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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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몸매에 연연하는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연약한 것보다 강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과 ‘운동’이 함께 있으면 나오는 주제는 마치 공식마냥 한결같았다. 다이어트, 살빼기, 심지어는 근육 빼기까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온갖 노하우들이 도시전설처럼 떠돌고, 그나마 그렇게 논의되는 소재의 주인공은 대부분 젊은 층이었다. 운동 이야기는 흔하지만 중년 여성의 운동 이야기는 드물다. 담론장에 고개를 내미는 것조차 힘들다. 본문 첫줄에 나온 절대로 무리하지 마십시오! 다치십니다!’라는 운동회 확성기의 말처럼, 일정 나이가 지난 사람은 몸을 사려야 하는, 육체적 전성기에서 물러난 사람이라는 인식은 사회에 만연하다. 빠르고, 강하고, 거친 운동을 하는 여성(중년 여성은 더더욱)을 많이 볼 수 없는 이유는 그 편견에 눌려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체력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힘이 약하니까, 몸을 사려야 하는 시기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우니까, 함께 운동하는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지도 모르니까, 같은 여러 가지 핑계와 자기검열로 인해 시작의 한걸음을 떼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헬스장에 있는 여성 전용 프리 웨이트 구간인 레이디 존에 관한 담론에서도 남성 비율이 많은 운동종목인 헬스를 시도해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용기내서 시도해봐도 작은 실패에 절대로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무력감이 들어 운동과 영영 이별해버린다. ‘역시 운동은 나에게 맞지 않아.’ 라는 흔한 핑계는 익숙하다. 그렇게 몸이 약해지니 정신도 약해지고, 다시 비실거리는 몸에 한숨을 내쉬게 된다.

 

마흔에 운동을 시작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생각들을 시원하게 차버린다. 많은 실패와 약점을 딛고 성장하며 꾸준히 운동을 계속하는 평범한 사람인 저자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왠지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행복과 삶의 질을 위해 운동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평범한 만큼 눈부시기에, 모든 여성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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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선 정신노동자로 길게 살려면 무엇보다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

 

정신적으로 압박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숨부터 차오른다. 여유가 쉽게 없어지고 두려움부터 생긴다. 체력이 약하기에 무의식적으로 습득된 도전을 회피하는 마음을 극복하는 방법은 운동이다. 저자는 급변한 현실을 이겨낸 경험을 통해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운동은 도전의 가장 안전한 예행연습이다. 마음의 기동성을 늘려준다. 기동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세계는 넓어진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하기 위해, 운동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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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40대가 지나 50대가 되면, 이제 나이 들어가면서 쪼그라드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단정 짓는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50대가 아닌 60대에도 사람의 몸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저자에게는 여러 얼굴이 있다. 중년 여성의 얼굴, 경력 13년차 에디터의 얼굴, 그리고 엄마의 얼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 엄마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자가 묘사하는 자신의 모습과 우리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엄마는 중고등학교의 교사였으며, 움직이는 것보다 독서를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키가 153센티미터로 작고 그것에 큰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다. 심지어는 키 때문에 일생이 불행하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몇 년 전에 50대가 된 이후로 하루가 다르게 빠져나가는 체력에 점점 작아져만 가는 엄마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운전하는 여성들을 부러워하는 엄마가 운전대를 다시 잡을 수 있게 되기를. 여행을 하고 싶지만 체력이 없어 다음에라고만 말하는 엄마가 나와 함께 낯선 거리를 걷게 되기를. 당신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참 어린 딸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겠지만, 동년배인 저자의 말은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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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비슷한 시기마흔에 운동을 시작한 가쿠타 미쓰요 저자의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는 삶을 조금 더 건강하고 알차게 보내기 위해 운동을 삶에 녹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부드럽게 알려주는운동을 싫어하지만 운동하는 평범한 40대 여성의 소소하고 공감 가는 건강한 운동 일지라면이 책은 운동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통해 몸과 정신이 함께 성장하여 삶의 질이 180도로 달라진 저자의 운동에 대한 사랑과 땀 냄새가 흠뻑 묻어있는 반전 성장물이다.

 

꾸준히 하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이 달라진다는 메시지는 아무 꾸밈없는 사실이기에 더욱 강력하다이 책은 나를 뛰게 했다이렇게 충동적으로 시작한 운동을이 책은 절대로 그만두게 하지 않을 것이다.

 

마녀체력이영미 지음, 남해의 봄날

 


마른 몸매에 연연하는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연약한 것보다 강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날이 선 정신노동자로 길게 살려면 무엇보다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

사람들은 40대가 지나 50대가 되면, 이제 나이 들어가면서 쪼그라드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단정 짓는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50대가 아닌 60대에도 사람의 몸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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