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가운데 - 개정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요한 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냐는 거겠지."

마치 너 역시도 나처럼 그렇게
부단히 어떻게든 변하고 있는거야, 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은 미소였다.

"나이가 든다는 건, 늙어간다는 건,
어떻게 보면 조금 무서운 것 같아."
_여름의 한가운데

계절이든 시간이든 추억이든
모든 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희미해지며, 결국 저 멀리 기억의 그림자
저편에서 잊히고 마는 법이니까.

정반대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릴 수는 있지만, 서로에게 스며들어
새로운 하나가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이 완벽하게 멋진 날씨를 만끽하며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멀리 혼자서 걷고 싶었다.
.. 남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이토록 멋진 하루를 온전히 마음을 다해
즐겨보자고 다짐했다.
_멋진 하루

오히려 그동안 몰랐던,
어쩌면 타인보다 더 무관심했을지도 모를
엄마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엄마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 순간 엄마가 그리웠지만
그럴 때마다 추모 공원에 가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운전을 시작해 보자고 생각한 건,
내가 직접 운전해서 엄마를 만나러
가보자고 결심한 건.

그러고 보면 엄마는 항상 그랬다.
좋아도 아닌 척, 아파도 괜찮은 척.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_파주 가는 길

좋아하는 것과 살아가기 위해 하는 것.
모두 자신은 해당 없는 아득히
먼 세계의 말처럼 느껴졌다.

별일 없이 잘산다는 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사는 것인지,
자신은 별일 없이 잘살고 있는 건지
수겸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는데,
자신은 그저 들판의 오래된 석상처럼
우두커니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계절은 수없이 반복되었다.
_수면 아래에서

그리고 우리는 시간이 더 흐른다 해도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채 결국
어떠한 벽을 마주하는 순간
그러는 게 당연하다는 듯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일 것 같았다.

조금은 즉흥적이었던 시작만큼
우리의 마지막도 마치 읽던 책이
지루해 중간에 덮어버리듯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특별한 이유란 게 있을까.
그냥, 시간이 흘렀고,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
_월간 윤종신

•••

이별을 담은 단편소설이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이
계절과 함께 따뜻하고 뭉클하게 녹아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삶이라 공감되고,
그래서 읽으면 힐링되는 소설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훨씬 마음에 스며든 책🫶

문득 지나간 나의 계절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땐 그랬지,라며 그 날들이 아련하지만
또렷하게 그려진다.
아쉬움은 없지만 후회가 남는 날도,
잊고 있었지만 눈물나게 행복했던 날도,
그런 날들이 쌓인 계절들이 내게도 있었음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계절들이 더 있음을.

사실 요즘은 애 둘 돌보느라 거의 집에만 있는데,
책을 덮고 나서 괜히 오늘의 날씨를 검색해본다.
갑자기 다가오는 봄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터널 103 ㅣ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 준
서다형 양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시다."

그러니 우리 약속하자.
무슨 일이 있어도 터널에서 벗어나는
꿈을 포기하지 말자고.

"저 혼자 살겠다고 여기에 머무는 것이야말로
죄가 아닐까요?"

여기로 차출되어 온 군인들은
자신들이 실험체라는 사실도 모르고
희생되었을 뿐이고.

"가보고 싶어.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 많은 곳."

비난이 누구의 몫인지 하는 것은
모두가 죽어 나간 다음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장과 경비대장은 주민들의 죽음을
조금 늦추려는 게 아니었다.
자신들의 목숨값으로 기필코 살리려는 것이었다.

그러고선 검은 과거를 함께 닫은
친구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

시작하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멈출 수 없다.

실험의 실패로 만들어진 괴물, 무피귀.
하지만 그들도 역시 자신들이 그렇게 될 줄
전혀 알지 못했던 피해자였다.

고립된 섬에서 출구없는 터널.
그리고 마찬가지로 갈 곳 없는 작은 섬.
섬 두 곳에서 40년 넘게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탈출기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서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동시에 이타심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 수 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과연 책 속의 나는 서다형일까, 황필규일까.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를 위해
남아있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생각난다.
희생 없는 생존은 없다는 게 안타깝다.😔

겨우 도착한 내륙의 모습은
무피귀는 없지만, 기대와 다르게
섬과 비슷하게 버려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괜히 내가 긴장해서 무피귀가 또 어디서 튀어나오는거
아닌지 걱정을 사게 하는 열린 결말..

또 싱아라는 존재가 약간 미스터리해서
이 소설도 2권이 나와야 할 것 같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으면서
그저 다형과 승하가 내륙에서
잘 적응해서 평범하게 웃으며
살고 있기를 바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홀짝홀짝 호로록 -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손소영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 없이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로만 이루어진
포근하고 따뜻한데 웃기고 재밌는 그림책이다🤭
방귀가 나오니 7살 아들은 아주 빵 터져서
너무 재밌다고 깔깔깔🤣
댕청미 넘치는 강아지가 너무 귀엽다🐶
게다가 노랑표지는 완전 부들부들하다💛

고양이에게 배고픈 오리와 강아지가 찾아오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을 통해서
주워니와 "친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지만
동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다 읽고 나면 마시멜로를 띄윤
핫초코 한 잔이 생각나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빨판 침대 ㅣ 다정다감 그림책 15
고마운 지음 / 다정다감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가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일어나지 않는데...
그 침대에서 아빠를 구출하려 고군분투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하게 잠든
아빠가 어찌나 웃기던지🤣

주말에 늦잠자고 싶은 건
어느 부모나 공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주일을 기다린 아이의 마음 역시
백번 이해가는 그림책이다.

우리집 역시 아빠는 바쁘고,
아이는 매일같이 놀아달라 성화이기에...🫠

게다가 최근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부득이하게 다니던 얼집을 그만두고
3월에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집에만 있는
아들에게 유독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날이 따뜻해지면 꼭 놀러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기억을 먹는 아이
도대체 지음 / 유유히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을 먹어주다니.
"조금만 기다려줘. 잊고 싶은 기억이 많아."
_ 기억을 먹는 아이

지금 날아다니는 저 비닐봉지는
전엔 무얼 담고 있었을까.
.. 끝까지 무언가를 계속 담은 채로
있고 싶었던 건 아닐까. _ 비행

"못 먹는 게 없는 녀석이군.
자, 이제 내 기억을 먹어봐라!"
"그게 어디 있는데요?" _ 그 아이

"세상은 어떤 곳인가요?"

"눈송이로 존재하는거지.
그리고 눈송이여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겠지."

어떤 곳으로 내려가 어떤 것에 내려앉을까.
결국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까.
_ 눈송이

•••

"첫눈단"이라는 귀여운 서평단 이름으로
도대체 작가님의 미니 픽션,
[기억을 먹는 아이]를 출간 전에
미니북으로 먼저 만났다!
너무 귀여운 에디션이다🥰
그림도 그림판으로 그린 듯 정겹고 귀엽다☺️

이것저것 다 먹는 건 둘째고 기억을 먹어준다니..
하늘을 나는 검은 봉지의 마음을 헤아린다니..
눈송이들의 함성이라니...!
작가님의 발상은 우리 일상에 흔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기억을 먹는 아이가
안타까우면서 행복하길 바라게 되고,
어제 집 앞 슈퍼에서 물건을 사며
물건을 담아 온 검은 비닐봉지에
다른 뭐를 더 담아볼까 고민하게 되고,
이제 눈이 오면 눈송이가 떠올라
차마 못 밟을 것 같다🫢

짧은 픽션들을 읽으며 웃다가 진지해졌다가 한다🤭
짧지만 굵은 여운을 주는 도대체 이야기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