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씨네마인드
박지선.황별이.최윤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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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위해 멀티플렉스를 찾아가기보단 주말에 하는 영화소개 채널에 귀를 열어두는 편이다. 나보다 훨씬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선으로 알려주는 이들의 코멘트와 함께 보고 있노라면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인지, 이건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내용인지를 알 수 있더라는 것. 어떤 이가 소개하느냐에 따라, 어떤 내용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느냐에따라 같은 작품도 다른 해석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러한 영화 분석 채널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갖지 못한 배경 지식을 기반으로 한 관점 분석이라는 것이다. 보통은 영화전문 유튜버, 배우, 성우, 작가가 알려주는 분석에 익숙해져 있을 즈음 범죄심리학자가 말해주는 영화 이야기. 확실히 솔깃한 이야기다.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국내 최고의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영화를 분석하는 콘텐츠 '지선씨네마인드'를 시작하게된다. 영화는 사건과 사고와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소재이지 않던가. 그러니 작품 하나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과 내면의 심리가 숨어있을 터. 감독이 의도했던 캐릭터를 배우들이 구체화 했다면 이제는 박지선 교수가 그 인물 하나하나의 음영을 넣어주는 차례라고 보면 좋겠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작 14편을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좀 더 디테일하고 색다른 시선에서 보는 것. 이미 아는 영화라도 다시금 궁금하게 만드는 시선이다. 미처 알지 못하고 스쳐간 이들의 심리와 내면의 갈등들. 외부 자극으로 인해 어떻게 또 변해갈지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추격자_ 피해자는 모두 피해자일 뿐이죠. 고귀한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피해자가 따로 나눠져 있진 않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은건지 촉지 좋았던 것인지 박지선 교수가 이야기하는 영화는 대부분 다 본 것이었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더라도 케이블채널에서 첫장면부터는 못 보더라도 진득히 앉아 엔딩크레딧까지 봤던 것들. 그 중 첫 장이었던 추격자. 공포물을 잘 보지 못하는 쫄보가 성인이 되고 영화관에서 보았던 폭력성이 짙은 작품. 그래서 더욱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을 바로 첫 장에서 다루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는 것.

심리분석관과 범인 간의 심리전도 팽팽했지만, 심리분석관이 범죄자의 본질과 심리를 파악해 자백을 이끌어가는 과정을 박지선 교수의 코멘트를 보니 이것이 전문가의 관점이구나 싶어진다. 지영민의 심리상태와 동네 주민들이 지영민의 단면만을 보고 해석한 인간의 단편적인 견해들까지. 비뚤어진 과시욕과 관심을 받고싶어하는 모습은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나온다. '아! 이 사람은 일반적으로 내가 아는 인간의 모습은 아니구나!' 살임범이라 지목하지 않았으나 자백함으로써 자랑하고파하고 주목받고 싶어하는 일반화되지 않은 비딱한 과욕.

나는 지영민의 심리에만 주목했었지, 미진에 대한 기본 인물 배경에 주목하지 않았 던 것 같다. 박지선 교수가 말했듯 미진의 캐릭터가 '성매매 여성'으로 지정했던 이유가 있을까? 일면식도 없던 동네 주민이었어도 지영민은 미진을 살해했을지 모른다. 그에겐 이 모든 과정에 동기가 뚜렷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마지막에 한번 더 짚어주지 않았다면 그러려니하며 넘어갔을 지정된 캐릭터의 아쉬움을 이제서야 공감하게된다.




위플래쉬_ 희생양을 통해서 플레처에대한 공포를 덜어 내고 싶었겠죠. 사회심리학에서 '공정 세상 신념'이란, 세상은 공정하기 때문에 '좋은 일은 착한 사람', '안좋은 일은 나쁜 사람'에게 생긴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말합니다. ... ...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피해자를 탓하며 불안을 줄이고자 하는 무서운 심리적 기제의 작용이죠.

