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지느러미 TURN 1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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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의 편집장은 '여름, 장르소설, 조예은'이렇게 명명하고있다. 그리고, 완독하고보니 그 말이 맞다고 100% 공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후반으로 갈 때 이 여름의 축축하고 기나긴 장마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싶어지게 만든다. 그에 반해 책 표지는 어찌나 예쁜지. 조예은 저자의 책들이 하나같이 화사한 표로 만들어지곤 하는데 한 곳의 출판사와 이뤄지지 않은 제작임에도 하나같이 화사하다.

한겨레 출판사에서 출간된 턴 시리즈의 일부인 이 책은 장르소설로서 계속 시리즈가 나올 듯 하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갈 선형, 선형의 친구이며 동경과 이상향과도 같은 경주, 이 이야기가 선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던 삼촌 민영, 그리고 민영과 민영을 쏙 빼닮은 선형을 매료시킨 피니로 이야기가 구성된다.

선형, 대학 작곡 동아리가 시작일까. 아니면 대대로 이어지는 핏줄의 성향이 그리고 향하게 된걸까. 동아리에서 만난 경주의 목소리에 반했고 그 목소리라면 모든걸 씹어 삼킬 수 있는 대단한 음악을 할 수 있을거라 여겼다. 선형에게 없는 것들을 다 가진 경주. 그래서 동경을 넘어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두길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애정은 넘쳤고, 그렇게 넘치도록 갈구했지만 결과는 그러하지 못했다. 애정이든 음악성이든, 사람 자체로서의 됨됨이든, 그 무엇하나 까면 깔수록 선형은 경주에게 반했던 그 강렬한 만큼이나 정떨어지게 멀어진다. 이제는 꿈이 아니라 현실을 쫒아야 함을 자각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 필기 합격 후 그나마 집안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될 즈음. 삼촌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내려간다.

경주, 반반한 얼굴, 날티나도록 살아도 걱정없을 듯한 재력(부모님의 재력), 그리고 선형을 홀려버린 목소리. 재미로 시작한 밴드는 재능만 갖고는 안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어쩌면 노력 없이 기대하는 목표치라 20대를 다 받친다 한들 그들이 높은 곳까진 도달하지 못한다. 돈이 궁했고, 그래서 선형의 재능을 제 멋대로 사용하며 선형과 경주 사이의 더러운 꼴의 끝을 보게된다.

민영, 선형의 삼촌. 다들 말하길 민영과 선형은 닮은 구석이 많다고 했다. 생김새보단 성향이 닮았단 말. 삼촌은 밀수꾼 일을 했다. 몇년 전 선형이 밴드 무대를 본게 마지막이었다. 손가락일부가 잘렸고, 귀도 붕대로 감아둔 채. 그게 무얼 뜻하는 건지 그땐 알 수 없었으나 삼촌을 빼다 박은 그는 결국 그 의미를 알게된다. 삼촌의 사망, 그리고 삼촌이 선형에게 남긴 유서와 물건. 그리고 피니.

피니, 민영에 선형에게 남긴 수족관(건물)을 처분하고 부모의 병원 수발 비용으로 처분하려던 차에 지하에서 만난 피니. 사람도 동물도 그 어떤것도 명확하게 닮지 않은 인어를 만난다. 방치하고 숨길 수 밖에 없던 이유, 그리고 삼촌이 그 몰골이었던 이유. 인어 피니를 데리고 와서 민영의 소유물로 남겨 둘 수 밖에 없던 그 모든 이유를 피니의 허밍으로 답을 얻는다. 삼촌의 부재 동안 관리 받지 못한 피니는 선형에게서 보살핌을 받아 빛이 나는 비늘을 가졌으며 신이 하사한듯한 목소리의 재능도 발견한다. 마치 민영이 피니를 알아 본 것 처럼, 선형도 피니의 허밍에 홀린다.

피니에게 갖은 노력을 하며 보살피며 목소리에 혼을 뺏긴듯 살았고, 다 갖추지 못한 피니의 혀는 어떻게 재생시켜야 하는지를 삼촌이 남긴 메모를 통해 온전한 피니를 위해 그가 그토록 아꼈고 사랑에 마지 않았던 이전의 목소리를 피니에게 받치며 인어의 혀를 살림으로서 선형이 만든 노래를 피니가 듣고 노래로 구현해주길 바라게된다. 선형이 소중하게 여겼던 모든걸 맞바꿀만한 그 목소리 하나를 위해.



