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이제창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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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테마소설 시리즈들. 이번엔 '방황하는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들을 묶어둔 창비교육의 테마소설. 매번 출간 될 때마다 챙겨 읽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레 읽어야 하는 작품이겠구나 싶어하며 당연스레 챙기게된다. 책 표지마저 예쁜 이 소설은 7명의 소설가가 그려낸 각각의 방황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방황, 일탈, 사색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고요하기도하고 반짝이기도하며 끝을 알 수 없는 바다가 떠오르기 마련이지. 그러한 깊고 그윽하며 때론 이렇게 조명에 일렁이는 바다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방황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도록 나타내고 있었다.


그간 봐온 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들과는 사뭇 다른 표지디자인을 보니 한때 치기어린 시절의 방황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기억 상실로 인한 방황, 사회 초년생의 적응과 방황, 트라우마로 인한 방황, 인간관계에 대한 방황 등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방황하는 모습을 담아두었다.


역시나 창비교육의 테마소설이고 청소년 소설로 구분지어 두긴 하지만 청소년만 읽기엔 너무 아쉬운 귀한 이야기들이다. 다 컸다 생각하며 이제는 누가봐도 어른이겠다 싶은 나 역시도 그 나이 대에 한번즈음 겪게되는 방황도 하고 고민을하며 더 나은 최선의 선택보다는 최악의 선택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민의 꼬리를 이어가게된다. 역시나 머리말의 첫 문장처럼 우리는 그렇게 쉼 없이 흔들리며 꽃을 피우고 한층 더 단단하게 영글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 좁아터진 관계에서도 고민하고 나은 방향을 기대하는 것들을 살펴보니 나에게만 일어나는 불행도 아니며, 나만 괴로운 시절은 아니라는 걸 느낀다. 청춘들이여 쫄지말자, 다 같은 마음으로 같은 갈등과 고민, 그리고 숱한 방황이 있다는 것. 쉬쉬해서 그렇지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이제는 우스개소리로 방황 배틀해보면 내가 더 많을거라고 허세를 부려볼까 싶어진다.




📖요즘 애들_ 점심과 저녁 식대가 따로 나오지 않아 식비나 출퇴근 교통비를 제하면 남는 돈이 없었지만, 괜찮았다. 이 시기를 버티고 나면 더 나은삶이 펼쳐지게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으니까.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내일을 기대하는 삶이다. 그래도 다음달엔, 내년엔, 연차가 쌓이면, 익숙해지면, 진급도 해본 후라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 기대로 살게되는 삶이다. 그러면 나도 '요즘 애들'에서 벗어 난 후 아랫연차를 보며 '요즘 것들'은 으로 시작하며 혀를 끌끌 차는 순간이 오겠지 싶어진다. 황은채와 김남준이 그랬던 수순을 밟으며 우린 그렇게 요즘 애들의 부류에서 요즘 애들이었던 이구역 고인물이 되어 가게된다.

영영 나아진 내일이 안 올거 같아도 시간은 흐르며 그 구역에서 닳고 닳아 눈칫밥만 꾸역꾸역 먹고나면 변하더라구. 나를 대하는 내 태도 뿐만 아니라 나를 대하는 상대를 보는 마음 마저도 바뀜을 느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부터 시작해서 연민과 측은지심이 더해진다. 결국 나도 요즘 애들의 티를 벗은 회사의 고인물이 된 건가보다.



📖요즘 애들_ 입을 닫고 귀를 닫은 채 그저 최선을 다해 일했다. 적을 만들지 않고 모두에게 선하려 노력했으며, 공평하게 곁을 주었다. 그런 종류의 기계적 공평함은 오로지 나를 위한 방어기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땐 자발적 묵언수행을 하기도 했다. 뭐만하면 심드렁하기도하고, 또 매번 대답하며 노력해도 따박따박 말대꾸한다는 듯 쪼아대기에 차라리 입꾹다물고 살자 싶은 초년생 시절도 있었다.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사사로운 가십거리도, 흔해빠진 연예인이야기도 안먹히는 사람이겠구나 싶어 내 선에서 선을 그어놓으면 이 사람도 재미가 나지 않아 나를 찔러대지 않겠지 싶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오롯이 내가 살고자 했던 발악의 방어기제였다. 굳이 서로 궁금해 하지 맙시다. 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갑시다. 누구 하나라도 퇴사하면 굳이 찾아 만날 사이도 아니잖습니까의 철책이었다.