올해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심리학 용어, 가스라이팅. 언젠가부터 이 단어가 일상언어로 쓰이고 있음을 느낀다. 위플래쉬를 볼 때엔 플레처 교수가 학생들을 세뇌시킨다고만 느꼈지 이게 더 큰 범주로서 사람을 제 맘대로 움직 일 수도 있다는 것에 놀라게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어릴때부터 일상언어처럼 습득한 '착한 사람', '나쁜 사람'에 대한 확고한 분류법으로 내면을 알아가려 노력하기보단 직관적으로 간파하려함을 느낀다.

저 사람은 지금까지 내가 살며 느낀 사회적인 동향으로 볼 때엔 나쁜 사람의 범주에 가깝다고 느끼는 순간 부터 해가 될 까봐 미리 선긋기하며 이 선을 넘어선 안 된다며 자기방어의 태세를 갖춘다. '나'를 기준으로 나보다 나쁜 사람이어야 내가 사는데에 덜 손해 본다는 뜻을 품는 거지.

생각해보면 세상은 공정하기 때문이라는 미사여구보단 내가 공정하기 때문에 라는 단어가 숨어있다는걸 느낀다.




위플래쉬_ 언어폭력 역시 신체적 폭력 못지않은 수준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정서적 학대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피해자는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리게 될 뿐만 아니라 사회성이 떨어지는 후유증을 겪기도 합니다. 사회의 규칙을 깨려 하는 반사회성, 혹은 사회적 참여를 회피하려는 비사회성을 띠게 되기도 하고요.

사전적 정의를 보면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합 할 때에 쓰는 수단이나 힘을 말하는 것이 폭력이다. 일반적으로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무기로 억누르는 힘도 이르는데에 언어와 상대를 마주할 때 조성하는 분위기까지 포함해야 됨을 느낀다. 이러한 것이 반복되다보면 자동 반사 능력처럼 그 존재에 대한 이름만 명시해도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하겠지. 가끔 이러한 것을 일삼는 존재들을 보면 자신이 군림하고자하는 욕망도 커 보인다.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내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방향이 아닌 강압적이고 독재적으로 통치하려하는 반대적인 성향. 과연 이러한 인물들은 모두 원하는 결말로 끝이 났을지 궁금해진다.

올드보이_ 자기 정체성이 곧 복수가 되기에 이른 두 사람은 복수에 몰입할수록 원래의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자기 회복이 근본 목표였다면 두 사람은 복수를 실패했다고 봐야겠죠. 진작 아물었을 수도 있는 상처가 더 깊어졌을 뿐입니다.

최고의 복수는 용서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교양과목 심리학 교수가 했던 말인데 당시에는 교수가 몹시도 아량이 넓은 사람인가보다라며 나이들면 다 저렇게 변하는 것인지, 심리학 교수라서 이해의 폭이 넓은가 싶어하며 흘려들었던게 살다보니 그 말이 맞았단걸 한참 후에야 느낀다.

이 영화와 완전 맞아떨어지는 문장은 아니겠지만 복수와 용서는 참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간극이긴 하다.

복구 오롯이 나의 분을 삭히기 위해 충분한 도구 일지, 나를 갉아먹기에 알맞은 독 일지는 분명 알고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화로 둘러싸여있으니 보이지 않겠지. 나를 다스리는 것 또한 큰 공부가 필요하고 긴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다 안다고 여겼지만 어떠한 코멘트가 붙느냐에 따라 다각도로 해석되는 인간의 내면을 보고있자면 내가 놓치고 있던 심리와 찰나가 숨겨진 듯 하여 놀라웠다.(이전에 봤던건 수박 겉 핥기 식의 흐린눈으로 봤던거라 반성했네) 사람이어서 가능했겠다는 추측과 사람이길 포기한 너머의 숨은뜻에 내가 알고있던 인간의 다면성을 배우는 한 권이 되었다. 박지선 교수가 고심하고 분석했던 14편의 영화 외에도 새로이 개봉될 영화에 어떠한 코멘터리가 붙을 수 있을지 비교해보면서 독자로서 팬으로서 신작 분석 요청 리스트를 꾸려봐도 재밌을 듯 하다.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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