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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조선희 지음 / 샘터사 / 2026년 7월
평점 :
나이가 들면 무엇이 가장 걱정이 될까?
예전에는 돈이라고 생각했다. 노후 자금이 넉넉해야 불안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돈보다 더 걱정되는 건 함께 나이 들어갈 사람의 존재다.
젊을 때는 일을 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직장에 가면 동료들을 만나니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들어 일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하루를 함께 보낼 사람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그때 내 곁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정년퇴임을 앞둔 조선희 작가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혼자 힘겹게 노년을 보내기보다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사는 노년을 꿈꾸었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제주에 ‘미로헌’이라는 집을 지었다.
그렇게 다섯 명의 ‘미로허니’가 한 지붕 아래 모여 살게 되는 이야기를 펼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이 60에 생판 남들과 산다고?
쫌 멋있게 보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걱정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혈연도 아닌 사람들이 정말 한집에서 오래 살아갈 수 있을까? 생활 습관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살아온 방식마저 다른데 의견이 부딪힐 때는 어떻게 해결할까?
공동체 생활에 규칙이 필요하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은 규칙으로 해결되지 않는 감정의 문제였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을텐데 안 싸울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역시 미로헌에도 갈등은 있었다.
함께 산다고 해서 모든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 있고, 좋은 뜻에서 한 말도 상대에게는 서운하게 들릴 수 있다.
그때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p.209
“그럴수록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인격이고 품격이다. 짜증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다. 나이 들수록 배워야 하는 건 짜증을 참는 법이 아니라 품위 있게 다스리는 법이다.”
이 문장을 읽고 책을 잠시 덮었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공간만 나누는 일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불편함을 표현하는 방법과 상대의 말을 듣는 태도를 배우는 일이었다.
아무리 세세한 규칙을 만들어도 모든 갈등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공동체를 지켜 주는 것은 규칙보다 책임과 신뢰,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관계의 기술은 갈등을 만들지 않는 데 있지 않다. 갈등이 생겼을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나는 나이가 들어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흐르지만 책임지는 법, 신뢰를 쌓는 법,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은 계속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아플 때 서로를 살피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나누며, 다른 점을 이해하려 애쓰는 미로허니들의 모습은 가족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는 단순히 다섯 사람이 한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고, 관계 맺는 방법을 다시 배우며,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이야기다.
날마다 자라는 미로헌의 어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