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라는 이름으로 -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둘째 두리의 좌충우돌 성장기
주홍사과 지음 / 샘터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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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 중 첫째로 자란 나는 늘 언니의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고,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동생들을 돌보는 것도 내 몫이었다.

어머니께서 양품점을 운영하시던 시절, 가끔 새벽에 서울로 물건을 떼러 가시면 초등학생이던 내가 동생들 밥을 챙기고 학교에 보내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 역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아이였는데, 그때의 나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였던 것 같다.

특히 바로 아래 여동생은 내게 늘 어려운 존재였다. 두 살 차이지만 거의 연년생처럼 자랐던 우리는 참 많이도 싸웠다.
나는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고, 동생은 자유로운 아이였다. 나는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배웠고, 동생은 하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아이였다. 그런 동생이 때로는 철없어 보였고, 가족보다 자신을 먼저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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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읽은 그림 에세이 <둘째라는 이름으로>를 통해 처음으로 동생의 자리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만화가 주홍사과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둘째의 이야기다. 태어날 때부터 첫째도 아니고 막내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자라온 둘째의 서운함과 속마음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주인공 두리와 언니 하나의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둘째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내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늘 언니와 비교되지는 않았을까?

언니가 잘하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자신이 잘한 일은 쉽게 지나쳐지지는 않았을까?

첫째는 첫째라서 인정받고, 막내는 막내라서 사랑받는데 중간에 낀 둘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외로웠던 건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오랫동안 내 희생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책임을 떠안아야 했던 억울함이 있었고, 그래서 동생의 어려움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 돌아보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의젓해야만 했던 아이였고, 동생은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던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 한구석이 자꾸 짠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지금의 동생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 있다는 사실이다. 생활력도 강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도 좋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줄 안다. 내가 갖지 못한 장점들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것들을 더 일찍 발견하지 못했을까.
왜 칭찬보다 지적을 먼저 했을까.
왜 언니라는 이름 뒤에 숨어 내 마음만 내세웠을까.

<둘째라는 이름으로>는 둘째의 이야기이지만, 내게는 첫째의 삶을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동생을 이해하게 된 책이기도 했고, 어린 시절의 나를 이해하게 된 책이기도 했다.
첫째였던 나도, 둘째 였던 동생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어린아이였으니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랐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동생에게 전화 한 통 하고 싶어졌다.

"뭐 해?"

별것 아닌 말이지만,
그 안에는 이제야 조금 네 마음을 알 것 같다는 고백이 담겨 있다는 걸 동생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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