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코 여자
고노 다에코 지음, 부윤아 옮김 / 톰캣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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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저질러 사형대에선 사형수.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갈 수 없었던 남자.
사형을 앞두고 나누게 된 마지막 인사에서 그는 자신의 아내의 코를 물어뜯는데....
아....
이게 사랑일까?

<하얀코의 여자>는 다소 엽기적이다.
이 모든 일들이 17세기에 벌어지는 이야기라니....

다소 파격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 소설은 처음부터 몰입감있게 읽혀내려간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도시.
'양초가게 엘레나'로 불리는 여인과 '카탈라니 모자가게 자코모'의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마을청년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양초가게 엘레나는 조금은 까다로운 성미를 가진 모자가게 자코모와 마음을 나누고 결혼을 하게 된다.

행복한 신혼 생활을 그렸을 두 사람...
그러나 어디서부터인가 잘못된 것을 직감했을땐 이미 늦었다.

자코모의 의처증은 그저 그 사람의 성격탓이었을까?
아니면 엘레나가 웃음을 흘리고 다닌 충분히 그럴만한 여자여서 였을까...

순결한 여인을 얻어 결혼하게 됨을 감사하며 100개의 양초에 불을켜 감사기도를 드렸던 자코모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람을 찔러 죽이는 실수를 범한다.

당시의 법률은 살인에 관대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인 자는 어떤 사정이 있든 상관없이, 그게 설령 고실이라고 해도 참수형이 내려졌다.
자코모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형수와 남겨질 사람과의 마지막 인사.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가는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자코모는 거칠게 입 맞추더니 "안아 줄게'라고 속삭이고는 그녀를 재빨리 양팔로 안아 올렸다. "어이, 어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자코모는 바로 엘레나를 내려놓았지만, 더욱 거칠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흥분한 그의 입술이 두세 번 떠돌았다. 이가 코에 닿는 느낌과 동시에 엘레나는 얼굴을 누군가가 휘두른 쇠몽둥이에 맞아 부서진 것 같은 충격과 통증이 느껴졌다. 피를 흘리며 ㄱ녀는 코가 물어뜯긴 것도 모르고 기절했다.
p.117

아내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는데...
코를 물어 뜯다니...
그 이유는 자신이 떠나고 나면 분명히 아내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있을 것이라여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내가 영원히 나를 잊지 않기를 원합니다. 남겨두고 떠나야만 하는 이상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제정신인지 묻고 싶었다.

이 소설의 제목이 주는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고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점점 궁금해지는 시점이었다.

엘레나는 정숙한 여자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여인이었다.
수근거리던 사람들은 이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남편을 잃고 코를 잃은 엘라나의 삶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코모는 분명 좋은 남편 같아보였지만
의심했고, 분노했고, 집착했다.

사랑과 낭만으로 가득해야 할 신혼이
집착과 광기로 전화점을 맞게되는데...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의 코를 물어 뜯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그녀도 남편을 따라 사형대에 오르기로 결심하는데...

자코모와 엘레나는 서로 사랑했던 것이 분명하다.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우리가 사랑을..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무언가 자꾸 엇나가기만하는 사랑이야기.
이런 사랑이 실제로 내게 벌어진다면
감당 못할 일이다.

엘레나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었을까...
뒤틀린 욕망에 물든 여자..
집착과 광기로 사랑을 표현했던 남자..

작품이 주는 생생함과 무게감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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