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시선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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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이번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이 타이틀이 대단하기에 기대감을 잔뜩 안고 보게된 책. 시작도 끝도 단박에 헤치워버리게 만드는 당연한 이유를 가진 글이다. 청소년 시절을 겪는 이들 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쳤고, 아팠던 과거를 지닌 어른이 뒤늦게라도 이 책을 읽고 그 시절을 잘 다독여주었으면 싶어지는 소재였다.


강율. 중3. 타인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아이. 타인과 시선을 교환하는 것보다 아래를 바라보는게 익숙한 이유를 가진 주인공. 과거 겪었던 사건으로 인해 정상 범주에 속하는 것들을 해주길 바라는 엄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과 마음의 병, 일시적인 현상, 어린 나이이니 금방 정상으로 돌아올거라는 어른들의 진단 속에서 어떤것이 '인간다운'것인지를 모르는 외계인같은 자신의 정체성.

진욱, 민우,동휘,그리고 지민과 도해. 이름이 다르고 성향이 다른 것 처럼 율이 가진 심연의 고민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녹여주는 존재.

같은 반인 아이들과 달리 이도해는 다른 반이지만 율이 먼저 궁금해하며 그 친구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과거의 사건을 묻지 않았는데도 먼저 알려주며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고있기에 사라지지 않기를 사라지려 하더라도 부디 마침표 없는 쉼표의 삶처럼 살아주길 바라게된다. 북극성으로 가지 않기를, 그리고 같은 세상에서 숨쉬고 버텨내길 바라면서.



📖기억하는 건, 발_ 득이 될 것 없는 상황에 나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과연 이들 모두 신고를 하고 경찰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인 존재니까.

율이 과거의 기억에 묶여있을 수 밖에 없는 과정. 눈앞의 아버지를 잃게되는 순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없던 상황. 그렇게 살아 난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그렇게 살았음에도 잘 살아내지 않고 있음을 인지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마음의 단호함. 사춘기 마음의 방황보다 더 아픈 사랑하는 이의 상실과 그 모든 이유가 자신에서 온 것이라 여기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생각보다 더 많은 고통속에서 살아내는 중임을 보였다. 병원의 치료만으로도 해결이 될런지, 어떻게 해야만 이전의 모습, 아니 지금보다 나은 상태가 될런지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아이의 불안정한 시선과 괜찮은척 하려는 말투들에 마음이 쓰였다.


📖한밤의 거래_ 타인 같은 건 생각할 여력도 없거든.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곧 익숙해지는 거야. 원래 그런 집이라고 받아들이면 그만인 거지.

학교 생활의 윤택함을 위해 일부러 친한척 하려했고 관계의 이유를 만들었던 또래지만 역시나 그 구성원들도 각자의 고민과 각각의 슬픔을 겪어내는 중임을 알게된다. 잘 사는 집 아이, 재능있는 아이, 그래서 모두의 인기를 받는 아이라 생각했지만 그러한 진욱 또한 누구에게도 말못할 가정사가 있었고, 감추고 싶고 다들 몰라주길 바라는 곪아버린 아픔이 있었다. 바로잡거나 어떻게든 전환시키기보단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마음을 닫아두면 그만이라 여겼던 진욱을 통해 그 것이 옳은 답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된다. 율은 진욱도 진욱의 아버지도 어떠한 필터 없이 직관적으로 바라본 사람이니까. 모든걸 다 안다는 듯한 말보단 담백하게 진실된 한마디로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해줌 이 부자간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을 만나게 된다.


📖강한 사람이 되려고_ 지금은 엄마가 나를 지켜 주지만 엄마는 늙어 가고, 필연적으로 언젠간 나보다 약해질 것이다. 그때가 닥치기 전에 나는 강해져야한 한다. 감정을 죽이고, 타인을 버리고, 오직 나의 이득만을 위해서. 그래서 지금까지 강한 인간이 되기 위해 달려왔다.

