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백수린 외 지음, 이승희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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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는 소설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면 함께 걷는 소설은 우정, 혹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나의 몇 안되는 벗들이 떠오른다. 외향형이 되고싶지만 뼛속까지 내향형인 사람인지라 친구를 사귀고 유지하는게 쉽지않은 사람이다. 연초마다 학년이 바뀌고 새로운 친구들과 1년동안 반에서 지지고볶아야하는 그 시작점이 항상 걱정으로 가득했고, 이사를 하면서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낯선 이들의 시선을 한번에 받는 부담감. 끼리끼리 모두 친한 것 같은데 나만 뒤늦게 찾아와 둥둥 떠있는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런 사람도 어찌어찌하다보니 이렇게 사람들에게 섞여 살고있다.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튀지 않고 무리속에 젖어든 나로 산다는 것. 주변에 어떤 이가 있느냐에따라 많은 변화를 느껴왔다. 끌어안는 소설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면 함께 걷는 소설은 우정, 혹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나의 몇 안되는 벗들이 떠오른다. 외향형이 되고싶지만 뼛속까지 내향형인 사람인지라 친구를 사귀고 유지하는게 쉽지않은 사람이다. 연초마다 학년이 바뀌고 새로운 친구들과 1년동안 반에서 지지고볶아야하는 그 시작점이 항상 걱정으로 가득했고, 이사를 하면서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낯선 이들의 시선을 한번에 받는 부담감. 끼리끼리 모두 친한 것 같은데 나만 뒤늦게 찾아와 둥둥 떠있는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런 사람도 어찌어찌하다보니 이렇게 사람들에게 섞여 살고있다.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튀지 않고 무리속에 젖어든 나로 산다는 것. 주변에 어떤 이가 있느냐에따라 많은 변화를 느껴왔다.


백수린_고요한 사건

재계발을 바라고 온 이사. 부모는 이곳의 아이들 대신 옥상에서 멀리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친구를 맺기를 원한다. 교실안에서도 사는 지역으로 나뉘는 무리. 그나마 공부 잘 한다는 이유로 무시당하진 않는다. 사는 환경에 따라 자연스레 나뉘어지고 급이 생기는 관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게 만든다.


이유리_치즈 달과 비스코티

멋지게 사는 어머니와 그렇지 못한 아들. 극명한 삶의 명암. 돌과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던 아들의 삶. 학교 폭력을 당할 때 정당방위로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돌을 던졌던 그날. 그 이후 돌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하게된다. 폭력에서 벗어나게 해준 유일한 도구이며 내 말을 들어주는 유일한 사물. 돌과 말하는 이와 만화속 등장인물을 닉네임으로 정한 이들의 대화와 에피소드. 인간 대 인간만이 친구로 단정지을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멸시와 폭력을 일삼는 이와 친구를 하기보단 생각 속 어떠한 사물과 친구가 되는게 되려 마음이 편한 이들의 모습(물론 이걸 평범하다 말할 순 없지만 폭력보단 나은거 아니겠어?)


강석희_우따

반에서 유일한 아시아인 주인공과 아프리카 계열인 우따. 눈에 띄는 차별은 없으나 외로운건 어쩔 도리가 없다. 결국 인종이 다르면 차별이 당연하고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는 걸 학교에서부터 느끼게 된다. 부당한 것에 대한 반박보다 더 센건 인종이나 특정 계층간의 서열이며, 이것이 대물림된 세대에는 크게 달라질게 없다. 친구? 그게 뭔데?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건데




📖우따_ 더 나은 무엇이 되자. 그때 만나자.


차별이나 특정 계층에 대한 부당함은 있어선 안 된다고 하지만 그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학교다. 그걸 선동하는 이가 교사가 될 수도 있고 부모가 될 수도 있으며 학생들끼리 나눈 우월집단이 주고 한다. 서슴치않고 제 멋대로 굴고, 그걸 내버려두는 꽉 막힌 세계다. 거기서 문제를 제기하고 잘못을 바로잡아보려는 마리엘이나 우따의 움직임은 감사하지만 소극적인 나로서는 적극적으로 도울 수 없어 더욱 웅크리게된다. 그들의 행동이 잘했다고 응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렇게 마음을 먹기까지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교장을 비롯한 그쪽 무리들도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점이다.

더 나은 무엇이 되고픈 우따.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이 있을지, 더 지독한 세상만 남은건 아닐지 최악의 상황만 떠올리는 나. 사람이 좀 긍정적이고 희망차야하는데 늘 이렇게 부정적으로 끝이 난다. 좋은 것보다 좋지 못한게 더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지니 이런 기억들만 오래 머물다보니 씁쓸함과 찝찝함이 남는다.

