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양정훈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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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쯤 엄마의 백내장 수술이 있었어요.
간단한 수술이라지만 수술하는 당사자는 겁을 먹기 마련이죠.
엄마를 모시고 입원 수속을 밟고 입원실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대학병원이요...참 더뎌요...
환자들이 많기도 해서 대기하는 시간이 참 오래걸리더라구요.
간단히 끝내고 집에 갈 줄 알았는데 7시간 걸렸어요.
시간이 자꾸 지체되니 딸에게 못내 미안했던 엄마는 자꾸 입원실 침대에 같이 올라와서 누으래요...(본인은 큰병이 아니니 하나도 안 불편하다시며..)
아이고..거기 누으면 멀쩡한 사람도 환자가 된 기분인거 아시죠?
한사코 마다하다 엄마의 성황에 못이겨 침대에 올라가 앉았어요.
이제는 엄마보다 덩치가 더 커버린 딸이 침대를 거반 다 차지하고는...
엄마에게 다리를 펴셔라..등을 곧게 펴셔라..잔소리를 하고 있더라구요.
내 무릎위로 올라온 엄마의 다리는 너무 가냘펐어요.
다리를 쓸어드리며 크림을 발라드릴까..주물러 드릴까..
갑자기 효녀모드 멘트를 쏟아냅니다.

나이가 들어 이제 눈도 안 좋아지고 다리도 아프고..소화도 안 된다고...

나이 들면 다 그런거지....
라고 말했지만 왠지 울컥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래요...사람은 나이들면 아프기 시작하지요.
몇 십년을 사용한 몸인데...
괜찮을리 있나요?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걱정하는건 더 마음이 아파요.
저의 아빠는 췌장이 안 좋으신데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하셨어요.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최선인거 알아요.
하지만 59키로까지 몸무게가 빠진 아빠의 마른 몸을 보는 자식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파업하는 의사들도 밉구요.
.
.

딱 이 시기에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를 읽게 되었어요.
암 투병이 시작된 엄마를 돌보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이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의 마른 등은, 손은, 발은...
엄마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지요.

이제는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 주겠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오랫동안 가슴에 머물러 있어요.

사랑하는 이의 등을 쓰다듬을 시간이 있다는 것,
눈을 들여다보고 이야기할 시간이 있다는 것.
아직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죠.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늘 두렵지만
더 늦기전에 후회하기전에
고백하길 바라요.

눈물샘이 곳곳에서 터지는 에세이에요.
투병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더욱 그럴테지요.
그렇지만 우리모두 희망을 갖고 서로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작가님의 마음이 오늘 제 마음에 가닿았습니다.
부모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책으로 만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P.306
모두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늦게 발견한다.
가장 늦은 이름으로 삶의 가장 깊은 곳을 배운다.
그게 슬프고 고맙고 미안하다.
엄마의 이야기에 비춰 삶과 죽음 어디에서 서로 그리운 사람들이 조금 위로 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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