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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ㅣ 땅콩문고
이원석 지음 / 유유 / 2016년 12월
평점 :
“저자와 독자 사이에 위계가 사라지고,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다름 아닌 서평을 통해 온전히 실현됩니다.”
요즘 서평은 매우 흔한 글 중 하나가 되었다. 온라인 서점에만 들어가도 책 정보 아래에 나열된 것은 독자들의 짧고 긴 리뷰들이며, 북스타그램, 블로그들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있다. 특히 일부 독자들의 서평은 마케팅의 일환으로도 활용된다. 매체와 수용자의 선이 없어지다시피 한 현 사회에서, 이 쌍방향 소통은 출판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독자들은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것에 딱 알맞은 플랫폼도 손이 닿는 곳에(정확히는 손가락이지만) 산재되어있다. ‘100자평’이라는 극단적으로 짧은 서평문화도 늘어나고 있다. 간단해보이니 자연스레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또 목소리가 늘어난다. 나 또한 그런 가벼운 계기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대중 앞에 선보일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졌다. 이것은 어릴 적부터 써오던 독후감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작업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저자와 편집자가 힘들게 만든 책일 텐데 어디까지 말을 얹어도 될까. 애초에 나에게는 서평을 쓸 자격이 있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 끝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간단명료한 제목에 나의 모든 고민에 대한 해결이 있을 거라 믿으며.
서평을 쓰는 것은 어렵다. 서평가라는 직업이 왜 있겠는가. 모든 글이 그렇든 서평도 적절한 훈련과 충분한 지식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서평을 쓰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서평을 ‘잘’ 쓰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서평을 쓰는 법은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고, 돈을 들여서 배우려는 사람도 적기 때문이다. 아쉬울 대로 평론이나 서평집, 유명 블로그를 뒤적여보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 전문 서평가가 적으니 자연스레 서평은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책에서 저자는 서평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현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그 안타까움 조금과 서평에 대한 열정, 그리고 책에 대한 사랑이 조금씩 섞여 이 책이 나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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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쏟아 내는 것은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입니다."
‘서평은 독후감이 아니다’가 맨 처음에 나온다. 그만큼 서평과 독후감을 헷갈려하는 필자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서평 쓰는 법은 잘 몰라도 독후감 쓰는 법은 너무나도 잘 안다. 의무교육 12년간 글쓰기 수업을 한다 하면 십중팔구 한번은 쓰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후감과 서평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독후감은 개인적인 것이며, 서평은 정치적인 것이다. 독후감은 안으로 들어가지만 서평은 밖으로 퍼져나간다. 혼자 만족하고 끝나는 독후감은 지극히 사적인 감정들이 대부분이라 다른 사람이 봐도 그 감상은 표면적이다. 하지만 서평은 이성과 논리가 섞인 필자만의 해석이 들어간다. 서평을 읽은 사람의 책을 바라보는 눈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독후감을 쓸 때와는 다른 부담감에 짓눌리게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쓴 독서기록용 글을 ‘서평’이라고도 ‘독후감’이라고도 칭하지 않는다. 서평이랍시고 쓴 글들이긴 하지만, 혹시 나의 글은 서평이 아닌 게 아닐까. 덜컥하고 두려움이 몰려와서 방어기제가 작동해버린다. ‘요즘 사람들이 쓰는 서평들은 말만 서평이지 읽어보면 다 독후감이야.’ 라고 말하던 선생님의 목소리도 글을 쓸 때마다 귓가에 어른거린다. 가끔 ‘좋은 서평이네요!’ 라고 달리는 덧글에 뛸 듯이 기쁘다가도(아직 한두 번밖에 받아본 적 없지만), 글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몰라 막막하다. 결국 해결법은 한가지다. 좋은 서평을 쓰게 될 때까지 읽고, 쓰고, 고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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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작성에는 지적 몰입과 정서적 몰입이 모두 필요하지만, 특히 전자가 중요합니다."
서평이 독후감과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의 질적인 기준이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책의 맥락화를 강조한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하고 다른 책과 연결 지어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것은 방대한 독서량과 지적 교양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깊이 읽어야 한다. 이 경험이 쌓이면 머릿속에 ‘책 데이터베이스’가 쌓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말 한 줄 한 줄이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혔다. 독서에 게을렀던 과거의 자신의 멱살을 잡고 마구잡이로 흔들고 싶다.
쌓이는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 나같은 책린이(책+어린이)는 자연스레 서평가는 자신의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하며, 자신을 이입하는 서평도 서평을 쓰는 방법 중 하나라는 말에 기대게 된다. (물론 이것을 의도로 쓰인 내용은 아니었다. 자신을 이입한 서평이라고 하더라도 독후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서평 플랫폼에 비해 요구되는 기준이 너무 높아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나 뿐일까. 그만큼 ‘잘 쓴 서평’이라는 매체를 잘 접하지 못하니 답답함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고치고 또 고쳐라’라는 저자의 말을 동앗줄처럼 붙잡으면 조금 마음이 나아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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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태도가 양가적이어야 합니다. 한 면으로 숭배자가 되고, 다른 한 면으로 비판자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출판사가 서평단을 모집하여 책을 홍보하곤 한다. 이 서평에 비판을 싣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사실적 판단보다 도덕적인 판단이 앞서 서평 참여자의 손을 막는 일은 아마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책에 나쁜 말 붙는 거 좋아하는 출판사는 없어.’ 라며 서평단 서평에는 되도록 좋은 이야기만 쓰라 말했던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문체와 스타일이 확고하게 잡힌 프로 서평가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수집되는 서평에 대한 입장은 과연 어떻게 잡는 것이 정답일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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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내린 진단 : [SYSTEM : 서평을 쓰기 위해 쌓인 데이터가 없습니다]
갈 길이 멀다고 느꼈지만 독서 후 생각을 정리하여 기록하는 이 행위를 멈출 생각은 없다. 아직 머릿속 도서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하지 않으니 지금은 독서 경험을 늘이면서 글 쓰는 체력을 늘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금 더 질 좋은 #독서기록 을 작성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요즘의 서평문화에 완벽히 맞는 가이드는 아닐지 몰라도, 혹은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에 위축될지 몰라도,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은 확실하다.
《서평 쓰는 법》 이원석 지음, 유유
저자와 독자 사이에 위계가 사라지고,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다름 아닌 서평을 통해 온전히 실현됩니다.
읽고 나서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쏟아 내는 것은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입니다.
서평 작성에는 지적 몰입과 정서적 몰입이 모두 필요하지만, 특히 전자가 중요합니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태도가 양가적이어야 합니다. 한 면으로 숭배자가 되고, 다른 한 면으로 비판자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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