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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
조여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신기한 문장의 책 제목이다.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라니. 그리고 정규직이라는 줄을 끊고 번지점프를 했다는 카드 리뷰를 보고선 의아했다. 제11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이라 하던데, 누적 33만 뷰의 화제의 브런치북으로 입소문이 났고, 정식출간된 에세이다.
서울 살이에 종지부를 찍고 남쪽으로 도망친 저자. 대도시가 주는 거대한 플랫폼을 벗어나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겠다는 의지가 큰 역할을 하여 남들은 거기서 기를 쓰고 버틴다는데, 반대로 자진 퇴장을 자처한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애매한 나이. 안정적인 삶의 밸런스를 털고 우리나라 곳곳의 크고 작은 도시로 거처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경험과 직업을 이어간다. 그래서 제목도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가 되었다.
📖굶어 죽을 일이 없다, 적어도 시골에서는_ "좋겠다. 돌아갈 곳이 있어서."
다행이 저자가 돌아갈 수 있는 곳엔 연고가 있었다. 안전한 바운더리가 쳐진 곳이었다. 통장 잔고를 외면하고도 비빌 언덕인 가족이 오래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시골이라고 다를거 없다. 아니, 때때로 더한 텃새가 존재한다. 심심찮게 들었던 사건도 있는데, 외부인이 들어오면 공동으로 사용하던 것도 값을 메기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못 살고 나가게 하기도 한다. 그러니 일단 저자는 돌아갈 곳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한 템포 쉼의 생활인 것이다. 돌아가서 비빌 언덕이 존재했던 걸 알고 있었기에 한편으론 퇴사의 불안감보다 휴식과 안도감의 안락함이 자연스레 베여있었지 않았을까.
📖시골 직장인으로 살아가기_ 돈을 많이 준다고 업무 강도가 유별나게 센 것도 아니다. 다시 직장을 얻을 줄 몰랐던 나의 열의에 가득 차 야근과 주말 출근을 자처햇지만, 대개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로 바쁠때만 바쁜 편이다.
저자의 업무 특성상 전문직의 성향을 가진 임기제의 공무원이라는 점이 작용되었을 수도 있겠다만 지방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대개가 이러한 형태의 근무 방식을 갖고 있다. 다만 저자가 이 곳에 입사 하기 전 면접 볼 때 처럼 운전의 여부는 필수 조건이 되기도 한다. 나도 그러한 편인데 지방의 기업들은 대부분 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다. 서비스업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제조업 기반의 사업체인데 그렇다보니 빌딩에맞 갖혀있는 사무직의 조합이기 보다는 넓은 부지가 필요한 제조시설+사무실의 형태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기가 어려운건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시에서는 도심부터 시 외곽의 산업단지를 오가는 무료 통근버스를 운행해 주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시간대를 내가 원하는 때에 맞추기 어려워 운전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도 본사에 있을 때에는 통근버스를 이용하거나 때때로 남편의 차로 같이 출근을 했으나 사옥 이전 후 장롱면허를 꺼내 운전을 하고 다닌 실정이다. 운전면허역시 자차 소유가 안되더라도 회사 차를 이용해 업무를 보러 다닐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 한다 하여 속성으로 운전면허를 땄던 새내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왕복 56km를 오가다 보면 시간뿐만 아니라, 차량유지비에 홀랑홀랑 드는 비용을 무시할 순 없으나 좀 더 편히 회사 생활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게 작은 도시 봉급자의 단점이기도 하겠다. 버스나 지하철 출퇴근이 안되는 조건이니 기업 입사를 포기할 것인가, 월세가 무서워 수도권 변두리 오피스텔을 살면서 장거리+환승 지하철 출근지옥을 경험할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
📖답답한 일상의 판을 뒤집고 싶을 때_ 이 지경이 되도록 나를 밀어붙인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왜 이렇게 건강을 해칠 만큼 일에 몰두했을까? 사실은 오랜 가난이 만들어낸 불안을 성실이라는 말로 맹목적으로 덮어온 게 아닐까? 혹은 내 실력이 뒤처진다고 생각해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려고 애써온 걸까? 그것도 아니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었나?
저자가 스스로에게 퍼 부었던 질문은 명확하게 답할 수 없었다 했지만 다 같은 답이라서 대답하기 싫었던 걸 지도 모르겠다.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게 자신을 찌르고 있는 답이라 모른척 하고 싶었던 거였다. 이 모든 질문에는 모두 YES가 담겨있었으니 말이다. 이왕이면 잘하고 싶고, 그래서 성과와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크니 그나마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 소진되어도 리스크가 적다고 여기는 자신의 체력과 시간과 열정을 갈아 넣은 결과였다. 이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보여지는 성과와 주변의 평판이 그에 상응하는 답을 내어줄테니 말이다.
