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다. 라떼라는 소리 하는게 미안하지만 라떼는 이런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서 바라보는 미디어 세상도 신기한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어진다. 일상에 녹아든 미디어는 따로 분류 할 수 없을 만큼 일부가 되어버렸다. '숨쉬듯'이라는 말과 함께 '무의식적으로'라는 말처럼 의존하고 있는 삶을 살고있다. 없이 산 적이 없었다는 듯 태어날 때 부터 손에 쥐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몸의 일부이며 감각의 한 기관처럼 되어버렸다. 단편 8편의 이야기들은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의 일상을 밀어당겨 아무렇지 않게 들여다보는 청소년과 2030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 외면했던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말과 글, 그리고 책에 존재가 더 애틋했던 나 조차도 손바닥 속의 화면에 넋 놓고 시간을 먹혀버리는 것에 순순히 응하고있음을 느낀다.

각각의 단편은 '결국 그럴 줄 알았다.'로 시작하면서 '진득 그럴만하다 싶었지.'라는 탄식과 함께 '나중엔 더 할지도 몰라.'라는 씁쓸함을 흘리게 하더라. 좋은데 마냥 좋을 순 없고, 멀리하고 싶으나 어느새 내 곁에 찰짝 붙어버린 그 세상에 대해 작가들이 던진 화두에 묵직한 생각을 달아본다.


📖후원명세서_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기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우리 형편에 대학이라니. 사람이 분수를 알고 살아야지.

유년시절 후원 단체의 도움을 받으며 자란 윤미는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된다는 생각에서 성인이 된 이후 진로를.... 그러니까, 밥벌이의 장소도 그러한 단체로 옮겨갔다. 미디어가 원하는 모습이며, 미디어를 접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맞춤형으로 살아가고있음을 보인다. 다들 하나같이 도움을 받았으니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되고 선한 사례가 되고자 한다는 인터뷰에 절대 어긋나서는 안된다는 듯 색칠공부 까만테두리 안에서마는 조신하게 살아가는 인물로 보인다.

사건은 윤미의 삶의 방향과 다른 경로를 보이는 후원아동의 모습에서 혼란과 함께 이것이 정말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를 생각하게된다. 후원자들은 자신의 선행으로 인해 우위에 있음을 즐기려는 뉘앙스를 보인다. 남학생은 키보드 워리어들에 신경쓰지 말라며 되려 후원사 직원을 위로한다. 후원을 받는 아동이라고 갖고 싶은 것 마저도 소박할 것이라는 후원자의 생각. 원하는 것을 말하라길래 솔직히 말해준 후원아동. 질문에 대한 답은 솔직했다. 솔직해서 화가 날 수도 있는 것. 그렇다면 후원자는 무얼 기대한 걸까?

가정의 달, 연말에 맞춰 만나는 빈곤 아동들과 취약계층 후원 광고와 인터뷰들. 갖고 싶은 것 마저 제한선을 두도록 편집된 영상은 시간이 지나도 이 포멧을 유지하고있다. 인터뷰 편집패턴은 미디어가 발전하고 세대가 변하며 세상이 바뀌어도 변할 생각은 없어보인다. 나에게 많은 것을 떼어 너에게 함께 쓰자고 권하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너를 살렸지 않느냐는 상하계층이어야 사람들이 자극 받게될거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은 한순간에 바뀌진 않을 듯 하다.




📖지아튜브_ 사람들은 아빠랑 지아가 놀면서 돈 버는 게 배 아픈 거야. 우리가 유명해지고 부자가 된 게, 차가 바뀌고 집이 바뀐 게 부러워서 더는 못하게 하려고.

이 또한 많이 봐온 유투버의 삶이다. 한 때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을 물을 때 아이돌보다 유투버를 하겠다는 대답이 월등히 많았다.(라떼는 대통령, 과학자, 의사, 선생님..... 이었는데, 그때의 아이들은 꽤나 뭣 모르고 자라는 녀석들이었나보다. 요즘은 유명해지고 돈 많이 버는게 최고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한 세대를 반영하듯 김혜지 저자의 지아튜브는 인기 유튜브 주인공인 지아가 직접 이야길 하며 서러운 마음을 토로한다.

