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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 피로 사회를 뛰어넘는 과학적 휴식법
이시형 지음 / 비타북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이처럼 우리가 느끼는 피로는 몸이 아니라 교감신경 혹사로 인한 뇌의 피로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쉰다고 해서 피로가 풀리지는 않는다. 피로 물질은 몸뿐만 아니라 뇌에도 쌓인다. 몸의 피로는 물질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지만, 뇌의 피로는 단순한 방법으로는 잘 풀리지 않는다.
피로를 느끼는 원인은 간단히 말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자극이 계속될 수록 쌓여만 간다. 한국 사회는 지속적으로 자극을 추구하는 도파민적인 사회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조금만 느리면 답답해하고, 성과중심주의와 과로에 길들여져있다. 이런 환경에 노출되면 자연스레 스트레스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인 이시형 박사는 정신과 전문의이며 '힐리언스 선마을'의 촌장이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지치고 병든 현대인들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자연스럽게 증진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힐링리조트이다. 저자는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을 마주하며 몸의 피로보다 간과되기 쉬운 것이 뇌의 피로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어렵지 않은 언어로 기술해 과학적인 휴식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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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몸이 쉰다고 회복되는 간단한 피로가 아니다. (…) 뇌의 피로는 그 양상이 대단히 복잡해 쉰다고 풀리지 않는다."
제목을 보자마자 책을 집어들었다. 제목이 곧 나를 의미했다.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와 정신적인 우울에 잠식된 경험이 있다. 몸에는 이상이 없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서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옅은 우울에 빠져있었다. 일주일동안 일을 하고 휴일을 맞으면 방에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자거나, 맛있는 것을 먹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았다. 누가 봐도 푹 쉬었지만, 그럼에도 피곤했다.
어느 날은 계속 미루고 있던 독서를 하기로 했다. 평소 좋아하던 홍차를 우리고 소설을 펼쳤는데, 문장을 읽을 수 없었다. 잠시 넋을 놓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어 시간이 지나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완전히 뇌가 터져버린 거구나. 나는 순간 깨달았다.
'그 때, 나는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몰랐던 건가?' 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제대로 쉬는 법도 몰랐고, 쉬어도 풀리지 않을 정도의 피로를 계속 쌓아두고 있었다.
나는 쉬었지만, 피로했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뇌는 계속 일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은폐된 피로'를 경고한다. 뇌는 신나고 기분이 좋을 때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끔 작용하며, 혹은 피로감은 느끼지만 쉴 여유가 없을 때 휴식을 연기하기도 한다.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을 때 바로 쉬지 않고 SNS나 게임을 한다거나, 일에 빠져 점점 늦게 퇴근할 때의 뇌의 작용이 바로 그것이다.
피곤하다고 뇌가 비명을 지를 때에는 이미 늦기 때문에, 피로를 예방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짧게 자주 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50분 일하고 10분 휴식을 취하는 방법('뽀모도로 공부법'이라고도 불린다. 올해 초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했지만, 언제나 권장되어온 방법이다)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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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특히나 피로를 높이는 몇몇 요인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어딘가에서 들어 익숙한 개념들이 보인다. 결국에는 건강한 생활방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누구나 공감하지만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개인 혼자서는 적용하기 어려워보이는 밤 11시 전 취침이나, 점심 후 낮잠 20분 같은 것들 말이다.
'사회가 건강을 망치고 있어.', 같은 삐딱한 생각이 불쑥 든다. 저자는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한국 사회가 지속되다보면 언젠가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 경고하며, 자연을 가까이 하라고 말한다. 힐리언스 선마을이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것이 그 이유인 듯 하다.
자연처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 있는 모든 항목들을 지킬 수는 없겠지만 모르고 못 지키는 것 보다는 알고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뇌에는 세가지 호르몬이 휴식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멜라토닌, 세로토닌, 옥시토신이다. 각각 수면, 행복, 사랑에 의해 분비되는 호르몬들이다. 이 호르몬들은 규칙적인 수면과, 태양 아래 여유로운 산책으로 채울 수 있다고 한다. '그래. 이 정도는 해볼 만 하지.' 라고 생각했다.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이시형 지음, 비타북스
한국 사회에서 특히나 피로를 높이는 몇몇 요인이 있다.
이는 몸이 쉰다고 회복되는 간단한 피로가 아니다. (…) 뇌의 피로는 그 양상이 대단히 복잡해 쉰다고 풀리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가 느끼는 피로는 몸이 아니라 교감신경 혹사로 인한 뇌의 피로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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