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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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여덟로 돌아가 너를 구할 수만 있다면" 이라는 문장과 반짝이는 서로의 청춘을 구원했다는 말. 너를 구하면서 나의 청춘도 구원하려한다는 말로 그 여름이 얼마나 뜨거웠고 치열했으며 아린 순간이었는지를 가늠하게하는 문장 덕에 가제본 서평단을 자처하였던 6월이었다. 그간 읽어왔던 청소년소설들과 또 다른 소재였기에 완독 후 정식 도서로 남겨두고파 또 이렇게 출간일에 맞춰 쟁여두는 청소년 소설 매니아의 완독 기록이다.

짧아서 더 강렬했으며 눈부셨던 수빈과 나은의 시절, 누군가의 청춘을 덧대어둔 덕에 당연하듯 겪어낼 수 있는 은호와 도희의 시절이 교차된다. 이 글을 다 읽어야만 수빈의 마음을, 나은이 바라는 진심을 알게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속도가 빠른 편인데 그럼에도 자극적이며 톡톡 쏘아대는 악역이 없다. 그 흔한 밉상 캐릭터도 없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고 어떻게 해서든 잘 다독여주고픈 인물들만 가득하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다. 다만 어린 은호와 도희,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여름에 머무는 나은이 더 이상 슬퍼하고 괴로워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게된다.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더딘 여름이라 할 수도 있겠다. 햇살이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성가신 시간이라 하겠지. 하지만 어떤 이에겐 그 한낮의 더운 여름만큼이나 애타게 그 시절을 그리워 하는 이가 있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한여름의 그림자처럼 드리워져있다. 당신의 여름이 헛되지 않았으며, 너희의 여름이 결코 무의미 하지 않기를, 그리고 우리의 여름이 덕분에 두고두고 기억될 순간이며 영영 잊지 않기로 했던 날이었다는 걸 열여덟의 청춘들에게 얻어가는 글이다.


📖어떤 비밀은 비밀인 채로 있을 때 가장 이로운 법인데, 그 비밀을 간직한 이가 누구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라면 파헤치지 않는 편이 안전한 법인데, 은호는 그 사실을 몰랐다.

아무런 접점이 없던 두 아이가 이렇게 예민하게 그 시절에 집착하는 이유.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로 시작한 의문과 누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여기는 불안한 시선이 6살의 여름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영영 몰랐으면 하는 어른들의 마음. 그리고 영영 들춰내어주지 않았으면 하는 그 때의 사건. 내가 이들의 보호자이며 곁에 있던 어른이었다면 똑같은 생각과 마음으로 십이 년 전 소소리 마을의 이야기를 묻어두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청춘이 사그러들었으니, 어른들에게서 얻어지는 죄책감과 죄스러움에서 끝나는게 맞지 뭣도 모르던 고작 6살짜리 아이가 기억도 못하는 일들로 미안해하며 살아있다는 것에 무거운 마음을 얹어살길 바라진 않았을 것이다.

📖수빈을 입에 올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었다. 호프집 아저씨와 지훈이 그랬던 것처럼. 그때였다.

"괜찮은 인생이지 않아?"

그런거 있잖아. 영상 매체든 허구의 책속 이야기든, 심심찮게 올라오는 카더라 썰들 속에서도 죽은자는 말이 없다 하고, 살아있다는 것에 미안해하며 또 그 유족들은 덕분에 살게된 아이들을 보고싶지 않아하며 원망도하고, 영영 서로의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하는 고맙고 밉고, 야속하며 내 새끼 대신 살아가는거면 잘 살아야지 이게 뭐냐는 듯의 애통함. 형언하지 않아도 그런게 당연히 이 이야기에도 깔려있길 바란건지도 모르겠다.

두 아이에겐 낯선 지역의 낯선 마을. 그리고 바라보는 눈빛에서 그런걸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을 사람들과 말을 하기 전까지. 헌데 이 사람들은 내가 아는 그 눈빛의 말을 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던 거다. 잘 컸구나. 너희가 그 아이들이구나. 수빈이가 봤음 얼마나 기뻐했을까. 그래도 잊지는 않았구나. 그 여름의 수빈이 나이가 되었구나. 와줘서 고맙다. 더 늦지 않아주어 고맙다.

이런 말들로 마음을 모아 잘 커줘서, 잘 살아줘서, 모든 형용사를 이어붙여 고마워하고 있었다.

수빈이를 원망하리만큼 애틋하게 보고싶어하고, 비어있던 자리를 그리워하며 진득히 그 시절을 남겨놓는 것. 밝고 명랑하다못해 다정하고 사려깊으며 어른아이 할것없이 여전히 보고파 한다는 것.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그 녀석은 여전히 망설임 없이 그러할 것이라는 말들까지. 그래서 짧은 생이었었고 저 혼자 아직 열여덟로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넘치게 사랑받고 있는건 여전하니 괜찮은 인생이라 여겨주고픈 씁쓸한 웃음의 대답으로 보였다.




사랑하는 이의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열여덟로 멈춰있고, 우리는 그가 없는 몇번의 여름을 살아온다. 어떻게 보면 희생이고, 또 어찌 보면 주변인들은 상실로 인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한다. 다른이의 희생 덕에 살아난 은호와 도희, 수빈의 희생으로 수빈을 잃은 가족과 친구, 마을사람들. 우리 주변에 심심찮게 일어나는 소재로 이야기가 구성되었고, 쉽게 잊혀져서는 안 되는 소재로 청소년 성장소설이 만들어졌다.

매체를 통해 의인으로 소개되지만 딱 거기서 끝난다. 그 이후 살아난 이의 이야기나 희생한 이의 주변 이야기는 큰 흥미의 소재가 되지 못한다. 서로가 고통이니까. 살아난 이는 도움을 받아 살았지만 희생으로 얻어진 삶이니 미안함과 죄송스러움으로 살게되고, 사망한 이의 주변은 그 때를 어떻게 해서든 되돌려 살리고픈 마음으로 시간을 버티게 되니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그리움을 굳이 들춰내지 않으려 하는게 암묵적인 룰과도 같았다.

모르길 바랬던 도희와 수빈의 가족들. 궁금은 하지만 찾아내어 물어보는게 미안했던 수빈의 지인들. 어느 한 쪽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살아내지 않아 다행이었다. 깊은 고마움을 표현하는 아이들과 더이상 미안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다시 또 그런 일이 생겨도 수빈이는 꼭 너희를 구하고 말 것이라는 걸 상기시키며 누구라도 그러했을 상황이라는걸 알려주는 어른들. 이 친구들이 매일 아침 눈뜨고 일상을 보내는 과정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면서 누군가의 지난한 여름으로 얻어진 시간을 더 알뜰히 살아야 하는 목적을 말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 속에서 마주하게되는 다양한 사건, 현재 일어나고있는 상황들. 팩트만 알려줄 뿐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마음으로 품어야 하는지는 개인의 숙제로만 남겨두었던 걸 속 시원히 풀어준 글이었다. 완독 후 은호와 도희의 입장에서 이야기 할 수도 있겠고, 또 수빈의 주변 사람들 입장을 대변해 자신을 투영할 수도 있으니 말할거리가 가득한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겪어보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모아온 감정들을 대입해보며 감정을 유추 해 보는 과정. 부디 '슬프겠다','힘들었겠다'라는 단순한 표현법으로만 공감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뭉뚱그려 표현하기보단 사건을 인정하고 이해했을 때 온전히 느껴지는 감정을 공유하며 이 생의 순간에 소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기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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