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가까운 사이 -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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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상단에 있는 한 문장에 마음이 계속 가더라.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사춘기는 진즉 지났으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받는 미적지근한 감정. 좀처럼 적응하기 힘든 감성의 온도이다. 


나도 관태기(인간관계 권태를 느끼는 것) 인가? 내 멘탈에 디바이스 케어를  할 타이밍인가? 그래봤자 회사 동료들과 손가락에 꼽힐 만큼의 친구. SNS와 메신저에는 두자릿수의 인원까지가 한계치.(한때 인맥 좀 넓혀본다고 근근히 100명을 채웠으나 내 취향에 맞지 않다는걸 인지하고 그만둠) 메신저 대화목록 스크롤을 이리저리 넘겨 보아도 근 한달치에서는 대화하는 인물들은 딱 정해져있더라는 것. 그런데도 왜 내 마음에 공간이 없는건가 싶다. 게임 바보라도 스테디셀러와도 같은 고전 게임인 테트리스 하나는 기깔나게 잘 하는데, 감정의 테트리스는 왜 이리도 안되는 걸까. 곧고 길쭉한 마음의 블럭은 나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방향키를 눌러가며 애쓰는 걸까. 


P37_ 핵심 미덕이 '양보'였던 탓일까. 그게 나에게 익숙하고 유일하다시피 한 교류 방식이기에 편하다고 착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스스로 편하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행동하면서도 머리로는 늘상 내가 더 배려한다고 여기는 인식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양보가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 내가 딱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피로도 당연 높을 수 밖에. 나는 온전히 100을 주었는데, 되돌아온건 고작 60이라는 생각을 하면 무엇때문에 그러한지 되려 나를 향한 수십개의 질문의 화살을 던지기도 한다. 항상 내가 맞춰오는 방식은 에너지 소모도 클 뿐만 아니라 감정의 에너지도 훅훅 줄어든다. 우리 연비 나쁜 이런 감정 놀이는 좀 줄여보자. 내가 느껴온 바를 상대도 한번쯤은 생각 해 보도록 나를 맞춰 줄 수 있도록 방향전환 해보자. 기계들도 스마트해지고, 연비들도 최고사향으로 높아지는데, 고작해봐야 100년도 못 쓸 나란 놈의 멘탈 연비도 스마트해보자.


P41_ '관심의 흐름'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일생에 걸쳐 타인의 과도한 관심과 무관심 사이에서 관계의 균형을 찾기 위한 여정을 반복한다. 그 과정이 언제나 즐겁기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 다채롭고 의미 있어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을까.

이런게 다 샤이관종이라니ㅋㅋㅋㅋㅋㅋ 요즘 신조어 만드는 분들의 작명 센스에 물개박수를 보낸다. 그 샤이관종이라는 사람이 나 일줄이야.


SNS는 하지만 일거수 일투족을 다 내어주긴 싫고(별거 없는 삶이라 너무 별거 없는게 티 날까봐 조마조마 한거지), 고민고민해서 올린 사진과 영상에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긴 한 그야말로 샤이관종 중에서 으뜸가는 인간. 인싸가 되고픈 아싸. 시소를 타려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그 끄트머리에 있어야 엉덩방아를 찢든 하늘로 올라갈 만큼 위로 솟아나든 할 텐데 재미나게 놀곤 싶으면서도 겁나서 중앙에 앉아버리는 마음. 딱 그 짝이다.


그저 그때그때 그 감정에 따라 충실하기로 해보면 어떨까. 자랑하고픈 날이라면 사진 도배를 해서라도 "나 여기있어요!"라고 알리기도하고, 또 어느 때엔 동굴로 들어가고프리만큼 관심이 꺼려진다면 비공개를 하면서 나를 숨겨보기도 하는 방법. 이렇게 말하는 나도 결국엔 샤이관종.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 샤이관종 탈출하는 강의라도 들으러 다녀야되나?)



P89_ 세상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놈'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나 역시 속해 있는 관계 속에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면 도무지 납득되지 않던 관계까지도 조금은 아량 있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세상 모두가 당신을 향해 좋아요를 말해 줄 수 없다. 어쩌다보니 "좋아요"라는 이 한마디가 SNS상에서도 이뤄지겠지만 현실에서도 늘 존재하니 이놈의 "좋아요"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게 눈에 보인다. 


암튼, 얽혀진 인간관계속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사람이다보니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순 없다는걸 체감한다. 나는 막내딸이기도 하지만 며느리이기도하고, 한 회사의 구성원이기도하지만 정기적인 날짜에만 통화를 하는 거래처 직원이기도하다. 조심조심 운전하는 운전자이기도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갑갑한 상대편 차주가 되기도 한다. 


착한사람과 나쁜놈 대신에 착한사람과 조금 덜 착한사람의 구분은 지나친 욕심일까. 내가 어느 각도에 따라 마냥 좋은 사람과 적정한 거리를 두고픈 사람으로 보여질텐데, 좀 무뎌지는 방법도 배워 볼 만하다. 그렇게 살다보면 입체적인 모습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지 않을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도 있으니 마냥 허무맹랑한 생각은 아닐꺼야.


P152★_ 우리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모두와 잘 지내지도 않아도 된다.(생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즈니스 관계는 제외된다.) 싫은 사람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싫어하며 서서히 멀어져도 괜찮다. 인싸면 어떻고 아싸면 어떠한가. 각자의 성향과 가치관에 맞게 관계를 맺어 나가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하고픈 문장이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굳이 그렇게 만인의 연인이 되어야하는 이유도 없다. 그러니 내 감정을 닳아가며 타인의 기분에 맞춰서 조립하지 말자. 억지로 끼워맞추다보면 맞지 않은 신발을 신은 것 처럼 생채기가 생기고 또, 빨리 지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빨리 시들어질 것이다. 내가 맞춰주지 않으면 원상복귀 될 관계였으니 말이다. 평안 감사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 하지 않던가 뭐든간에 마음이 가야 하는 것이니 내 마음 닳아가며 이중고생 안하면 좋겠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 유지.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딱 그만큼. 한발짝 더 다가가기보단 거기 그냥 있어주는 존재 자체로의 각자의 이야기들. 말하기엔 이렇게나 쉬운데 행동으로 옮기려니 왜 이리도 어려운지 모르겠다. 공식이라면 외우면 되는 것이고(이제 성인이되고 느꼈다. 공식 외우고 딱딱 가르침만 받던 그 시절의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것) 상황에 관계없이 똑같은 행동을 해야 된다면 연습을 하면 되는데, 이노무 인생살이에서의 관계 형성은 수만가지의 예시와 그에 따른 적절한 행동이 동반되어야 되다보니 머리가 터질 노릇이다. 차라리 5지선다의 문제라면 어느것을 고를까요 알아맞춰봅시다 라며 보기들을  손으로 따라가며 때려 맞추기라도 할텐데, 장문의 서술형과 같은 이야기들에 아득해지기만 한다. 이래서 사람은 죽을때까지 공부를 해야 된다고 하나보다. 

오늘도 나와 마주할 그대들과 나와의 적정 거리.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안전유지 거리. 당신들과 내가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쿨하지만 마음은 따숩게, 다정하지만 필요에 따라 냉철하게, 냉탕과 온탕을 이쪽 저쪽 발담그기 하면서 최적의 온도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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