김지연_굴 드라이브

작년 봄에 읽었던 저자의 '마음에 없는 소리'에 있는 단편. 역시나 지금 봐도 속터지는 반장의 태도를 다시한번 갑갑증 느끼며 읽게된다.

우연한 동창과의 재회. 그러니 이 기회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흘리며 말하며 잘못도 아닌걸(반장은 이걸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했다며 용서를 구하는데 너그럽고 사려깊은 모습을 흉내내기에 급급한 모양새. 더 어이 없는건 어쩌면 싫어할 게 필요했는지 모르겠다는 말 마저 명치가 꽉 막히게 만든다. 과연 반장에겐 진심으로 대하는 이는 몇이나 될 지를 생각하게된다. 후반에 주인공에게 이야기했던 용서는 안 해줘도 되니 그냥 오라던 그 목소리를 떠올리면 이런 생각이 든다. 모두에게 인기와 인정을 받던 반장 시절과 다른 지금의 처지가 만든 태도에서 만약 그녀가 지금의 처지와 다른 조건이라면 알은체를 하긴 했을까?



📖굴 드라이브_ "그건 잘 모르겠어. 어릴 땐 다들 그렇잖아. 어떤 일을 하면서도 왜 하는지 몰라. 그냥 하는 거야. 어쩌면 싫어할 게 필요했는지도 모르지. 우리가 보기에 넌 뭔가 좀 이상했나 봐."




어릴 땐 다들 그렇다는 식으로 자신의 잘못 보다는 치기어린 사춘기의 불안정한 감정을 탓하라는 뉘앙스의 발뺌. 사과가 먼저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을 감싸기 급급해보이는 말들. 애초에 사과할 마음은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가보다. 화풀이용 샌드백처럼 여긴 같은반의 마음에 안 드는 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자신은 그래도 되지만 반장 본인의 어린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그러한 대우를 받는다면 똑같은 소리를 하게 될까? 너는 그래도 되고, 니 자식들은 그런 대우를 받아선 안된다는 식으로 태세전환한다면 반장은 더 나쁜놈이다. 결국 그게 나쁜행동이라는 걸 안다는 거니까. 알고도 그러는 놈이 더 고약하다.

천선란_그림자놀이

서이라. '깨진 거울 수술'로 공감 능력과 감정을 사라지게 만드는 수술로 감정없이 살기로 한다. 김도아. 우주탐사 참여. 어린시절 가종의 상실로 인한 슬픔을 갖고있고 추방당하듯 떠나게된 지구. 그렇게 20년간의 세월을 지구 밖에서 보내다 다시 들어온다. 많이 맴돌다 돌아왔다.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존재는 이라에게 도아뿐이고, 도아에게도 이라가 유일한데 20년의 텀이 생겨버림.

이라의 수술, 도아의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시간. 자신을 온전히 보듬어주던 이의 부재는 도아의 급성 백혈병 만큼이나 서로에게 쓰리게 다가온다.



📖그림자놀이_ 과거에 대한 기억이 조금 틀어질 수 있다는 것과 타인과의 공감뿐 아니라 자발적인 감정마저도 둔화된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후자를 부작용이 아닌 극대화된 효과라고 칭했다. 타일을 통해 옮겨 오는 감정을 제외하고 인간이 하루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 ...

그토록 원했던 담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울 하나만 깨뜨리면 되는 거였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나의 상태를 알리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때로는 나를 쉽게 여기도록 만드는 만드는 허술함이 되곤한다. 특히나 이라의 직업이 그러한 집단 중 하나겠지. 그래서 스스로를 먼저 지키고픈 마음에서 이 수술을 했을거라 생각된다. 이미 많은 감정의 상처가 있으니 이젠 나부터 살고보자 싶은 마음에서 감행했을 이라의 지친 마음. 그걸 알아주고 무심하게 등을 툭툭 쳐 줘야 할 도아의 부재도 분명 수술의 동기가 되겠다.

삶에 즐거움도 없고, 상처받는 상황도 없겠지만 눈물나게 행복하고 기쁨에 겨워할 감정도 둔화되는 것.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즐거울 때 내 즐거움을 기꺼이 들어주고 지쳐있을 때 지긋이 바라봐주는 존재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도아없이 20년을 지내온 이라의 비어있는 마음이 가여워진다.

