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평점 :
품절



우린 하나같이 마음속의 돈키호테를 바라며 살고 있었다. 꿈은 꿈꾸는 것이니 꿈일 수 밖에 없다는(?) 언어유희에 반기를 들듯 삶의 전환점이 되어지고,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행복해 질 수 없고 더이상 그게 좋아질 수 없다는 말들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꿈꿔보라고 옆구리 쿡쿡 찔러가며 잠재워둔 꿈을 깨워보는 느낌마저 든다. 돈키호테가 산초가 되어지고, 산초였던 이가 어느새 돈키호테보다 더욱 배포가 큰 이로 바뀌는 과정. 돈아저씨가 솔에게 돈키호테라는 닉네임을 물려주듯 때로는 시대에 순응하기도 해야하지만 그럼에도 끌리면 꿀리지 않고 나아가는 돌진우선 주의자로 나서보는 것도 살아볼만한 삶의 방식인 듯 하다. 안하고 후회할래? 해보고 후회할래? 뭘 하든 후회는 하기 마련인데 이왕 결정되어있는 후회가득한 후반전이라면 일단 밀어붙여가며 해보는게 조금이라도 덜 억울하고, 조금이라도 덜 원망스럽지 않을까? 실패든 성공이든 뭐든간에 시도는 했으니까 미련은 없을테지.




📖셀프 고용_ 누가 알아준다고 모험을 떠나는 건 아니란다. 나만의 길을 가는 데 남의 시선 따윈 중요치 않아. 안 그러니 솔아?

지랄맞은 운명의 뒷통수는 한방에 몰아서 온다지? 1년 전 남친은 양다리를 걸치다 도망갔고, 올해엔 인간들의 제 밥그릇 찾기에서 져버린 진솔은 퇴사를 했다. 졌다는 말보단 뺏겼다는 말이 더 정확한거 같지. 드러운 방송국 놈들의 땅따먹기에 제 것 한줌 못 쥔 솔이였다. 그래서 그렇게 고향으로 내려왔다. 성심당 말곤 뭐 없다는 대전으로. 닭 튀기는 엄마의 가게로 퇴근없는 취업전선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나 갈망 할 때 솔은 어릴적 추억이 서린 돈키호테 비디오가게를 발견한다. 한창 예민하고 또 때론 감수성이 차고 넘치던 시절을 버티게 해준 라만차 클럽의 멤버들이 있고, 돈키호테를 닮은 돈아저씨가 있던 곳. 그 아지트는 카페가 되었고, 그 추억이 서린 것들은 그 건물 지하로 옮겨졌으며 돈아저씨는 사라졌다. 문득 궁금하긴 했으나 정말 어디간 걸까 싶은 사람.

사람이 그리운 것도 있었겠지만 솔에겐 그 시절이 더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남과는 조금 다른, 그래서 더 특별한 어른의 모습을 통해 솔은 어떤 어른으로 살아야 할지를 야금야금 배워나가는 시절이 가장 행복했고 재미난 순간인걸 회상장면에서 느낄 수 있지.


📖낮에 꾸는 꿈_ 내 인생 3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다고, 가슴이 뛰고 활기가 넘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게 꿈이다. 밤잠을 방해하는 꿈이 아니라 낮에 꾸는 꿈 말이다.

방송국 놈들에게 질려서 다시는 그러한 일을 안 하리라 마음먹고 내려온 것 이었으나 결국 제일 잘하는 그걸로 다시 시작하는 솔. 다만 원하는 촬영의 소재와 프로그램의 방향은 본인이 제일 궁금해 했고, 본인이 가장 먼저 답을 듣고픈 물음에 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솔이 꿈꿔왔고 꿈이 이뤄지며 개운하게 해결되는 수순이 프로그램 제작에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보였다.

