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 폐 끼치는 게 두려운 사람을 위한 자기 허용 심리학
이지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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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다 괜찮다는 사람으로 살고있다. 정확히는 그렇게 살면서 분란 일어나는 일이 없는 평온하고 정적인 삶이 편해서 나를 누르고 사는 인생을 살고있다. 그것도 30년 넘게. 이게 처음엔 내가 만들어 놓은 삶의 방향성이었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고, 익숙함에 자연스레 나오는 선택지가 되었다. 그래서 착하고 성격 좋은 사람인냥 치부되기도 한다. 근데, 나 그런 사람 아니더라? 가장 최 측근에게는 일명 조신한 또라이이며, 차분한 도른자로 불리우는 성격 개조된 후천적 선한 인격의 인간이다.

1부에서는 타인을 배려하느라 참아온 부정적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2부에서는 타인의 기대를 거두고 진정한 책심 자아를 살피는 법을, 3부에서는 과거의 상처를 잘 소화하는 법을, 4부에서는 자신을 지키며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다루었다.



📖완벽하지 못한 존재라는 좌절_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한참 부족하고 무능해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타인을 실망시킬 수도 있겠지만, 나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주의를 쏟느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겠다는 용기를 가지는 것, 그 경계 바깥에 있는 것에는 힘을 빼는 것. 그것이 무결한 완벽을 강요하고 불안을 조장하는 세상 속에서 꿋꿋이 자기 삶을 살아내는 길일 테다.

자책의 확장판이다. 다 수용하고, 또 다 잘해야한다. 그러면서도 모자람이 없어야하고 충분함이 만연해야하는 것. 그래서 허투루 사는 삶의 틈이 보이지 않아야하는 꽉찬 육각형 인간이고자하는 욕심이 불러온 비극의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흠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그게 내가 되어선 안되는 거였고, 타인의 물음과 부탁에도 모든 답변이 가능해야하는 백과사전을 자처하다보면 빨리 피곤해지고, 빨리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니 각각의 집단과 매체에서 만들어 둔 틀에 이리저리 잘 끼워맞추고 잘 끼워진 사람이려 하다보니 완벽주의적 성향도 같이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이렇게 뻥 하고 터지는 결과를 마주하게된다. 결과가 가치와 맞먹는 해답은 아님에도 유난히 엄격해지는 잣대. 잘못 간 길이면 돌아가면 될 것이고, 틀린 것이면 지우개로 지워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데 그 복기의 과정이 남에게 비춰진다는 것에 수치심을 불러오나보다.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과정의 번복을 수용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큰가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는데, 꼭 그게 나이길 원하는 욕심. 닦달과 강박. 그거 어떻게 버리는 건데?



📖'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_ 겉으로는 적응적으로 잘 지내는 듯 보이지만, 타인의 모습을 모방하거나 타인을 위한 삶에 가깝다.

잘 다려진 빳빳하고 단정한 종이인형처럼 사는 거다. 이 시대의 표본과도 같으며 반듯한 삶의 태도가 모두의 본보기로서 이시대의 참한 청년임을 추대하면 정작 스스로는 본모습이 무엇인지 헷갈려하며 살게된다. 거절도 못해, 의견도 못내, 반박도 못해, 제약도 많아. 그렇지만 성격 좋다잖아?

둥둥 떠다니는 입들이 그물처럼 엮여 빠져나가지 못하는 재물로 사는 삶이 되어버린다. 자, 이제 당신의 선택지만 남았다. 거짓자기와 참자기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이래도 괜찮은 내가 될 것인가, 우선 내가 편하고 보는 내가 될 것인가에 놓여있다.

명확한 답은 없는 것 같은데 이 양자택일의 밸런스를 맞춰 살 것인지, 아니면 흑백논리마냥 무 자르듯 잘라서 하나만 선택할 것인지는 좀 더 고민해보고 싶어진다.



📖거절이 어려운 당신에게_ 내 마음과 행동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째 내가 못하는 감정의 선택지만 여기에 다 모여있다. 나만큼이나 저자 역시 타인의 입모양에 유난히 주목하고 거스르는 일 없이 살고자 했던 인물로 보인다. 그러한 사람이 나처럼 심리학과 멀리 지내며 그러려니 살지 못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학문을 파고 들었으니 그간 살아온 삶의 단면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복기를 하며 학문에 대입했을지를 떠올려보면 배로 힘들었으리라 느끼며 이놈의 거절이라는 감정에 대해 다시금 주목해봤다.

