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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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환경. 사회적제도이긴하나 자신있게 신청서를 내는 이를 보진 못했던 유니콘(?)같은 근로 혜택. 그걸 당당하게 써먹는 아빠들의 모임. 동종업계(?) 고단함을 알아줄 육아파파 고생담 배틀.

일단 이 조합이 신선하다. 나름 중견기업이라고 분류되는 제조업에 몸을 담고 있는 나도 이 회사에서 육아휴직쓰는 직원을 못 봤다. 아? 있었구나. 내 선임. 육아휴직 3개월쓰고, 보육기관과 조부모에게 도움을 받을 여건이 안 되어 결국 퇴사했던 얼굴도 모르는 선임은 그렇게 회사 사람들에게 먹튀의 오명을 쓰고 도망치듯 아이곁으로 가 버린 후 아무도 그 제도를 입밖에 꺼내질 못했다. 만삭까지 버티다가 자연스레 퇴사를 했고, 임신 초기 조심해야될 시점에 업무 과중과 병원을 오고갈 물리적 여건이 되지 못해 퇴사를 한 이들만 있을 뿐. 더군다나 남자들은 이 제도에 대해 언급도 안 하더라. 이러한 지방의 중소, 중견기업에서의 육아휴직은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일단 이 육아 파더들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가능했다고 말하고싶다. 마케터, 금육서비스 기업 콘텐츠 제작자, 전략 투자자, 프리랜서 작가, 컨설팅 기획자. 우리가 직장인이라 말하면 이해될 일반 사무직이나 현장 관리직, 현장직 근로자는 없다. 아마 고용노동부에 통계에도 내가 말한 직장인들 중에는 육아휴직을 쓰는 이가 극소수 일 것이다.(남자와 여자 성비를 망론하고) 당당히 육아 휴직을 낼 수 있는 직업과 내 생각을 글로 툭툭 내 던질 수 있는 것에 능한 능력자 아빠들의 이야기. 아이들이 한창 자고 있을 때 새벽같이 회사가는 아빠 말고, 평일 해 떠있는 시간에 놀아주고 곁에 있는 아빠들의 이야기. 보조 양육자가 아니라 주 양육자로서의 생생 후기들.


생경한 아빠 육아일기. 티비에서 보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현실판을 보며 내 주변에 없는 낯선 세상을 흘깃거려본다.




📖 아빠, 나만 따라와_ 게임에서는 매번 아이가 앞서 나간다. 이미 게임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는 차근차근 자기 레벨까지 따라올 수 있는 방법을 내게 알려준다. 행여나 서툴러 버벅거려도 절대 열 내지 않는다. 그 놀랄 만큼 차분함을 곁에서 느끼며, 나는 보호자로서의 태도를 거꾸로 아이에게 배운다.

이제 막 세상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아빠는 만물박사, 척척박사, 백과사전처럼 여겨질 것이다. 아빠가 모르는 세계를 알려주는 아이의 마음을 떠올려보면 얼마나 흥분되고 기대되는 일일까? 나도 드디어 아빠에게 알려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게된 순간. 어떻게하면 조리있게 내가 아는 건 아빠에게 자랑 겸 전수 할 수 있을까 싶은 고민. 나도 아빠 만큼이나 이 분야에서 척척박사라고 불리우고싶은 기대감도 가득할테니 아이는 정성스레 일러주며 알려주는 재미를 배워간다.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함을 겸비한 채 다정히 살펴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아빠는 감탄과 반성의 감정을 교차할 것이다. 이렇게 컷나 싶으면서도 나는 아이에게 울컥 화를 냈던 적이 없었나 싶은 자기반성까지. 역시나 나이가 적고많음은 중요하지 않은가보다. 나이는 어리고 조막만하지만 게임박사님의 무궁무진한 세계는 내가 아는 영역 그 이상의 반경을 갖고있음을 감탄하게 된다. 요런 감정때문에 함께하는 재미라 하나보다.



📖 육아휴직의 50가지 그림자_ 지금은 1980년대가 아닌, 2020년대 아닌가. 양육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휴직을 한다는데 왜 응원을 안 해줄까. 누구는 2년까지도 쓴다는 데 왜 6개월 가지고 회사를 걱정할까.

좀 써먹으라고 내어둔 국가 정책이지만 맘편히 쓰는 사람을 못 봤다. 배우자 출산 후 사흘? 일주일? 출산 휴가 쓰는 것도 이래저래 눈치보고 쓰는 판국에 몇달씩 자리를 비우게되는 육아휴직을 누가 좋아할까. 국가에서 급여 지원을 해 주어도 사측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체 인력 충원이나 기존 직원의 업무 분담으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 그리고 실무자의 공백으로 인해 얻어지는 더딘 업무진행과정을 모두 감내하고 축하하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그러니 눈치보며 쓰기 미안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싫은소리를 들어야하나 싶어하며 육아휴직보다 퇴사를 선택하는 이가 많았다. 아무리 출산 정책을 그럴듯하게 내어봐도 필드에서는 딴나라 이야기라며 관심도 안 준다는 걸 책상머리 행정자들은 알기나 할까.

그러니 이 아빠들이 부럽다. 그리고 살짝 질투도 난다. 업무의 분야가 다르니 그럴 수 있겠지만 이 결정을 수락하는 기업문화도 부러워진다. 당장 내 아이 걱정보다 회사 걱정을 해야하는 수많은 직장인 아빠 엄마를 떠올리면 육아휴직과 돌봄정책, 출산 장려의 다양한 제도가 새삼 낯설게 느껴질 뿐이다.


