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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평점 :

소란스러운 교실. 어느순간 정적이 되어버리는 복도. 하루종일 함께 생활을 하는 곳. 함께 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그 너머에는 경쟁이라는 현실이 더 크게 자리잡고있는 공간. 10년 넘게 일상을 보내는 곳이자 가장 예민한 시기를 버티는 곳. 그 곳이 마냥 평온할리 없지. 80년대생에게 학교 괴담이라 하면 학교는 항상 공동묘지에 지어졌다던데 신도시도 그에 해당하려나? 학교 동상들은 밤마다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그 큰 돌이 움직이는데 소리가 안 난다고? 밤에 울리는 음악실 피아노소리와 과학실 해부 표본의 심상치않은 움직임까지. 고전이라 그런지 지금은 해당 안 되는 클리셰가 가득하다. 스터디 위드 X는 고전의 매력에 요즘 감성을 얹어낸 서늘한 학교 괴담시리즈로 지금의 10대들의 서늘한 여름을 쥐어준다.
이전보다 규율이 느슨해졌고, 한 반에 있는 인원도 훅 줄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과 시기의 눈초리. 그들만 아는 세상 속에 어떤 이야기가 있고, 어떤 감정의 공포가 있을지 보다보면 어른이 되어버린 나도 10대의 걱정과 고민, 말 못할 이야기들은 무엇이 있는지 대충 감이 잡힐 듯 하다.

📖스터디 위드 미_ 나는 성공한 사람이 될 거야. 그래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그런 사람. 근데 이젠 단순히 공부만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시대가 아냐. 학벌은 기본이고, 특출한 기술이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건 명예건 일단 유명해져야 따라온다구. 근데 내가 이 나이에 이 얼굴에 아이돌이 되겠니, 배우가 되겠니? 아무리 생각해도 유튜브밖에 답이 없다 싶었는데, 내가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잖아. 근데 스터디 브이로그 쪽도 경쟁이 장난 아니더라. 득목고, 외고 애들에 유학생에, 구독자가 생각만큼 빨리 안 늘어.
전교 1등은 이런 고민을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오로지 공부만 하며 창창할 자신의 미래만 기대할 거라 생각했다. 각자의 고민과 각자의 선택이 있지만 1등의 세계에선 별개라 여겼다. 내가 못 해본 부류의 삶이니까 그렇게 단언했나보다. 공부가 답은 아닌데 공부는 기본으로 해야 하는 시대. 머리 좋은 걸로도 잘난게 충분히 충족되지 않는 세상. 그래서 또 하나의 갈래를 터서 잘 살 궁리를 하느라 아등바등인 아이. 10대 아이의 머릿속엔 생각보다 더 많은 고민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다급한 기운이 가득하다. 수아가 보아온 어른들의 삶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지 않으니 쫒기듯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제대로 된 어른이며 괜찮은 어른으로서의 표본이 되어주는 이가 주변에 없었던 상황이 미안해진다.

📖그런 애_ 그냥 구멍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 이상의 것을 기대했다. 그 너머에 자신이 욕망하는 무언가가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도끼를 쫓던 앨리스도, 판의 미로를 헤매던 오필리아도, 버드나무 아래 도착한 해리 포터도 그 안에 들어갔겠지.
선물을 바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는 귀여운 장난에서 시작되었으나 이들이 들어온 전설은 잔인했다. 한이 맺힌 여자는 그 구멍을 빠져 나오지 못했기에 억울함이 가득했겠지. 억울하게 죽은 여자가 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지 이해 할 수 없지만 그 간절함을 아이들도 알기에 대나무숲마냥 거기서 못다한 이야길 풀며 가장 귀하고 아끼는 걸 바치며 소원과 소중한걸 맞바꾸려 한 듯 하다. 각자의 간절함 만큼 큰 약점도 없으니까.

📖하수구 아이_ 그때의 장난은 아이들이 서로에게 하는 경솔한 놀이 따위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따돌림이었다.
쓸데없는 권력을 쥔 듯한 그시절 아이들의 장난. 그걸 막는 이는 또 다른 재물이 될게 뻔하니 어느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 소문을 진실로 만들 수 있다며 키득거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드라마나 소설에만 있는 이야기는 아니란걸 깨닿는다. 약하고 힘없는 존재와 공존하며 사는 명랑만화의 긍정적인 삶은 어디에도 없나보다. 되돌릴 타이밍을 놓쳤고, 사과할 기회도 잃었다. 이 시절의 힘겨루기가 므슨 소용이 있나 싶어진다. 나의 학창시절이나 지금의 10대들 세상이나 이런건 왜 꾸준히 대물림되고있는지를 생각하지만 도무지 그렇다할 해결책은 없어 보여 마음이 쓰인다.

한창 투니버스 채널이 인기를 끌던 시절. 그 때 본 학교괴담이라는 만화를 잊지 못한다. 생각이 많고 예민함만 가득한 그 때의 나는 무서워 하면서도 계속 리모컨을 그 채널로 기웃거렸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후반부엔 왜 다들 슬퍼하고 힘들어했고 누구에게도 말 하지 못했던 마음앓이가 있었던건지 이유를 묻고싶어지기도 했다.(학교 괴담이라 한들 사연없는 에피소드는 없었으니까)
공포 성장 소설이지만 마음이 아팠던 아이들이야기 비중이 더 커서 짠해지고 안쓰러워졌다. 공부의 압박, 동급생간의 따돌림(이러한 아이를 친구라는 단어로 뭉뚱거려 말하고 싶지 않다), 극단적 선택, 구설수들. 얼마나 아팠을까 싶으면서도 윤재처럼 편히 떠나지 못한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야하는지를 고민해본다. 귀신으로 변해 나타난 아이들이라 공포를 앞세운 성장소설이라 분류를 했으나 한 번 쯤은 마주했을 동급생의 모습을 한 아픈 소설이기도 하다. 설렘과 기쁨도 있겠지만 불안과 두려움도 함께 존재하는 시절이다. 귀신이 나와서 무섭기보단 어른들은 분명 모를 공간에서의 이야기를 어른들도 알고 있다며 너희의 세상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고 일러주고파지는 마음이다. 공감 할 부분이 너무 많은 이야기들. 그래서 청소년 소설도 어른이 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진다.
📖 미디어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기록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