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방울 채집 - 곁을 맴도는 100가지 행복의 순간
무운 지음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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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볼 수 있는 귀여운 그림 에세이. 복잡한 일들이 쌓여있을 때 거기에 굳이 파고들기보다 때때로 그림책으로 힐링하는 책덕후. 그림책을 어린이들만 봐야된다는 편견을 버린지 오래. 요즘은 어른들이 보아도 좋을 그림에세이가 많다. 그리고 책장에 책등만 보아도 사랑스러운 디자인도 많아아 소장하기 딱 좋다. 주중엔 활자와 숫자들에 얽메여있었다면 주말엔 좋아하는 차와 디저트를 곁에 두고 이러한 몽글몽글 그림감성이 페이지마다 가득한 그림에세이로 마음 쉬어주기를 해 주어도 좋다.



봄에서 시작하여 겨울로 마무리되는 이 책은 계절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느끼는 일상의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행복의 순간을 담고있다. 어느 계절에 치우치지 않고 반듯하게 나뉜 듯 계절마다 25개의 행복함이 담겨있다. 이삭과 보리라는 토끼와 이들의 반려견 망두.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둘에게 놀러오는 개구락찌들 까지. 꽃가람 마을에서 보내는 달달한 순간이 페이지에 가득하다. 글밥이 많지 않아도 공감하기엔 모자람이 없을 순간을 적어두었고, 꽃가람 마을에서 보내는 이삭과 보리에게 나와 남편의 일상을 녹여내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분좋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시작하는 연인들에게는 로망이 가득한 계절이야기 일 수도 있겠고, 소꿉놀이 하듯 지낼 신혼부부에게는 계절마다 꼭 해봐도 좋을 신혼 가이드북이라 해도 좋겠다. 나처럼 연애도 결혼도 오래된 중년(?) 부부에게는 달달했던 추억을 떠올리기 딱 좋은 낭만가득한 그림책이 되어 주겠지.




📖 18_ 문득

도시르 떠나 꽃가람 마을로 온 이유는 창문 너머 멋진 하늘을 놓치고 있다는 게 너무 아쉬워서. 그저 그뿐이다.


지쳤나보다. 많이 애쓰고 살아왔나보다. 행복하려고 함께 사는건데 행복할 틈이 없었던 이삭의 예전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있다. 남편의 얼굴보다 동료의 얼굴을 더 오래 보고 있는게 맞는건가 싶고, 행복하게 살자고 돈 벌고 있지만 이 순간은 전혀 행복하지 못한 과정. 그래서 이삭은 쉼표를 찍어둔 듯 하다. 쉼표니까. 쉼표 다음에 띄어쓰기하고 다시 이야기가 이어져 나올테니까 보리는 그 순간을 기다려주고 함께 해 준거 같아 내가 다 고마워진다. 힘들다 표현 할 수 있는 상대. 그럼 힘듦을 알아주고 쉬도록 해주는 상대. 그래서 보리와 이삭의 날들이 행복해보이나봐.


📖 48_ 하루의 끝

"오늘 하루는 어땠어?"

하루의 끝이면 풀밭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이 쏟아질 것만 같다. 우리에게로.


조근조근이라는 말보자 조잘조잘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시간. 하룻동안 함께 있지 못했던 순간을 재잘거리며 알려주고픈 다급함. 그렇게 나는 당신에게 나의 일상을 다 알려주고싶고, 당신은 또 기분좋게 들어주는 시간. 밤하늘의 별들을 다 셀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들어주겠다는 그런 약속같은 순간이야.

여름날엔 특히나 유성우쇼가 많다. 우리도 별이 잘 보이는 곳까지 찾아서 돗자리 펴 두고 한참을 별구경하던 때가 떠오르게 만드는 보리와 이삭. 올 여름도 까먹지말고 별구경하러 가야겠다. 보리와 이삭이 우릴 부러워 하도록.

📖 57_ 가을하늘

고개를 들면 유난히 높고 끝없는 하늘이 펼쳐진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입 밖으로 나오는 말.

"행복하다."


별 거 아닌거 같지만 어려운 말. '행복하다'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나도 이 말을 자주 들었다. 속으로 삼키는 감탄사보다 입 밖으로 뱉어내는 감정의 표현. 말을 하는 사람도 행복하고, 듣는 사람도 기분좋아지게 만드는 단어. 거기에 덧 붙여지는게 하나 더 있지. '행복이 별거냐. 이렇게 같이 있는게 행복이지!'라는 묵음처리같은 보리와 이삭의 시선.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행복하고, 또 어떤 날엔 춥고 비오는 날이 오면 손 꼭 잡고 시린 손 데워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어 행복하고, 감사하고. 우린 생각보다 제멋대로 이유를 붙여 행복해 할 수 있는 능력이 많다.



📖 94_ 새근새근

"내일은 오늘보다 더 멋진 하루가 되길."


기분좋은 굿나잇 인사. 매일매일이 똑같을거라 예측하면 재미 없잖아? 분명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일이라는게 뻔히 보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끼린 모르는척 해보자 싶은 오늘의 마무리 멘트. 그럼에도 우리는 더 멋진 하루를 만들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오늘의 엔딩도, 내일을 위한 미리보기도 이렇게 멋지게 마침표 찍자.

여기 있는 단어들이나 짤막한 문장들은 내 곁에 있는 이가 자주 해주는 표현이었다. 그래서 이전보다 어둠이 줄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곁에 있는 이가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지친 이삭에게 쉼을 주는 보리. 쉬어가고싶어하는 이삭을 위해 보폭을 줄여 나른한 걸음도 괜찮다는걸 보여주는 보리의 모습. 구구절절 자세한 문장들이 없어도 그림과 짤막한 단어 몇개로 유추가 가능했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있었으니 내가 겪어온 계절과 닮아 기뻐하며 봤는지도 모르겠다.

2023년만 하더라도 벌써 두 번째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봄은 갔고, 여름이 시작되어야하는 시기인데 나의 마음처럼 아직 봄을 보내기 싫은지 아침저녁의 쌀쌀한 공기가 가득한 5월이다. 얼만큼 더 더우려고 그러나 싶은 간 졸여지는 여름의 입구에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삭과 보리처럼 하루의 끝이 '행복했다'로 끝맺음이 되면 좋겠단 바람을 가져본다.


📖 밝은세상을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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