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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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했던 작가의 작품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면 다음 소설도 기대가되며 다른 추천사나 MD들의 작품평을 보지 않고 바로 예약구매를 하게된다. 작가의 필력을 믿고,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을 알기 때문이지. 2년전 이맘때인 2020 여름이겠다. 백온유작가의 작품인 '유원' 알게되었던 때가 지금처럼 더운 여름이었지.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을 읽고싶게만드는 한줄평에 이끌리듯 읽게되었고 책을 읽기 했지 싶은 마음도 들었다. 결국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자기 문답은 청소년기이든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어른이든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도 했으니 말이다.

📖10P_ 식물적인 인간을 돌보는 일과 식물을 기르는 일은 어느정도 닮아 있다. 하지만 눈으로 바라보는 하늘에도 구름이 차오르는지, 엄마가 바라보는 나무에 과연 새가 앉고 바람이 드는지, 그런 것들이 의무니다. 엄마의 세상은 멈춘 오래인 듯했으니까.

이야기는 '시안' 시선에서, '해원' 입장에서 이야길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툭툭 내어둔다.

시작은 '시안' 이야기. 엄마를 간병하는 것에 자신을 내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시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시안을 돌봐주던 엄마. 포비돈을 바르고 상처를 후후 불어주면 상처가 쓰리고 따갑지만 나를 돌봐주고 있는 엄마의 존재에 안도감을 느끼며 통증이 가라앉던 순간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버린 상태. 욕창이 생겨도 쓰리다는 한마디 하지 않는 식물인간 상태의 엄마를 돌보는 시안은 생각이 많아진다. 평범하던 일상속의 엄마를 떠올리다가도 이렇게 텅빈 눈으로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을 보면 시안이 바라는 기적과 일말의 기대는 괜한짓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어린 나이다. 자기 성적에 툴툴거리며 입시준비를 해야하는 학생이다.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부모보단 또래 친구가 좋을 나이. 그런 아이에게 비빌 언덕같은 존재여야할 엄마의 병수발. 급히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 시안은 이미 자신을 놓아버렸음을 느꼈다. 6년의 병수발은 어른도 하기 힘든데 아이는 속은 성한곳이 있긴 한걸까 싶어지는 걱정만 더해진다.

📖13P_ 나도 요즘 애들인데. 대단한 희생처럼 보여도 막상 닥치면 다른 애들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망도, 외면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어쩌다가 사실을 일찍 깨달았을 뿐이다.

요즘 애들 맞지, 3인데. 막상 닥치면 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어른들도 많고, 도망치며 놓아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병에 장사 없다고 하지 않던가.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보장만 있다면 믿음 하나로도 살아낼텐데 이건 당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니 하는 말들이라 생각된다.

도망치듯 병실을 빠져 나오더라도, 두눈 질끈 감고 모른척 하고파도 결국 엄마인데 누가 돌보나 싶어지는 마음. 아는데 알아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묵묵히 해오는 시안. 그런 모습에서 나는 불안감이 느껴지나 모르겠더라. 계속 담아두고 묵혀두며 쌓아만 올리다보면 어느샌가 차고 넘쳐 터져버리거나 와르르 무너질까 싶은 조마조마한 심정.

이야기의 시작부분인데 시안의 상황을 들으니 고생했다는 말보단 너는 지금 괜찮냐는 질문을 먼저 해주고 싶었다. 진짜 괜찮은게 맞는건지 물어봤자 당연 괜찮다는 대답을 텐데, 나는 대답보단 속이기 어려운 아이의 눈빛을 보고싶었다. 혹시나 엄마의 시선처럼 비어있으면 어쩌지 싶은 걱정과 차라리 울어버리면 속이라도 시원할텐데 싶은 마음. 무엇이더라도 자신의 상태를 표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만 커졌다.