어두운 시기엔 자신만의 방법으로 뭍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지 다른 사람이 알은체하고 꺼내어 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은채와 남준은 동기라는 연대로 서로를 끌어올렸음을 느낀다. 동기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어쩌나 싶지? 그래도 이 지랄같은 회사에 서로를 구제할만한 마음 맞는 사람은 분명 있을것이니 같은 심정으로 파닥파닥 헛손질을 더 많이 하는 요즘애들이 어디 없나 살펴보길 바라는 바다.

회사 고인물 그룹으로 입성한 내가 해주고픈 최선의 조언이다.


📖먼바다 쪽으로_ 세상이 그렇게까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아.

외딴 펜션의 관리인으로 함께하는 둘. 헌데 현태가 좀 이상하다. 불안이 과해 보였다. 누군가가 자신을 쫒아오는 것도 모자라 죽이려 한다는 생각에 불안함으로 둘러싸여있다. 그저 같은 방향일 뿐인 내 뒤의 차량도, 단순히 바다가 더 보고싶어 하루를 더 묵으려하는 손님도, 계획하지 않고 흘러흘러 여기까지 와 며칠을 묵으려하는 외지인도 모두 현태 하나만 보고 온 어둠의 손길로 생각하는 걸 보자니 종희는 답답할 노릇이다.

그렇다. 세상이 그렇게까지 자기를 중심으로 돌지도 않고,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모습을 훑어보고 힐끗거리며 곁눈질하지도 않는다. 당신이 오늘 무얼 입고 왔고, 무얼 먹으려하고, 무얼 손에 쥐고있는지 파파차리마냥 붙어있지 않는데 이 낯선 불안과 알수없는 공포는 현태를 괴롭히고 그 곁에있는 종희마저 위태롭게 만든다.

과한 불안과 걱정은 모든 이가 갖고있는 감각이지만 현태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마 낯선 이로 인해 얻어진 심리적 방황일수도 있겠다. 이건 분명 아픈게 맞다. 담당의에게 치료하고 살펴보며 치료를 해야하는 마음의 상처처럼 보였다. 이걸 어찌 바로잡아야할지는 생각을 많이 해 봐야하는 감각처럼 보였다.



방황도 없고, 고민도 없이 그렇게 당연한듯 다 가진 드라마의 주인공인냥 탄탄대로를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진다. 그럼 아무도 그 드라마를 찾아보지도 않겠지? 과하지 않은 사건과 극중 인물들이 겪어내어도 다치지 않을만큼의 시련은 인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한층 더 성숙한 인물로 꾸며 낼 수 있는 좋은 구실을 만든다. 그런 점에서 시절마다 느끼는 방황은 한번 더 발돋움 하기 좋은 준비자세가 되어준다. 다만 그 웅크렸던 준비자세가 길어지거나 불안정한 상태였다면 그럴듯한 착지가 어려워 당사자도 곁에서 보는 이도 마음을 다치기 쉬움을 느낀다.

건강하게 버티고 단단하게 영근 '요즘 애들' 속 은채와 남준, 그리고 '파종'에서의 민주.

그냥 두어도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던 존재를 소실한 '존재의 증명'속 이름모를 나와 위험한 상황속에서 살아났고 살아내고 있는 '엔터 샌드맨'의 지수의 트라우마 가득한 사회.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형태의 불안을 느끼는 '먼 바다 쪽으로'의 현태. 그를 가장 가까운 발치에서 보고있을 종희가 계속 눈에 밟힌다.

나도 모르게 설움이 북받쳐오르고, 도무지 달래지지 않는 눈물이 차 오르는 날이 있다. 꺽꺽거리며 목놓아 진탕 울어 볼 테니 그 후엔 마음의 방황과 길을 잃은 내 마음이 달래졌으면 싶다. 그렇게 뿌연 시야가 한층 맑아지면 나도 어떻게 살아야되는지 뭔가가 보이겠지. 7개의 단편들을 보아하니 나도 겪었던게 있었고, 인생의 길을 잘못 들었다 싶으면 여기서 본 적 있는 방황도 할게 분명하니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방황'이라는 것에 끝이 있고 유턴 할 수 있는 표지판이 있어 돌아갈 길이 보였으면 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응원하자, 부디.

📖미디어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완독 후 작성한 기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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