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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수사
연여름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코 알지 못할 무언가를 가져오는 힘.
그것은 다르게 말하면 내가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을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나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기도 했다.
사이가 틀어진 친구를 찾고 싶은 이유가 사과라고 했다.
고작 그런 일로 자신을 난처하게 한다고만 생각했지,
사과라는게 제법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은 간과했다.
고작이 아닌 것이다.
잠잠한 호수의 수면이 얼마나 아름답게 반짝이든
물 아래 깊은 곳의 사정과는 무관하다.
누구나 수면 아래에는 각자의 침전물은
품은 채 사는 법이다.
그 무게를 잊다가 자각하기를 이따금 반복하면서.
재은을 좋아했다. 그러나 두려웠다.
저 밑바닥을 읽히기라도 할까 봐.
어쩌면 벌써 읽혔을까 봐.
다른 절반은 마음의 재판을 읽게 될까 봐 두려워서다.
..그래서 재은은 인간관계의 휴정 상채를 가장 선호해 왔다.
사랑도 증오도 없는 그런 상태를.
방금 전 읽었던 재은을 향한 감정 그대로였다.
뜨겁지는 않지만 차가웠던 적 또한 없는,
재은도 알고 있는 보통의 포근한 온도,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익숙해진
베개의 편안한 촉감을 닮은 그런 감정이었다.
.. 재은에게는 현서만이 그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현서의 이름을 들으면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듯
마음이 한번 출렁거리곤 했다.
아무리 무심하게 말한다 해도
그를 언급할 때 재은은 결국 쓸쓸한 얼굴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왜 정작 가장 가까운 존재에게
다정하지 못한 걸까."
.. "글쎄, 잔혹해지는 것보가 다정해지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해서겠지."
순간순간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방법을 터득해 왔을 뿐,
누구에게도 제 마음의 바닥까지
깊이 내어 준 적은 없었다.
.. 어쩌면 재은에게는 그래도 되지 않을까 하고.
두 사람 분량의 느릿한 발소리가
두근거리는 심장의 진동과 나란히 울리기 시작했다.
재은은 그 손을 계속 잡은 채오 오래 걷고 싶었다.
제 비밀을 고백한 이후에도 변함없이.
괜히 골몰하지 말고 조금만 더 차가워지자고
재은은 다짐했다.
그 겨울, 버스 차창 너머의 선우가 소실점으로
가만히 멀어져 가게 두었던 것처럼.
보통의 타인으로.
언제든지.
시작도 끝도 정해져 있지 않은 영원에 가까운 단어가.
그 느슨한 시간을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선언할 수 있는.
자신을 위한, 이보다 더 상냥하고도
담대한 변호는 없을 것 같았다.
•••
푹 빠져서 순식간에 읽었다!🤭
한 편의 영화, 혹은 드라마를 보듯이
빠른 전개로 흡인력 있어서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친구를 찾아달라는 고등학생의 의뢰를 받은
남자 주인공이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여주인공과
재회하면서 다시 사건을 풀어가는데!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이 적당히 섞여있어
소설책이 진짜 술술 읽힌다.
재은처럼 사람, 사물을 읽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진짜 존재할까? 궁금해진다.
읽다보면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감성 추리 로맨스이지만 한편으론 성장소설 같은 느낌!
두 사람 다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있지만
친절한 타인(어른)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고,
아픔이 있는 10대들에게 비슷한 방법으로
도움을 주는 친절한 어른이 되었다.
핑크빛 표지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