시작은 돈아저씨를 찾는 것 이었으나 학창시절 제일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 했던 라만차클럽의 대주나 새롬의 안부가 궁금했을터. 이른바 먹고 사니즘에 양옆 돌아볼 틈이 없었으니 어른이 된 솔이나 다른 이들이나 여력을 주기 어려웠을거다. 나만 해도 그러하니까. 뭐,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를 시작으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랬다고 어른의 삶이 그런거며 이제와 만나봐서 뭐하겠냐는 자문자답에 취해있기 딱 좋은 시절이겠다.



📖이야기를 듣는 시간_ 어떤 용기로 한 교수 같은 권력에 맞서 싸울 수 있었는지를, 그건 부끄러웠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문이기도 했다.

아저씨는 이렇게 답했다. 한 교수 같은 사람이 이 사회의 지식인으로 인정받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그걸 깨기 위해 나섰다고. 지식인은 많이 배운 사람이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세상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사람의 주변엔 많은 이들의 영향으로 갈래가 달라지기도하고, 그로 인해 인생의 방향성도 정해진다 하니 돈아저씨는 여타 다른 어른들과는 세계관부터 달라 아이들은 재미난 어른이 곁에 있어 평범하고 흔하게 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극복해 나아갈지 어느게 옳은 것인지도 구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라만차클럽의 한빈이나 대주, 새롬 뿐만 아니라 돈아저씨의 진짜 본케인 장영수로서 살면서 학과 동기였던 권사무장, 동료 선생이었던 박원장의 이야기를 들었때 얼마나 올곧은 사람인지를 알게된다. 특히나 출판사에서 같이 일했던 승아씨의 이야기와 민PD를 통해 옳고 그른 것을 앞에 두고 휘지 못하고 부러져버리는 사람을 보면서 유연하지 못했고 흔들리지도 못했으나 진실되고 정확했던 사람을 통해 당장은 아니더라고 결국 그의 이야기가 다 옳았음을 보여주었다. 결국 진실은 승리한다는 말을 자막에 넣어주고픈 만큼 말이다.



김호연 저자의 이야기엔 우직하고 올곧으면서 또 한편으론 외골수 같은 인물이 존재한다. 사회 부적응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하면서도 그를 믿어주고 기대해주며 기다려 주는 이의 시선으로 사람이 어떻게 변해하고 세상에 어떻게 스미는지를 보여준다. 불편한 편의점의 독고와 나의 돈키호테의 돈사장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고, 그의 세계가 궁금해지도록 만드는 인물이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더 알고싶어지게 만드는 사람이 되기도하고, 왜 저러나 싶어하며 시선 밖으로 보내버리는 존재로서 치부하기도 한다. 염여사나 진솔이 아니었다면 이 이야기는 책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우린 돈키호테의 세계관을 그냥 고전 소설의 일부로 생각하며 나의 삶과는 별개의 작품으로 이름만 들어본 그거? 라고 넘기게 될 것이다. 저자의 글 맛은 우리 주변에 있을법 하면서도 내가 외면하고 넘겨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 술술 읽히고 더 빨리 와닿게 만드는 점이다.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탄력을 잃을 즈음 흔한 사랑이야기를 넣어가며 분량을 늘리거나 소재의 변화를 주지 않아서 더욱 마음에 든다. 더군다나 솔PD가 겪어온 청소년 시절과 현재의 시점은 80년대생인 나의 과거와 맞물려서 추억 회상용과 함께 모든 시절을 겪어온 세대가 공감하기 딱 좋은 요소가 있어서 더욱 반갑게 느껴지고 쉼 없이 읽게 만들었다.

내가 돈키호테를 읽어 본 적이 있던가? 이 이야기를 보면 나는 영락없는 산초 재질인데, 돈아저씨가 필사에 많은 공을 들였던 돈키호테를 읽으면 나도 어느정도 돈키호테같은 기질이 생길 수 있을까 싶어하며 오늘은 완독의 기쁨과 함께 고전을 들춰보며 나도 아는 인물들이 있다며 알은체를 해 볼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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