일을 하는 것에 있어 과정을 즐기면서 하라 하지만 우린 청소년시절부터 해왔던 그거 있잖아. 성적으로 줄세우기. 그거에 익숙한 사람이라 성실은 곧 결과라고 보여지는 삶에 익숙해져 있어 육신을 갈아 넣어 보다 빨리 소진시킨 결과였다. 무조건 열심히는 배신하지 않는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게 맞는 도시를 찾는 새로운 대안, 워케이션_ 새로운 세대에게 지방이 그저 '낯설도 불편한 곳'으로 각인되지 않기를 바란다. 넓지도 않은 국토에서, 그마저도 아주 좁은 수도권에서만 살아본 미래 세대가 우리나라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요즘 아이들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을 모두 지방이라고 불리운다며? 광역시나 특정 시도의 개념보다 서울을 벗어나면 모두 시골. 모든 문명혜택이 충족되지 않는 곳으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이 또한 비슷한 뉘앙스를 느꼈다. 어디든 사람은 다 살고 있고, 땅파고 농사만 짓는게 아니라 똑같이 사무업무도 보고, 기술 개발이나 다양한 서비스업도 존재하며, 똑같이 사원증 걸고 다니는 사람사는 동네인데 어째 작은 도시에는 봉급자가 아니라 자급자족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인식이 되었을까 싶어진다. 지금껏 태어나고 자란 곳인 부산과 경남을 벗어나 살아보진 못했으나 대학 졸업도 하기 전부터 사무실에서 일하는 기업 실무자로 살고있다. 물론 수도권에서 말하는 대기업은 아닐지라도 꾸준히 한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에서도 손꼽히고, 다양한 나라와 거래를 하고있는 조선쪽 기업인데 이런 말을 해도 안 먹힐거 같아 쓴웃음일 짓게된다.
도시를 떠나도 당신의 삶은 여전히 괜찮다는 위로의 말, 대도시의 삶이 행복한 사람도 많겠지만 저자와 같이 그저 견디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말로 저자는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당신의 삶에서 버티든 떠나든 그 어떤 삶을 선택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하게 만든다.
서울 이외에는 연고가 없고, 쭉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서울에서 당연히 뿌리를 내리며 살다 이따금 여행을 목적으로 지방을 오는 사람들. 우스개소리로 부산이 고향인 사람에겐 니네집 앞에 바다냐? 묻는 것, 울산이 본가라 하면 니네도 집에 배 있어? 라고 묻는 것, 강원도에 친척이 있으면 평생 감자걱정은 없겠다! 라고 하는 것, 대전에서 학교 다녔다 하면 거기 빵 밖에 없잖아? 라며 그 지역 모두가 거기에만 매달릴거라 당연히 여기는 것. 그런 사람들에겐 이 책이 재미났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은 귀엽게 포장되어있지만 나로서는 조금 씁쓸한 제목이다.
그렇다보니 책을 넘기면서 계속 쓴맛이 베였다. '아! 지방에도 공무원을 뽑고 할 일이 있구나'부터 시작해서, 거기도 사람이 살아? 라고 하는 씁쓸한 질문들. 인구 소멸이 되어가고있는 과정이기는 하나 모든 곳이 사람 사는 동네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리고 잘 살기 위해서 일하고 돈벌고 그렇게 살아가는 곳이지 다만 수도권에 비해 인프라가 다소 축소된 경향이 있을 뿐인데 죄다 농사만 짓고 자급자족할 것 처럼 여기게 되었을까.
대도시어야만 높은 연봉과 더 높은 커리어와 함께 문화생활이든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폭도 달라지긴 하겠다만 이 또한 상대적이라 봐야되지 않을까? 꼭 거기에만 인생의 답이 있는건 아닌데 우린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거기에 모든 해답과 모든 길이 있노라 여기고 있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로 살고있다. 그리고 이 생활에 큰 불편함은 못 느끼고 살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가 그럴수도 있겠고, 굳이 라는 말을 덧붙여가며 지금도 행복한데 무엇을 바라고 그 콩나물시루 같은 곳에 나까지 끼워넣으려 애써야하는가를 묻고싶다.
책 제목 위엔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이라 상냥하게 수도권 아니어도 살만해요 라고 하는 느낌이라 완독 후에도 여전히 떠오르는 문장이 까끌거리는 것들 뿐이다만 평생 수도권에서만 살았던 사람들, 경주마처럼 무조건 서울을 비집고 들어가 살아야겠다는 목표만 있는 사람들에겐 꽤나 흥미있는 에세이가 되어줄 듯 싶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