📖76P_ 모든 노력과 정성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코로나시대를 살아가는 . 이야기속의 프록시모라는 전염병의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엄마를 간병하는 시안. 속의 이야기라고 특별할 것이 없고, 주변에서도 많이 겪어왔고 아직도 진행형인 이야기들. 환자를 위해 애써보는 보호자. 그런 보호자를 반복되는 좌절을 보면 무어라 쉽사리 조언도 못하게되는 주변인들.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엄마를 자극하며 감각을 되살려보고파하고, 좋아하시던 페퍼민트 차를 우려 입안을 적셔보는 수고로움. 반복되는 일상이며 진전없는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경건하게 하는 의식과도 같은 행동. 아마 모든 노력과 정성은 시안이 그렇게라도 해야만 생명을 유지 같아 하게되는 습관화된 자기위안의 표출과도 같았다.

📖142P_ SNS 접속했을 , 해일은 잔인한 현실과 맞닥뜨려야 했다. 친구들은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도 기다리지도 않았다. 증오할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이 해일의 공간에서 해일을 짓밟고 있었다.

밖의 세상인 코로나도 그러했고, 아이들이 겪은 프록시모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염병이 시작되던 초기의 슈퍼전파자들은 질타를 받았고 병균을 옮아왔다는 식으로 세상에 유해한 존재로 제대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일상을 삼켜버렸고, 인간관계의 단절과 함께 집단화로 이뤄진 사회를 갈라버렸다. 모든 사건의 근원은 이들이 되어버렸다. 제일 만만한 핑계거리가 겪이다. 이들 때문에 모든 것이 지경이 되었다는 결론이 지어져버렸으니 자취를 감추고 다른 이로 살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그러길 바라는 모두의 바람처럼 보였다.

📖190P_ 차는 엄마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번도 제대로 즐긴 적이 없는데 몫의 한잔으로 약간의 여유와 평화가 생긴 같았다. 향은 선생님과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전체로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매일 엄마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우리던 페퍼민트 . 이제는 엄마의 곁에서 바라보던 시안과 간병인 선생님 앞에 놓여진다. 그간 말하지 못한 속에 담아둔 이야기들. 간병인 선생님에게도 도움이 필요한 아픈 자식이 있음을 먼저 말하며 시안의 마음을 툭툭 흔들어줬다. 오랜 간병의 기간동안 겪었을 수많은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며 모든 마음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길 바라신 했다. 자신을 탓하고 스스로를 겨냥하지 않았음 싶어하는 어른이 바라보는 어린 보호자의 불안정한 마음 달래기 같은 시간.

📖191P_ 너무 슬퍼하지 .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거야. 사람은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거라고 생각해 .

덤덤하고 당연한 삶의 과정처럼 말하는 선생님의 이야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은 늙고 병들게 되어있다. 그게 사람마다 조금 다른 기간을 . 이르다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기간이 다른 이들보다 뒤늦게 찾아오기도하며, 단기간에 끝나기도 한다는 . 그저 순간이 다른 것이지 특별함이 없다. 다만 시안에겐 이르고 길게 다가옴을 알리며 시안은 엄마를 먼저 돌보고, 선생님은 아들을 먼저 간병할 뿐임을 확실히 알려주셨다. 돌봄을 받고 자라지만 순간의 기억은 쉽게 증발해버린다. 그러다 손이 누군가게 절실한 필요가치가 있겠다 여겨질 즈음 우린 돌봄이 아니라 간병이라는 다른 단어로 돕게 된다는걸 느낀다. 손길이 제법 쓸모 있어졌다는 사실처럼 여기면 서글퍼질까 싶은 생각도 해본다.

📖207P_ 그냥, 순간 흉내내고 싶었던 같다. 보통의 고등학생을. 나도 시간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를 누리는 척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잠깐의 텀을 두고 도착한 아빠의 답장을 보고는 미련 없이 집을 나올 있었다. 허락을 받은 걸로도 충분했다.

특별할 없는 대화들이지만 시안의 입장에서는 맘을 먹은 문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친구집에서 자고 가도 되냐는 물음인데 질문을 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웠고 자신을 못난 아이로 내몰았을까. 아빠의 답장에 이정도면 된거다 싶은 단념을 하기까지 시안은 얼마나 자신을 찌르고 있었을지.