율은 자신의 상처를 오롯이 본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부재를 어떻게든 메꿔야한다는 의무감도 갖고 있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그리 해야됨을 느끼는 삶. 그래서 나약해져서도 안되고, 철없이 굴어서도 안된다는 자기검열속에서 애가 애처럼 굴지 못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음을 느낀다. 자신의 몫의 아니라 아버지의 역할까지 해내야 함을 살아있으니 그렇게 살아낸 댓가를 치르듯 얹어진 무게였다.



📖각자만의 세계_ 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이지,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세계를 가진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가난을 숨겨야했던 진욱, 또래의 중심이 되고팠고 모든 소문의 근원으로 인기를 바라던 동휘의 세상, 공부도 잘하고 자존심도 세지만 강한 자존심만큼 자존감을 가지지 못한 민우의 세상도 그랬고, 이곳이 아니라 자신만의 별이 있었으며 이름도 도해가 아닌 북극성으로 불리우길 바라는 부디 반짝이는 삶이길 기대한 도해의 세상까지. 비슷할 수는 있으니 같을 수 없는 아이들의 세계를 통해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겠자만 그래도 이해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평생 반복하며 살아야하는 삶인것을 알려주었다.



📖쓰레기 집_ 자식에게 부모는 세계야. 싫어도 애정을 갈구하게 되는 세계.

밉다고, 싫다고 하지만 말만 그러 할 뿐 완벽하게 미워하고 없어지길 바랄 순 없는 내 세상의 시작점. 자식에게 부모는 그러한 세상의 시작점이다. 미워하리만큼 사랑하고 매번 그리워하고 손길과 시선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런 감정. 그래서 도해도 그 집에서 더 멀리 도망치지 못했고, 율은 얻어진 삶 만큼 더 완벽하게 살고자 마음의 갑옷을 채웠고, 진욱은 아버지가 좋아하는 축구에 목메듯 모든걸 걸었던 과정을 통해 이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하니까 사랑해서 그렇게 바뀔 수 밖에 없었음에 짠하고 가엾게 느껴졌다.


📖쓰레기 집_ 별이 아름답다는 낭만적인 이유에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숙일 수 없었기에 별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래를 보는 순간 비참한 현실을 맞닥뜨릴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비참하지만 그 세계마저 자신의 마음대로 바꿔버리면 껍데기만 있던 엄마마저 사라질까봐 그 곳에서 버틸 방법을 찾은게 고개를 올려다 보는 법이었던 도해. 북극성이 얼마나 반짝이던지를 알아차려주던 율처럼 어떻게든 다시 도해가 자신의 구역에서 반짝이고 살아있음을 알려주길 바라게되는 마음. 졸업식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프롤로그에서도 잘 살고 있다고 명확하게 알리진 않았으나 율의 노트가 다시 돌아 온 것 처럼, 그렇게 멀찍이 떨어져 있더라도 꾸준히 빛을 내어 알려주는 북극성처럼 도해도 그렇게 빛나고 있길 기대하게 되는 끝맺음이다.


'난생처음 타인의 시선이 궁금해졌다.'는 말.

발밑 아래만 보던 강율이 하늘을 보게 만드는 순간, 그리고 고개를 떨구지 않고 눈을 보며 그 사람을 궁금해하고, 눈빛 너머의 생각들에 관심이 생기는 과정. 안으로만 파고 들던 마음을, 제자리걸음만 하던 표현의 방식을 진욱과 지민, 도해를 통해 드러낼 결심을 먹는 것. 그렇게 변해가고, 몸이든 마음이든 지금보다 한뼘 더 키워 나가는 것. 그렇게 율이가 바라보는 장면 속에서 어떻게 버텨내고, 기다리며 기대하는지를 따라가는 과정.

설령 모두를 만족시킬 해피엔딩은 아닐 지언정,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의 마침표가 있는 듯 하여 마음을 놓이게하는 끝맺음까지. 율의 시선을 따라가보길 잘했다 싶은 마음과 함께, 섣불리 조언하지도 다그치지도 않고 기다려봤던 마음의 진득함이 헛된게 아니었음에 또 한번 감사해지는 글로 문장속에 녹여진 아이들의 말과 눈맞춤에 어른의 내가 또 한번 위로받고 마음의 평안을 찾게된다.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가제본 서평단이되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기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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