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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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정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 공동체. 사회복지사가 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게되고 여기에 모인 아이들은 형제처럼 의지하기도하고 또 현실남매들처럼 투닥거리기도하며 청소년기를 겪게된다. 만 18세가 되면 그룹홈을 떠나 스스로가 보호자가 되어 세상으로 나와야 하는데 부모가 자신들을 다시 데리러 올 것이라는 희망보다는 그룹홈을 나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감사하게도 나는 이러한 고민을 겪지 않는 유년기를 보냈다. 조부모의 손에 자라지도 않았으며 풍족하지는 않았다 한들 부모 모두가 있는 가정에서 무탈히 자라왔다. 이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보편적이라 할 수 없는 귀한 상황임을 세월이 흘러서야 느끼게되었다. 가족이 아이들을 보호해준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가족과 분리된 채 보호해야만 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 그런세상도 존재한다는 것.

이야기는 그룹홈에 살던 민서, 솔&설, 해서의 이야기에서 시간이 흘러 그룹홈을 떠나 각자 독립한 어른의 민서,솔,해서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어느날 부모에게 버림받는 것,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 다른 남자와 가정을 꾸린 어머니가 있다는 것. 아이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보살핌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10대시절 가장 큰 상처다. 성인이 된 후에는 이러한 과거가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자신들의 부모처럼 살지 않기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게된다.




📖31P_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아빠의 전화번호가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어떻게 아빠 번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한 번도 가진 적 없었는데. 하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없는 건 이렇게 슬프구나. 내겐 슬퍼할 기회조차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빠라는 사람이 있었지만 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던 시간들이다. 민서를 두고 떠났고, 그룹홈을 퇴소 할 때까지 데리러 오지 않은 사람이다. 복지사선생님이 알려주어 부고를 접했지만 이미 친권을 포기한 사람이기에 법적으로 남남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 민서에게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어린 민서로 돌아가 슬퍼하는 느낌이었다. 민서가 성인이 된 후 딱히 보호자라는 존재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지만 과거의 어린 민서에겐 보호자 없던 그 순간이 아직도 큰 슬픔이며 눈물덩이리였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50P_ 정확히 말해서 이상하기보다는 나쁜 사람이었다. 내 생각에 해서 언니는 한번 떠나서 돌아오지 않은 아빠보다 주변에 머무르며 상처 주는 엄마를 더 미워해야 하는 게 맞는다. 나는 기억에도 없는 엄마보다는 아빠가 더 싫었다. 애초에 미워할 대상을 알아야 미워할 게 아닌가.

그룹홈을 통해 같이 자란 해서는 엄마처럼은 살기 싫으니 완벽한 가정을 꿈꿨다. 상대는 가벼운 만남이었지만 해서는 금새 사랑에 빠졌고, 혼자 큰 미래를 꿈꿨으며 임신까지한다.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더 우선시 되는 민서나 나같은 경우엔 보여지는 세상이 빤한데 오랜기간 지겨본 사람도 아닌데 마음을 주고, 아이를 갖는다는게 이해되지 않는 해서였다. 또 달리보면 불완전한 가정이라 여겼을 자신의 삶에 빠른 안정을 찾기위해 사랑이 급급했고, 남들이 봐도 문제없을 가정이라는 합을 꿈꿨을 해서의 계획이 짠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누리지 못한 삶이었기에 빨리 아이를 가져 자신이 못 받은 사랑도 듬뿍 주고,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유년시절도 치유하고픈 마음이 큰 해서. 이야기의 초입이지만 이미 답이 나와있는 듯한 행보에 엄마처럼 살기 싫지만 엄마처럼 결정을 하게될까 두려운 해서의 삶이 비춰지는 듯 해 마음이 쓰였다.


📖76P_ 너도 알잖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거. 부모 좀 있다고 태어날 때부터 나보다 옳은 인생이래? 내 부모 내가 선택한 적 없고 지들도 똑같잖아. 갈 데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살았지만 고맙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 내 마음 안다고 이해하는 척하는 것도 싫고 거기서 살았던 생각하면 쪽팔리고 끔찍해.

그룹홈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다른 가정의 아이들처럼 자라도록 지원받게되는데 주거지의 정보도 공개되지 않으며 기본적인 배움의 공백도 없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있으나 한창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 감정선을 면면히 살펴보진 못한다. 아이들은 더 많은 어른들의 시선과 싸워야했다. 진짜 부모와의 갈등과 부모 대신하는 사회복지사와의 마찰. 그룹홈을 나온다 한들 단정히 끝맺음을 하고 헤어진게 아니니 달라질게 없는 관계의 어그러짐이겠다. 사회복지사가 온전히 보듬고 토닥여주더라도 역할을 대신할 뿐이지 원래 해 주어야하는 존재의 주체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도움을 바란적도 없고, 도움이 되었던적도 없다고 여기는 해서의 마음은 어떻게 해야 잘 아물어질 수 있을까.


📖161P_ 나는 언젠가 들었던,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잘 받고 잘 준다는 말이 떠올랐다. 딱딱하게 굳은 내 표정을 어떻게 생각한 것인지 솔 언니가 내게 말했다. 갚지 않아도 된다고. 돌려받기 위해 준 게 아니고.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이런 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내가 이상한 걸까.

사랑을 하게되면 이따금 듣게되는 말이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잘 준다'는 말. 받아본 만큼 돌려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이야기하는데 이 또한 보편화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말해주고싶다. 사랑을 넘치게 받았기에 욕심이 지나쳐 나눌 줄 모르는 사람도 있고, 항상 모자란 사랑의 마음 덕분에 나만은 그러지 않아야겠다 다짐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민서에게 들려주고싶었다. 나의 것을 타인에게 준다는 것.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눠 갖는다는 것. 돈이든 마음이든 모아오며 지나온 수고로움과 감정의 고됨을 감수하고서도 하고픈 마음과 행동의 움직임은 배워온 방법이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대로 하면 되니 잘 하고 있는 것임을 확신이 들도록 답해주고싶어진다.


때때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음을 느낀다. 으레 그래왔던 것 처럼 일상 속에 있어왔던 것이라 여기는 것이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는 특별함이라 생각하면 보편적이며 당연한것이라는 말은 다 가지고 사는 자들만이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축복받았다고 해야 할까. 머리통이 굵어지고나서야 느낀 것은 나를 버리지 않았으며 놓치지 않은 감사한 부모의 양육이다.

솔, 설, 해서, 민서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의도하지도 않았던 과정이다. 그러니 이 아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세상은 남겨진 자들에게만 이유를 묻고, 더 나은 결과만을 기대한다. 양육권을 포기한 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것도, 폭행과 흉기를 휘두르는 보호자에게서 분리되어 여기까지 오게된 아이들의 심리를 살피는 것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일단 격리하여 아이들을 떼어냈고, 그 아이들이 방황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교육과 생활을 영위 하도록 지원한 후 법적 성인이 되었을 때 자립지원금을 쥐어주며 퇴거를 허락하지만 통보라는 말이 더 어울리도록 내보내어진다. 트라우마, 사회부적응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결책도 없다. 더 큰 일만 벌어지지 않도록 그렇게 조용히 청소년기를 보내고 어른이되면 알아서 살아야하는 세상에 몰린 덜 영근 이들. 걱정과 우려가 가득한 일도 있었으나 그럼에도 살아갈 이유를 만들고 또 살아가도록 연대하여 사는 셋이 기특해진다. 부디 완벽이가 이 셋을 어떻게든 살아내도록 하는 힘의 근원이 되어주면 좋겠다.

📖 미디어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완독 후 작성된 기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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