때로는 세월이 어른을 만드는게 아니라 순간순간 처해진 상황들이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하다. 불행이 성급한 성장을 야기하며, 순순히 상황을 삼켜 이르게 어른이 되어버린 시안.

📖220P_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누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병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마지막 대화라는 알았다면 엄마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엄마는, 우리는,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다.

삶에서 30 미리보기라도 있었다면, 설령 그게 낚이듯 된통 당해버린 예고제라도 있어준다면 일말의 준비라도 할텐데 정말 인생은 얄짤없다. 재난을 준비하기는 커녕 빠릿한 대응이라도 있도록 알게모르게 넌지시 눈치라도 주면 좋겠는데 우리는 그건 낌새를 알아차릴 감각이 없다. 그래서 아쉽고 아리다. 이게 마지막 대화일지 마지막 눈맞춤일지 아무도 몰라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때를 후회한다. 천년만년을 바라지 않는데도 이별은 갑작스러웁고 단숨에 삼켜야했다.

시안의 순간들을 들여다보면 과거의 나와 겹쳐보인다. 어눌하지만 그래도 대화가 되었고, 퉁퉁 불어버리고 윤기를 잃었으나 약하게나마 온기가 있던 이의 손을 맞잡을 때엔 그나마 차도가 있겠지. 더디겠지만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라는 했는데 다급한 이별을 하고나니 모든 순간이 이렇듯 급작스러울까봐 두렵기도 했다. 나에게 만약이 없을까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식의 극적인 반전이 없을까봐 싶은 불안감.

그래도 이건 소설이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뻔하지만 시시하겠지만 그래도 라며 시안에게는 시간이 길면 좋겠단 바람이 생겼다.


📖264P_ 우리는 서루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유일한 사람들일지도 모르지만, 미래에 우리는 함께하지 않는 나았다.

모든 시작은 혜원의 가족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 책임을 전가하고 싶었을 마음이었다. 전염병의 시작점은 혜원의 가족이지만 어느새 증발해버린 그들. 남은건 전염되어 후유증을 앓고있는 껍데기만 남은 엄마. 일상을 회복하고 개명까지 과거의 모든것을 지워 멀쩡한듯 살아가는 혜원을 보았을 복잡한 감정과 어린시절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이 뒤엉켜 괴로워하지만 그렇다고 시안은 혜원의 행복까지 갉아먹을 없었다. 혜원의 행복을 덜어낸들 엄마는 달라지지 않음을 아니까.

나의 일상은 이렇게 바뀌었고, 시안은 너와 같은 시대를 살지만 방향은 확실히 달라졌음을 혜원이 느끼게 해주었다. 여전히 혜원이 좋고 행복했던 어린시절을 아는 사람이지만 같이 있을 더이상 행복 없어 각자의 삶에만 집중을 하기로 한다. 때로는 모른척 사는 . 어디서 아주 살고 있겠지 하며 더이상의 안부를 묻지 않고 짐작만 하며 사는 . 그래야 내가 있는 . 시안은 그걸 선택한 걸로 보였다.

지금도 그러한 감염병속 일상. 3년째로 접어든 상황 속에서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하지만 속에서는 끝없는 두려움과 함께 ''보다 '' 무사안일을 간곡히 바라고있다. 이젠 딱히 피할 곳도 없다. 간병인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겪을 일들이라는 . 그게 언제가 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다른이의 간병을 받을 밖에 없는 삶임을 기억해둔다.

시안의 생각과 행동들은 모든 간병인들이 겪을 만한 고민과 감정이었다. 어려서 그럴 있다는 식으로 감정을 하찮게 여겨선 안된다. 모든 인간이면 자신의 삶과 분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것이고, 뜻하지 않은 감염으로 감염 매체게를 원망하며 그들과 나를 계속 비교하게 것이다. 당연한 마음쓰임이다. 그걸 어떻게 대처하느냐와 마음을 밀어버리고 오늘 내가 바라보는 이를 얼마나 사랑해주고 표현해주어야 하나 싶은 마음분배가 필요해보인다.

모든 분노와 화를 누르고 나는 마음을 다해 후회 없이 이를 사랑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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