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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최신판) - 혼내지 않아도, 혼나지 않아도 되는 반려견 교육의 모든 것
강형욱 지음 / 혜다 / 2019년 6월
평점 :
"우리의 웃음과 눈물이 항상 같은 이유가 아니듯 똑같아 보이는 반려견의 행동 안에도 다양한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235p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단순히 생명을 파괴하고 죽이는 것 뿐만 아니라, 생명을 방치하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을 사람들은 놀랄 정도로 잘한다. 특히 그 상대가 같은 인간이 아닐 경우에 그 행동은 더욱 도드라진다.
‘개와 기계는 맞아야 말을 듣는다.’ 어디서부터 나온 건지 모를 이 말은 너무나도 오래전부터 오르내렸다. 사람들은 잔인하다. 온갖 편견을 이유로 곁을 지키는 동물을 때리고 외면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은 개를 너무나도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보며 많은 충격을 받았다. 개를 밖에 묶어 키우면서, 개를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보호자는 개가 묶여 살면 강박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따뜻한 집 안보다 살이 에이듯 추운 바깥을 더욱 좋아한다고도 말하는 보호자도 있었다. 훈련사의 설명에 미안해 눈물을 보이는 보호자들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알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멍청한 건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다. 알지 못하니 작은 행동에도 겁을 먹으며, 힘의 우위로 해결하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알지 못하니 인간중심적인 시각으로만 모든 것을 보고, 그들만의 행동양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알지 못하니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생명체를 품 안으로 들이면서도 존중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무지에는 반려견을 공장식으로 만들어내고 진열장에 넣어 마치 장난감처럼 판매하는 애완산업에 일부 책임이 있다. 이 산업은 보이지 않는 곳에 꽁꽁 숨어있기 때문에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강형욱 훈련사는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꾸준히 입에 담으며 ‘가게에서 강아지를 사지 마라’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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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기른다는 것은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일이 아니라 섬세하고 여린 생명체와 함께 20년 가까이 살아가야함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29p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형욱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아마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방영되면서부터일 것이다. <세나개>이전에도 반려견 행동교정 프로그램은 간간히 공중파에 나오곤 했지만, <세나개>의 방송 컨셉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혼내지 않고 하는 반려견 교육. 언제나 갈색의 긴 털을 팔랑거리며 달려오는 보더콜리 '다올이'를 반기며 등장한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은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겠다고 하면서, 반려인의 생활습관이나 행동습관을 교정하는 기이한 행동을 했고, 그 효과는 굉장했다. <세나개>와 강형욱의 ‘혼내지 않는 교육’은 한국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확실히 되었으며, 특히 개를 ‘잘’ 키우고 싶은 반려인들에게 많은 각광을 받았다.
강형욱은 반려인의 시점으로 반려견을 보지 않고, 반려견의 시점에서 환경을 본다. 반려인은 ‘아무 문제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반려견이 문제행동을 일으켰다.’고 말하지만, 반려견의 입장에서는 환경, 보호자의 행동, 몸의 통증... 모든 것이 문제투성이였다. 반려견은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었고, 그것을 반려인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강형욱은 말한다. 반려견이 반려견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욕구만 채워주어도 반려견은 최선을 다해 반려인의 곁에 있을 거라고. 그것을 잘 하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생명을 키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강형욱은 ‘부디 자신의 반려견에게 자신의 반려견으로서의 이상상을 주입시키지 말라’고 말한다. 견종마다의 특성,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 심지어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성향이었는지까지 알아보고, 자신과의 캐미스트리를 확인한 후 키울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하지 않고 데려와서는 ‘제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에요’라며 강아지를 떠나보내는 반려인들에게 강형욱은 말한다. ‘이럴 거면 애초부터 키우지 마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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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은 모두 기회를 갈망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에게는 특히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려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96p
생명을 기르기 위해서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당연한 말을 자주 잊는다. 강형욱이 제시하는 솔루션들을 가만히 보다보면 건강한 관계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태도에 대한 조언이 대부분이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급작스러운 행동은 지양하라.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 거절은 단호하게 하여라. 과도한 애정은 집착을 낳는다. 관계 수정을 위해서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강요하지 마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어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체력에 기반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애초에 가족으로 들이지 말라.
비단 반려동물을 대할 때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와, 연인, 친구, 가족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한 교훈들로 가득하다. 관계의 본질은 상대가 누구인지는 상관없이 언제나 같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고, 반려견을 키울 예정이 없어도 한 번 쯤은 이 책을 손에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반려인들을 위해서만 쓰인 책이라고 보기에는 아깝다. 반려동물을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해, 사회 구성원이라면 알아두어야 하는 기본정보들로 가득하다. 혹시 모른다, 갑자기 가족 구성원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라고 말하거나, 한마디 상의 없이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면, 조금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지음, 혜다
우리 자신은 모두 기회를 갈망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에게는 특히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려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 P96
반려견을 기른다는 것은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일이 아니라 섬세하고 여린 생명체와 함께 20년 가까이 살아가야함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 P29
우리의 웃음과 눈물이 항상 같은 이유가 아니듯 똑같아 보이는 반려견의 행동 안에도 다양한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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