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북현리의 굿나잇책방. 영어를 모를수도 있으니깐 또 다른 이름으로 잘자요 책방.

예쁜 인사가 되어준 은섭의 책방이름.


마시멜로우의 꽃말도. 재촉하지도 않고, 다그치지도 않는 은섭의 한마디 한마디들도 따숩다.

 

해원이 타지에서 다시 돌아온 이유도, 은섭의 살아온 순간들도 모두가 위로 받아야되는 사람들.
이렇게 만난 순간이 겨울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추운날 서로를 더 아껴주고픈 마음이 들게하는 계절이 주는 감성들과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순간들도 모든걸 안아주고 위로하고픈 계절이라 안심이된다.

 

 

하루하루를 블로그 비공개글로 담아내는 은섭의 이야기들. 많은 말을 하지않아도 글로 표현하는 마음은 상처를 받았던 어린시절과 거두어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함. 잘 자라주고 돌아볼 줄 아는 선한 사람이 되어준거 같아 내가 뭐라고 뿌듯했나 모른다.

 

해원은 이모(명여)의 곁에서 지내고 사회에서 받은 무거운 짐을 놓고 유년시절 보냈던 북현리로 돌아와 동창들도 만나고 은섭도 만나며 마음의 돌을 하나씩 치워간다. 그게 과거를 살어온 북현리가 해준 가장 큰 일이 아닐까.

 


굿나잇 책방의 사람들. 명여의 오랜 친구이자 책방의 핵심인물 수정. LED전구를 판매하고자 시작한 모임이겠지만 책방에서 소소한 감성을 나누며 도움이 되고파했던 근상. 삐딱하지만 그 나이대의 풋풋함도있고 무심한듯 시크하게 주변을 챙기는 이른바 츤데레 같은 현지. 책방에 키핑해둔 책도 읽고 혼자 밥도 챙겨먹으며 씩씩하고 착하게 자라주는 승호와 할아버지. 방학동안 승호의 마니또가 되어준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 효진. 마지막에 제발로 굿나잇 책방을 찾아와 모임에 합류한 묘한 인물 인문학 고교생.
서로의 오해로 깊이 패이고 멀어지고 이젠 그때의 정확한 감정조차 모호해진 보영과의 사이. 은섭과 해원을, 해원과 보영을 연결해준거라 볼 수 있는 장우의 쾌활함과 시원시원함.
인물 하나하나 각자의 감정 한면한면 소흘히 지날 수 없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한창 연애를 시작할 때 읽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소흘히해선 안되겠단 생각과 어릴적 내가 꿈꾸던 라디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진솔에게 더욱 이입했는지 모르겠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연애를 끝내고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여서인지 해원에게 이 감사한 인연을 스쳐 지나가게만 놔두지 말았으면 하는 오지랖이 더 커졌다.

 

"해원아! 살면서 많이 마주치는 인연들이 있긴한데, 모두를 다 움켜쥘 순 없겠지만 먼저 오래 연애를하고 결혼을 한 아줌마의 잔소리같지만 이거다 싶으면 잡는게 맞아! 그게 맞는거라고!"잔소리를 해주고픈 맘이 생기는걸 보면 나도 어쩔수 없는 아줌마인가 싶기도 했다.


내가 자란 이곳의 크고작은 책방들은 사라지고, 이젠 한손에 꼽힐 만큼만 남아버렸다. 학교 앞이든 동네의 서점들은 늘 곁에 존재했기에 나는 크면 책방 주인이 되어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어느 순간 학교앞 서점은 소설은 고사하고 문제지들로 가득했고, 또 몇번의 계절을 보내더니 사라졌다. 내 추억을 보낸 동네의 책방도 자취를 감추었다.
엄마가 봉급을 받은 다음날 밤엔 꼭 함께가서 책한권을 사게 해주셨기에 그날만을 기다리던 순간도, 하교후 빈집에 들어가는 대신 서점 이모님(=사장님)과 나누던 우리들만의 이야기도, 고등학생시절 알바비를 받고 세상 행복해하며 찜해두었던 책들을 모조리 살 수 있는 기쁨을 누리던 일들도 모두 과거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짤막한 과거의 토막들이지만 나는 위로받으며 자랐고, 그 위안으로 나름 괜찮은 어른으로 자라왔다고 자부하고 싶다.

 

 

나도 이들과 함께 하고픈 순간들은, 북스테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함께 고민도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며 하나씩 착착착 이뤄지는 즐거움. 정작 행사 하기 전부터 들뜨고 행복한 순간들이다. 그리고 어리지만 생각이 많은 승호와 마음과 함께 몸도 지처가던 명여, 해원은 그들과 함께 슬픈 생각을 주전자에 담아 끓여 마시는 눈물차(승호는 눈깔차라고 했지)의 시간까지. 부엉이에게서 배운 레시피로 나도 한번 해보겠노라 맘먹게되는 마음의 위안.

 

 

굿나잇 책방이 근방에 있다면 할아버지가 구워주시는 귤도 까먹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책도 읽고, 서로가 찾아온 글들도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늦은 밤이되면 장우와 은섭과 해원과 함께 캔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책방 밖의 이야기도 하면서 무거운 마음도 덜고 싶다.

 

 


20P_ 누그러지리라... 그게 좋았어. 한밤에 자다가 깼을 때 왠지 서글플 때가 있잖아? 그때 따뜻한 차를 만들어놓으면, 다시 잠에서 깰 때도 덜 슬프다는 게.


67P_ 한때는 살아 있었던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떠났다. 그들이 세상에서 내뱉은 말들도 수없이 많았을 텐데 이제는 한 마디도 들리지 않고, 다 그런 줄 알면서도 아득한 이야기 같았다.


278P_ 잘 자요, 내 침대에서 잠든 사람.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338P_ 내가 만약 소설을 쓴다면 악역에 싫어하는 사람 이름을 붙일 거라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지.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니더라구. 인쇄되서 남을 텐데 뭣 하러 싫은 사람 흔적을 굳이 넣겠냐싶은거야. 어쨌든 인생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곁에 남겨가는 거지 싶어서.


341P_ 지나간 사랑들을 떠올려보면...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래요, 인정하자면 저는 짝사랑을 하고 있을 때가 참 좋았고, 그래서 이 이야기가 와닿았거든요.


400P_ 인생의 고통이 책을 읽는다고, 누군가에게 위로받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다 소용없는 건 아닐 거라고... 고통을 낫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은 늘 거기 있고, 다만 거기 있음을 같이 안다고 말해주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위로를 전하는 걸지도 몰랐다.


404P_ 좋은 일들만 있기를 기원해. 살면서 교훈같은거 안 얻어도 되니까. 좀 슬프잖아. 교훈이 슬픈 게 아니라 그걸 얻게 되는 과정이. 슬픔만 한 거름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기왕 슬펐으니 거름 삼자고 위안하는 거고... 처음부터 그냥 슬프지 않은 게 좋아. 물론 바라는 대로 되면야 얼마나 좋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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