김사과_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점수따라 대학 네임에 기대어 간 곳. 그저그런 흥미 미지근한 기대감으로 국문과에 입학한 수영. 자신과 다른 성향인 한비에게 끌림을 느낀다. 잘하고 싶고,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에 쓰게된 시, 그리고 한비와의 대학생활. 자신만의 세상에 심취한 수영이 걱정되는 부모. 역시나 부모는 자기 자식보다 어울려 다니는 한비를 탓한다. 부모가 원하는 번듯한 삶의 표본은 아니지만 서른까지 달려온 수영은 수상도 했고 학원 수업도 나가고있으나 어머니의 성에는 차지 않아하며 역시나 일관되게 한비를 탓한다. 한비가 아니라면 번듯한 공무원, 책임감있는 남편이 자동완성되듯 수영의 삶에 자동 완성되어질까? 내 딸은 안 그런데 친구 잘못 만나서라는 핑계가 가득했던 어머니인데 자유로이 즐기며 제 몫 다 챙긴 한비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계속 똑같은 이야길 하실 수 있을까?


김혜진_축복을 비는 마음

이 또한 예전에 읽었던 작품. 그래서 아는 결말이며 새로운 조합의 만남이라 응원하게되는 인선과 경옥의 이야기.

입주 청소를 하는 인선, 신입 경옥. 베테랑 인선이지만 양사장에게 문제되는 지점을 지적하지 못하는 포인트를 집어네는 경옥. 좋은 사람으로 일하다보면 몸이 남아나질 않음을 터득한 사람들. 양사장과 일하지 않고 인선은 경옥과 손발을 맞추며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콤비의 모습.


우정이라는 소재로 담아낸 단편들이었다. 친구가 되면 닮는다는 말을 하는데 달라서 더 끌렸고,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닮아가는 경우도있다. 여전히 나와 다른 이의 모습에 끌리는 마음도 있다. 역시나 우정이라고 불려지는 관계에서 똑같은 모습은 없다. 그리고 학창시절에 알게되고 맺어진 관계만 친구로 정의 할 수도 없다. 나이와 성별, 국적, 때론 종의 특성을 막론하기도 하지. 타인이 바라 볼때 '그게 돼?'라고 할때, 당사자들이 '그게 돼!'라고 하면 친구인거지 다른게 뭐 있을까.

이야기들을 보면 씁쓸해지는 관계도 있고, 말장난 하듯 이멤버 리멤버라고 응원하고픈 관계도 있다. 관계라는 것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어떠한 사건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삶의 흐름이니 무조건적인 영원함을 바라는 건 욕심이겠다.

내 나이 즈음 되면 단적인 친구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가 몇차례 걸러지는 과정을 느낀다. 초/중/고/대학을 기점으로 같은 행보냐 다른 선택이냐에 따라 훑어질 것이다. 이 과정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라고 봐주자. 그런 후 사회에서 알게된 이와 더 자주 만나 질 수도 있을 것이며, 공과 사를 구분하며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로만 두기로 할 것이다. 또 한번의과정. 가정을 이루면서 내가 쳐 놓은 테두리 안의 존재들에 집중 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이들을 떠올린다. 먹고사는일에 열중하다보니 내 가족 내 새끼 챙기는데에 급급한 삶의 기간이다. 제발 쌍심지켜고 비난말고 애쓴다며 응원하며 한 발짝 멀어짐도 기꺼이 받아주면 좋겠다.

그렇게 몇번의 솎아짐을 거치고도 생존해있는 몇 안되는 나의 벗들을 떠올려본다. 애증의 관계, 걸러지지 않은 단어들로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먹는 영특한 놈들. 톡방의 단어 몇개로도 기깔나게 알아채는 무서운 이들 속에서 우리는 마음을 놓게되며 긴장을 풀어본다. 카카오톡이든 인스타그램이든 팔로우되어있지만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목록에서 지우기엔 언제 한번 연락하지 않을까 싶고, 대뜸 연락하기엔 너무 뜬금없다 싶어 주저하게되는 이름 앞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저 무탈한 안녕을 바라면서 그들이 대소사를 겪을 시기에 부담없이 나를 떠올리며 연락을 주었으면 싶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만 나를 찾는게 아니라, 그런 일이 있어서 나의 축하와 위로가 필요했다는 거겠지. 나 역시도 기꺼이 찾아가고프니 너도 나를 잊지 않았구나 싶어하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함께 걷자며 손 내밀어주는 사람으로 살고싶으니 7편의 단편 속에서 누구처럼만은 살지 않기로 마음먹어본다.


📖 미디어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기록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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