손가락을 타고 들어간 댓글들은 무조건적인 지지가 있고, 절대적인 악플도 같이 들러붙는다. 유명해지면 자연스레 돈벌이의 수단이되고 아이는 부모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얻게된다. 자연히 본업을 버리고 아이를 내세운 영상 활동에 매진하게되고 그 조회수와 광고에 울고 웃게된다. 조회수가 터지는 날에는 엄마아빠가 행복해하고, 그렇지 못한 날엔 싸움이 끊이질 않다는 이야길 하는 지아의 표정과 행동에서 자신의 행복보단 영상에 비춰지는 돈이 잘 벌릴만한 행복을 바라고있었다. 뭐든 잘 나가면 그걸 제지하려는 낯선이들의 접촉도 빈번해진다. 믿음을 주었던 채널 작가가 최대 악플러로 돌아서면서 겪게되는 아이의 감정 변화. 아이는 잘못한게 있을까? 조회수가 폭발하려면 대단한 기자회견이라도 해야될 듯 한 흐름이다. 여론이 이슈를 만들고 이슈는 사람을 쥐고 흔든다. 영상을 클릭하는 이의 맘에 들게 하려면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야 속이 후련 할 듯 하다. 내 진짜 심경보다 그들이 원하는 진짜 미운 심보. 그 진심이 더 중요해보이는 세계로 느껴져 선득해진다.



📖무료나눔 대화법_ 상대방의 구구절절한 내막까지는 알 필요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대화를 그만둬야 한다. 정말이지 내가 알고 싶은 건 지금 가져갈 수 있는지 그뿐이다. 가능하세요? 가능합니다. 무료나눔 대화는 이래야 했다.

장소와 어울리지 않게 뜬금없이 손에 쥐어진 물건. 공허한 눈빛. 누굴 기다리는지 오가는 사람에게 시선이 옮겨가는 모습. 초조하니 휴대폰만 톡톡 두리는 행동에서 우리는 조심스레 다가가 '당근?'을 외쳐야 할 느낌이다. 나도 해봤고, 당신도 해봤을 그 한마디. 당근!

구구절절한 사연따위 필요없는 사이다. 필요하면 찾아보고 사진을 살펴보면 그만이고, 원하면 구입 가능 여부만 질문하고 답을 얻으면 되는 사이. 물건으로 인해 맺어지는 관계이긴하다만 다시 만날 일 없고, 다시 이야길 나눌 사이가 아닌 조합이다. 이 것 하나로 시시콜콜한 각자의 히스토리는 거르게되는 방식에서 단답형의 대응에만 반응하는게 편해짐을 느낀다. 이 집에서 식탁이 갖고있는 히스토리는 길고 장황하지만 무료나눔하여 얻어가는 이에게는 그닥 중요치 않는 사항이되어버린다. 그렇게 물건도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다시금 떠올리게하는 과거회상 매개체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그냥 사전적 의미의 존재 정도로만 채워지곤한다.

당근으로 무료나눔해서 알아서 갖고가라했다가 직접 들어다주고, 다시 그 집에서 무료나눔으로 받아오는 과정. 단답형을 원했던 이에게 이 과정은 어이없고 황당함 그 자체의 하루였다. 식탁을 버렸으나 게임기를 받아온 그. 와이프가 뭐라 하려나.....




언젠가 부터 자신의 의지와 사고의 선택은 뒷편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선택과 고민보다는 알고리즘에 의존하며 들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정하게된다. 축적된 데이터들이 알아서 해 줄 텐데 뭣하러 찾아 헤매겠냐는 것. 실패를 거듭하며 비로소 만나는 애틋한 순간이 사라지게된다. 대신 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 들 중에서 빨리 추려내기 위한 급한 눈동자와 손가락의 움직임만 향상되겠지.

일상에서 미디어를 빼면 단조롭고 심심하며 비어버린 느낌이 들 건 당연해 보인다. 친숙함에 시작했고 익숙함에 녹아들었고 당연함에 쥐고있는 것들이니 이젠 멀리 할 수도 없다. 나만 눈 가리고 귀를 닫아버린다고 끝날 일이 아니니 어떻게 잘 데리고 살아가야하나를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미디어도 변해 갈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이 될 수도 있겠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진화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결국 미디어와 인간의 삶은 끝까지 손잡고 가게될 생명과 문명일테니 서로 서운함 없도록 모쪼록 잘 사는 방향을 기대한다.

📖 미디어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기록된 글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