인어공주에서 에리얼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싶은 우르술라의 만행을 떠올려보면 '도대체, 얼마나. 정말 어떻길래'라는 물음을 속으로 되뇌게된다. 세이렌의 이야길 찾아보면 뱃사람을 홀리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답다 한것 또한 소리에 집착하던 선형의 행동들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청춘의 중심에서 내가 동경하던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제 더럽고 추악한 잔상만 남겨두었으니 그 보기싫은 흔적까지 덮어버릴 피니의 완성된 목소리가 간절했던 선형의 행동. 아름다운 소리를 사랑하는 걸까 그 소리를 사랑하는 과정에 겹쳐있는 나를 사랑하는 걸까. 더이상의 완벽함이 없을거라 확신하게 만드는 피니의 음성. 그러니 그거면 된다, 더이상의 무엇은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며 거기서 담백한 안녕을 고하는 모습을 에서 과연 삼촌이어도 그랬을까를 묻게된다. 아마도 삼촌이 그랬던 것 처럼 자신만의 소유물로 남기길 바란 결말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삼촌은 피니의 치유되지 못한 혀를 알기에 놓아 줄 수 없었음을 짐작해본다. 만약, 삼촌이 피니의 허밍이 아닌 진짜 노래를 들었다면 놓아줄까? 소유할까? 인어에게 귀소본능이 있다 했지만 그건 확신 할 수 없으니 전유물로 남겨 둘까? 내가 들었으니 된거다. 그거면 되었다는 식으로 자기 몫의 아름다움을 채운 후 미련없이 인사를 할까?

준과 블루러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엔 경주가 변화는 과정을 알려주기 위한 일종의 밑밥 과정인데 이 이야기엔 다소 밋밋하게 그려지는 갈등의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가봐도 준이 선형의 곡을 옮겨 썼고, 경주가 중간에서 그걸 가로채거나 제 것인냥 행세를 할게 뻔해보이는 일일드라마의 갈등 코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책의 소재가 갖고 있는 특이성 때문에 이러한 중간 갈등 과정이 더욱 얄팍해 보인건 아닌가를 생각해본다.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자존심 때문에 네 전부를 베팅했겠지. 내가 안 그랬으면 넌 평생 허황된 꿈맞 좇다 모든 걸 잃었을 거야.

누군가에겐 세상 없는 행복의 시간이었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 온 이가 꽂아버리는 비수. 한낱 꿈이라고 그건 밥먹여 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내리 꽂아야 속이 시원했나 싶은 동경의 산물이 내려준 칼날. 결국 선형만 간절했고, 경주는 잠깐의 재미삼에 즐긴 놀음거리에 불과했다는 서로 다른 온도차를 느낀다.



📖그거 알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계속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이해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다 상관없어져. 이해하려는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지지. 어차피 끝내 알 수 없을 테니까. 나 아닌 모든 존재는 결국 미지의 영역이니까. 그 지점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거야.

아름다운 소리를 사랑했던 사람. 그 노래 한곡이면 모든걸 얻은 듯 행복했던 순간. 그러나 온전히 내것이 될 수 없는 현실. 내 손으로 피워낸 곡을 내가 사랑하는 목소리로 덧입혀서 제일 먼저 들으며 그거면 된거다, 그걸로 만족한거다 그렇게 담백하게 여길 수 있는 선형만의 사랑.

피니를 만나기 이전에 경주가 지금까지 굴었던 행동과 조금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선형의 노래를 불러주었다면 선형은 경주의 목소리에 만족하고 한없이 행복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피니를 만나기 이전엔 선형의 세계엔 경주가 가득했었는데 그랬었는데 말이다.


사랑은 욕심이지만 때로는 되돌아 오길 바라는 것. 나에게서 뻗어나간 소리가 마주한 곳에 부딪혀 다시 되돌아와 덮여지는 그 과정과 닮아 있음을 말해주는건 아닐지를 멋대로 해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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