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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인류 보고서 - 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
김퇴사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8월
평점 :

절대로 사무실에서 보면 안 될것 같은 책표지. 그리고, 진짜 궁금하게 만드는 그림의 표정. 아.. 퇴사 마려운 직장인들을 위한 책임은 페이지를 넘겨보지 않아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내가 왜 사무실에서 이 책을 들어올리고 있냐고? 오늘은 어린이날 이니까! 부서장 죄다 출타하고, 몇몇은 외근가고, 바쁜 업무도 끝이 났고, 퇴근 시간 몇분 남지 않았으니 어린이날이라는...(일명 아랫것들만 있는 시간) 이기에 용감하게 책 인증을 해본다.
숨만 쉬어도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우당탕탕 회사생활. 그렇다. 우리는 백날 천날 입으로는 때려치운다 하지만 몸은 착실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 나부랭이이다. 주말엔 그렇게 아프다가도 월요일 새벽만 되면 열이 떨어지고 정신이 말짱해진다. 그렇다. 나의 바이오리듬은 10년넘게 회사의 시간과 맞춰져 있었다는 것. 슬프도록 지독하고 눈물나도록 안타까운 나의 일상을 여기서 찾아보기로 한다.

📖프리워커
다들 N잡러라고 하지. 내가 아는 몇몇의 동료들은 개인 사업자를 내서 100일용품,돌잔치용품 수제 작업 판매업도 하고있고, 또 어떤이는 간간히 지인들의 네일을 해주고 소정의 금액을 받기도하며, 또 어떤이는 암*이 사업을 하면서 갓생을 산다하듯 N잡러로 누구보다 촘촘한 24시간을 살고 있다고 했다. 다들 메인은 여기 이 회사지만 서브가 되어주는 소작업들이 더 재미나고 즐거우니 그게 주업을 이기는 목표치에 도달하게되면 가차없이 퇴사 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퇴사를 안한다. (아? 몇몇은 퇴사를 하긴 했구나. 1년 안에 그 업을 접고 가정주부나 이직을 했다만...)
나 역시 나름의 N잡러라며 그 부류에 살짝쿵 발가락을 들이밀어 보고싶어진다. 각종 리뷰어를 자처하며 원고료를 받기도하고, 출판사와 계약을 하여 신간 도서 서평을 기록하기도 하는데 그 금액이 미미한 것으로 그냥 용돈벌이 수준이라 좋아하는 일로 얻는 소소한 행복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역시나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는거지. 역시나 대감님댁 노비가 제일 편하지 모.( ˘︹˘ )

📖무두절
이거...ㅋㅋㅋㅋㅋ 내가 친구들과 남편에게 그렇게 자주 이야기하는 무두절에 대한 이야기구나. 오너라인과 부서장들이 외근 나간 사무실. 그리고 그 상황을 일찌감시 알아챈 중간관리자들 마저 외근을 핑계삼아 출타한 상황. 여기는 외진 산업단지 속의 회사라 외근=퇴근으로 이어진다. 다시 복귀하려면 들어오는데 또 한참이거든. 그러니 고로 아무도 안 들어올거라는 사실.
막내라인과 당당하게 째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시간. 퇴근을 못할 망정 내 뒷통수에 레이저 발사하는 선임과 부서장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맘편히 인터넷 창 키워서 쇼핑도 할 수 있고, 쓸데없는 관심으로 아는 척 하는 이도 없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가. 맘껏 누려라. 이 시간은 절대 다시 되돌아 오지 않는 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신종유괴
이건 마치 취준생의 기간이 길어지고, 결국 하나하나 포기를 하다가 뭐라도 나는 데려간다는 데에 팔려가는 느낌? 아웃소싱 당하는 것도 아니고, 신생사업에 전도유망한 젊은피를 수혈한다는 명목으로 질질 끌려가는 뉘앙스가 가득하다. 내 대학 동기 몇몇도 이 정부지원사업에 팔려갔더랬지. 출퇴근 자유로워, 복장 편해, 새로운 사람들을 자주만나, 번지르르한 오피스텔이나, 벤처타워에 입점하는 근무환경이야, 신생사업이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대단한 사람으로 불리우는 성+직급보다 OO님, 닉네임, 영문명으로 수평적인 관계라는 디게 신박한 것들로 채워진 것.
..... 그런데 내 동기들 중 그 어느하나 2년? 3년을 채우지 못하더라. 현실을 자각하는데엔 1년도 걸리지 않고, 이력서에 반듯하게 적어도 될 만한 그런 가치라 여겨지는 것도 아니니 내가 지금 므슨 일을 하는 건지도 모르는 모호함을 겪는 것이지.
결국 좋은 곳이라 함은 경력직의 스카웃 제의만 있을 뿐 신생 회사의 신종 유괴 버전으로 착출되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내 머리카락 찾기와도 같다는 것. 현실은 늘 냉정해.

거진 다 내가 느꼈던 순간들이 담겨있다. 지금 다니는 곳에서만 11년차로서 아줌마 과장 나부랭이로 살고 있고, 그 전에 대학 졸업 전부터 일했으니 15년차의 직장인 고인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가 이 퇴사인류 보고서가 마냥 낯선 것도 아니더라. 이 모든 과정을 겪었고, 그러한 마음을 품고 살지만 나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내 사업보다는 꼬박꼬박 월급 입금해주는 대감님집 노비로 사는 것이 마음편하며, 코로나 시국과 관련업 불경기를 겪어왔음에도 급여 한번 밀린 적이 없었던 오너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갑자기 시상식 수상 소감 버전?) 그래서 퇴사 하고픈 마음이 있어도 카드 고지서와 아파트 대출금을 보며 겸혀하게 사직서를 꾹꾹 밀어 넣으며 꺼낼 일을 안만들고 싶어한다. 내차 할부는 일단 끝났으나 남편의 차 할부가 시작될 뉘앙스에 돌입해있고, 그 누구도 나의 노후를 준비해 주지 않을테니 나는 더더욱 미래의 나놈을 위해서 더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이 회사의 붙어있고 싶은 마음에 주둥이만 나불거리며 퇴사를 부르짖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그 날이 닥쳐오면 오만가지의 생각과 걱정이 앞설테니 지금만이라도 이렇게 안전한 곳에서 유치한 불멘소리하듯 투정을 해보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일단 나는 오늘 오전을 어찌어찌 버텼다. 동료와 회사 밖에서 바깥바람 쐬며, 그리고 내돈 써가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한모금 쪼록 마시면서 오후를 버텨내고 칼퇴요정이되어 집으로 가는 신나는 도로위의 나를 상상해보기로 한다. 직접 퇴사의 길로 가지 못하는 자들이여, 나처럼 대리만족으로 이 책을 달게 삼키듯 후루룩 읽어보며 사무실 책상서랍 한켠에 몰래 숨겨두었으면 한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기록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