📖 부모가 노키즈존을 만났을 때_ 규칙이 아닌 차별, 배려가 아닌 배제, 우리나라 아동 인권의 현실, 보호가 아닌 혐오 등등 검색창에 노키즈존을 치면 이미 수많은 언론과 블로그가 논리 정연한 문장과 묵직한 단어들로 노키즈존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를 분석하고 눈리를 만드는 일이 직업이라 그런지 새로운 근거와 해결책을 접할 때마다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도 들었지만, 이상하게 찝찝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조카랑 식당이나 카페를 가든, 남편과 함께 아이없이 노키즈존이나 예스키즈존 어느곳을 가든 드는 확고함이 있다. 이 파트를 싣은 저자와 파더스 클럽의 대화를 무조건적으로 공감을 하긴 어렵다. 일단 나는 아이가 없는 부부라 그렇게 생각 할 거라고 선긋기를 먼저 하고 내 말에 반박할 준비를 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아이 때문에 생겨난 노키즈존은 없다고 말해주고싶다. 우리도 분명 아이의 시절을 겪어온 어른이고, 그 또래의 부산스러움과 활동성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다만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아이를 동반한 양육자나 돌봄자가 아이를 방치하고 자신들만의 여유로움을 즐기기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 말해주고싶다. 뻔히 뛰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전력질주하는 아이나 고성을 지르는 순간. 소품을 허락없이 만지거나 판매되는 물건을 덥썩 쥐고 제 것인냥 사용하는 것. 이것은 아이든 어른이든 모두가 해서는 안되는 공공의 질서이며 약속이다. 이걸 훈육하며 재제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 때문에 노키즈존이 생겨나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한두번 그러는건 아이인데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 상황이 반복되면 자신의 아이라도 화가 날 상황이지 않을까. 양육자나 보호자의 관리와 함께 공공의 질서를 배우는 과정이라면 나는 예스키즈존도 환영한다. 아이는 그럴 수 있지만 그걸 방치하고 방임하는 어른은 그러면 안 되는 것이기에 노키즈존을 선호하는 이도 있다는 말을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저러나 상황이 사람을 만들듯 내 이야길 다 듣고서도 아이가 없으니 그리 생각 할 수 있겠다고 대화를 끊어버린다면 난 더 할 말이 없어진다.

두서없고 치열하며 예측불가한, 그것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상의 육아 단편은 없었다. 처음 세 가족이 코로나에 차례로 걸려 집에서 고군분투한 날, 아이가 처음 라면을 끓여보도록 도와주었던 날, 화장실 뒷처리를 스스로 하고 나와 뿌듯해하던 모습, 아이가 게임을 가르쳐주어 함께 해본 여가활동, 엄마없이 뮤지컬 본 날, 익숙한 곳을 벗어나 부산까지 내려와 아이와 아빠만 함께 한달살기를 했던 시절. 어제보단 좀 더 특별한 날을 보냈던 아이와 아빠의 일상에 대한 설명과 아빠의 낭만 두 스푼이 더해져 육아는 힘들고 어렵지만 뿌듯하고 행복한 것이라는 예쁜 마침표가 찍혀있다. 육아는 할만하고 아이는 꼭 있어야하며 아이로 인해 어른도 한번 더 자라 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국가 인구정책 기관에서 좋아할 출산 장려 에세이처럼 보인다)

아이와 아빠의 2인3각이라 했지만, 일반적인 양육 주체였던 엄마와 경제생활 주체인 아빠의 역할만 바꿔치기 했으니 여기에 돈벌러 나간 엄마의 어깨동무 협업도 무시못할 뒷받침이다.

누구에게나 돌봄과 양육은 매번 새롭고 놀랍다. 운전은 연수라도 하지, 직업을 갖는건 학창시절 직업체험이나 인턴제도를 통해 비슷한 패턴을 익히면 되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첫째와 둘째가 똑같을 것이라는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오죽하면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놈들인데 이리 다를까 싶어하기도 한다는데 그 어려운 사람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전담한다는 게 박수받을 일임은 분명하다.

서툰 아빠들의 육아일기라 말들하지만 아빠만의 육아일기는 아니었다. 아빠의 자리를 메꾸는 엄마, 아빠의 숨통을 틔워줄 조부모, 모든 매체와 교육기관을 통해 아이는 자라고 아빠는 또 그 단계에 맞춰 같이 레벨업 하고 있었다. 역시나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애써야하는게 맞았다.

육아 장려도서로서의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현실육아와 비교해보면 이렇게 분류된다. 글 속에 담긴 육아는 신라면 매운맛이지만 실전은 불닭볶음면의 핵매운맛으로 편차가 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예비 아빠들에게 이 책을 봐주었으면 하는 이유는 맨날 회사가는 아빠 말고 나랑 추억이 많은 아빠가 되고픈 이들에게는 제법 괜찮은 육아동지가 되어 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결혼과 함께 빠른 육아의 세상을 꿈꾸는 신혼부부가 있다면 둘 다 읽어보라고 권하고픈 에세이다. 대신 꼭 이 말은 전해줬으면 좋겠다. 이 책엔 매운맛 원더웍스와 미운 네살, 미운 다섯살과 같은 미운 시절 떼쟁이 대립구도는 철저하게 배제되었다고 말이다.


📖 미디어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기록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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