 정도 차이가 나는 트레이너에게 채우는 욕망 충족에 몹시도 성실한 수미의 인생 철학을 옅보게 된다. 애들은 시터 이모님이 키우고, 남편은 서재라 부르는 동굴에 박혀있고, 그럼 염수미는 어디에 있냐고? 화려한 필라테스 센터 원장으로 살고, 또 한켠에는 고층 바에서 이렇게 젊고 탱탱한 연하의 남자와 비싼 와인을 나눠마시는 삶으로 드라마같은 인생을 유지한다. 뭔가.... 사랑과 전쟁에서 볼법한 부부의 균열 밑밥같네?(요즘 부부리얼리티는 모르겠다. TV를 안봐서 비교 불가)
📖시골 쥐들은 말이야, 항상 뭘 그렇게까지 하냐 싶을 만큼 해야 해. 노력도, 연기도, 서울말도. 도시 쥐 비슷하게 보이려면.
여기서 느껴지는 석진의 결핍과 약점. 어린시절 자극이 되어버린 부모의 갈등과 가정형편. 그 때부터 시작된 곱절의 노력. 그리고 양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재력에 늘 굽어있는 마음. 페이닥터로 살며 실적에 더욱 연연할 수 밖에 없는 눈칫밥 그득히 먹은 자의 시선. 뭐, 이러한 형편 마저도 처가에서 돈 들이고 신경 써 주어 병원을 차리니 수미를 채근하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상황을 안 만드는 미지근한 사람이 된다. 그렇게 미적지그리한 인간이 거짓말을 해서까지 수미와 정 반대이며 어쩌면 석진의 과거랑 많이 닮아있는 유화를 만나는 모습이 나름의 일탈 같으면서도 석진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껴지는 수미의 우월감이라는 감정을, 석진은 유화를 통해 얻어내고 싶었던게 아닐까도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이란 결국 줄세우기를 통해 쟤보다 내가 더 나은 것임을 증명받는 과정에서 얻는 쾌락을 바란건지도 모르겠다.
📖심사평_ 의도를 한껏 밀어놓고 인물들의 복잡한 욕망과 그 욕망의 발원지를 면도칼로 저미듯 해부해간다.
저자는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마지막 페이지에 적어두었는데 그걸 보니 수미와 석진이 진짜 원하는 삶의 진심이 보였다. 화려한 도시 시티 뷰를 담기 위해 많은 유리를 청소하는 일꾼.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어두고 높은곳에서 위험한 일을 감내한다. 목숨줄을 걸고 생계의 밥줄을 이어가는 사람. 그 한편엔 실내 클라이밍 현수막이 걸려있다. 도시인의 억압된 야성과 본능을 되찾으라는 말. 누군가는 목숨줄을 걸어둔 채 하강 하는 곳이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욕망의 줄을 걸어두고 눈을 굴리며 기를 쓰고 올라가는 반대의 삶. 그게 이 시티-뷰의 주인공이며 그들이 외도한 인물의 상반된 삶의 방향이라 할 수도 있겠다.
결혼을 했음에도 외도를 하게되는 각각의 인물. 외도? 바람? 어떠한 포장을 하더라도 참작의 사유가 되거나 그럴만 했겠다 하는 수긍으로 이들을 가엾게 볼 마음은 없다. 송도 원장부부를 멀찍이 내다보는 입장에서는 서로가 가해자이며 서로가 피해자로 누가 먼저 시작했고 누가 딥하게 외도를 했냐에 대한 시작점 줄세우기가 무색해보였다.
모두 반질반질하니 화려한 삶이다.(유화와 남자친구였던 해룡을 제외하고) 뭐 화려함의 밝기는 다를 지언정 필라테스 센터로 사는 원장 수미, 처가의 등에 업힌 채 바지사장처럼 이름으로 장인장모 위신 세워주는 내과 원장 석진, 멀끔하고 반듯하게 틈이 보이지 않도록 가꾸지만 속내는 신물 올라오도록 단백질 쉐이크 먹어가며 최저가 닭가슴살로 냉장고든 뱃속이든 채워가는 주니, 고향을 떠나 더 나은 삶이길 바라며 한국으로 넘어와 고된 일을 하지만 짙은 마스카라로 자신을 추켜세우며 면도 칼을 삼키는 유화까지.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먼저 일러둔 시티-뷰의 배경. 그 화려함만을 본다면 나 또한 욕심나는 삶의 배경이다. 헌데 마음 한켠에 남는 어딘가 모를 불편함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더니 기어코 이야기 끝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나로 떫은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돈으로 메꾸는 것에는 도가 텄지만 그걸 제외하고나면 남는게 없다. 수미가 굳이 석진과 재혼 할 사유도, 주니가 수미의 비유를 맞출 이유도, 석진이 수미의 심기를 안 건들이고 살아야하는 목적도, 옥란이 이 큰 집에 형제들을 케어하며 개수발까지 들 상황도, 유화가 면도칼을 삼키면서까지 기어코 살아야 하나 싶은 타국에서의 삶도. 결국 화려함이 눈에 익어버려 그것만 쫓아가는 불나방같은 삶으로 자진해서 걸어들어간 자들의 세상이 바로 이 시티-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