내 행동 하나에 타인의 의견을 인정할 것인지, 타인을 탓하지 않고 내 책임으로 여길 것인지에 대한 이후 과정으로 얻어지는 감정 때문이라도 우리는 거절하지 못하는 삶을 되려 편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주체적이기 보다는 귓전에 맴도는 훈계의 목소리 데시벨을 낮추고픈 마음에서도 거절하지 않고 모든것을 받아들였던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면 내 마음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책임이 바닥을 쳤기에 이 빈틈을 타인의 침범 가능한 구역으로 방치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월해야한다. 솔직해야한다. 그게 용기이며 자신을 지치는 탄탄한 힘이다. 담백하게 말해도 상대는 수용 할 것이다. 그러니 예민하게 경계하며 상대가 실망하지 않을지, 이후의 원만한 인간관계가 이뤄지지 않을지, 불편해하며 보복을 하지 않을지에 대한 이후의 수는 미리 셈하지 않았으면 한다. 살다보니 느꼈는데 이러한 수를 두며 거절에 대한 큰 짐을 지우는 사람이라면 빨리 끊어내는게 이로운 관계임을 느꼈다.



📖자신에게 건네는 친절_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자신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알면서 안한다. 알면서 모르는척 하지! 안다고 말한들 달라지는건 없으니까. 알고있으니까 된거지. 라는 식에서 끝내버리지 저자가 말하는 자기자비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 능력을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자비도 연민도 안 갖추고 산다. 이게 왜 미덕이 된건지는 모르겠으나 늘 가장 가까운 이에게, 진짜 가까운 자신에게는 한없이 냉담하다. 오죽하면 우스개소리로 죽고 나서 사후 세계로 가서 영화와 웹툰에서 보았던 나태지옥에 빠지더라도 한국인들은 아주 열심히 뛰면서 나태지옥을 부지런지옥으로 만들어 버릴 거라고 했다. 자비없는거지. 얄짧없는거고.

너그러워지다보면 나약해질까봐 그러면 원하는 삶과 멀어질까봐 두려운 생각으로 사는 걸 보면 자기주문도 자기연민과 자기자비도 때때로 허상같이 느껴지기도한다. 내 갈래에 있음에도 아직 진짜 마주하지 못했던 감정이라 의심하게되는 내면의 자비로움이다. 진짜 있긴 하겠지?



타인을 위한 배려든, 폐 끼치는게 두려운 마음 숨김이든 그건 좀 편히 살고자 하는 내 욕망이 성향으로 만들어 진 또 다른 나. 이게 내 분신인냥 사는 것에 큰 불편함 없이 산다면 걱정이 없겠다만 때때로 이 과정으로 인해 겪게되는 자기혐호가 제법 강하게 밀려 올 때가 있다. '거짓자기'이며,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포장지 같다는 것에서 피로를 느낀다면 이게 진짜 문제가 되더라.

다 읽고 보니 저자도 나 처럼 착하고 무던하다는 꼬리표에 얽매여,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한 인물로 살아오느라 자책도, 자기검열도 끊임없이 반복했음을 고백한다. 자아를 까맣게 잊어버린 심리학자의 이야기라면 이러한 분야에 문외한 나도 쉽게 읽혀지며 많은 공감을 하며 어디서도 이야기 하지 못한 말들도 나눌 수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두툼한 책을 고민없이 펼치게 만들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모두 저자의 경험이니 확실한 사례제시와 함께 겪어봤음직한 고민의 단상들이니 편하게 시작 할 수 있음은 분명했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대학졸업 후 이뤄지는 직장인의 삶으로 떠올릴 수도 있겠다만 우린 더 이른 사회생활을 시작했었다. 아는 단어도 몇 없고, 의사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유아기 시절 어린이집 등원과정에서부터 한 집단에서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하고 장소를 공유하며 지내게 된다. 그러고보면 우린 사회생활 참 일찍 시작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 형성과 집단생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으로 많이 다쳤고, 또 많이 배웠다. 이건 하지 말아야 하는구나를 깨우치고, 이 상황에는 내 목소리를 명확하게 내어 의사 전달과 원하고자하는 바를 꼭 획득하리라는 다짐을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게 나이 들어서도 계속 해야한다는 점을 잊고 살았다. 인간관계의 자기 허용 과정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야만 호환이 되는 삶의 개정판이 필요하다는 것. 한동안 개정되어지지 않은 구버전으로 살았으니 반응이 느렸고 버벅였나보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상위 버전으로 인간관계 데이터 확장을 했으니 나도 때때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야금야금 확대해볼까 싶은 마음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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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리스트 2024-09-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최측근에게 조신한 또라이 차분한 도른자 에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제 세상에 조.또.차.도.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이 말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