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할머니의 비밀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18
이규희 지음, 김호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라의 힘이 약하면 여자나 어린아이들이 가장 먼저 피혜를 보는 일은 자명하다. 그중 인간으로 겪지 않아야 할 끔찍한, 몸과 정신 모두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다. '위안부' 비단 우리 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게 몹쓸 일을 한 일본의 처사에 이 할머니들은 치가 떨리고 죽어서도 편히 눈감지 못하리. 

방학을 며칠 앞 둔 어느 날, 방학 숙제로 한가지 주제를 정해 탐구 학습을 해야 하는 다영이. 신문 기자가 꿈인 다영이는 취재를 위해 녹음기와 카메라 등 만발의 준비를 하고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향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막막하고 조바심 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표정이 그림에서 드러난다. 다영이의 근심 걱정과는 달리 김순덕 할머니는 여느 할머니들과 다름 없이 주름진 얼굴과 온화하고 따뜻한 마음이시다. 김순덕 할머니로 부터 듣게 된 이야기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가난때문에, 혹은 꾐에 빠지거나 강제로 끌려간 우리나라의 젊은 여인들, 아니 여인들이라고 부르기에도 어린 열 세살의 소녀까지 포함되어 있어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중국으로 가게 된 여자들은 대일본제국의 군인들을 위한 일이라는 말로 유곽의 여자들과 다를 바 없이 군인들을 받아야 했다. 좁고 허름한 방엔 작은 들창과 국방색 담요를 깔아 놓은 허름한 침대, 세숫대야, 물주전자, 찌든 무명 수건,  군대에서 쓰이는 수표인 군표가 전부다. 텍스트로 연상되는 방이 이전과 달리 너무나 끔찍하고 살이 떨리게 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얼마전 그림책 전시회에서 본 <꽃할머니>란 그림책 때문이다. 영업시간 및 요금이라던지 요일별 할당표가 그려진 그림은 글을 통해서 보던 것 이상의 큰 충격에 빠져 며칠을 힘들었랬다. 끝까지 그림책을 보기는 했지만 너무나 우울해 다시는 그 책을 보지 못하겠기에 나는 결국 오래된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쁜이가 모멸감에 목을 매난 날에도 군인들은 여자의 몸을 찾는다. 짐승같은 놈들을 받을 수 없던 여인들의 참았던 분노가 폭발하고 여자들은 아리랑을 부른다. 이쁜이에게 들려주는 마지막 선물인 조선의 노래를. 곡소리보다 더 슬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아~.....
전쟁이 광기임을 드러낸 대목.
"난 이제 죽을 거야, 그러니 오늘 밤이 여자를 안을 수 있는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이리 와, 난 오늘이 마지막이라구!"
"너 같은 조센징 년이 내 고통을 알아? 난 이제 죽을 거라구! 대일본제국과 천황 폐하를 위해 싸우다 기꺼이 죽을 거라구! 그러니 이리와, 어서!"
이렇게 미쳐가는 전쟁.
나눔의 집에서 들은 김순덕 할머니께 들은 얘기는 슬픈 우리의 역사다. 더하지도 덜하지 않은.
가족과 함께 군산 할머니댁으로 간 다영은 할머니께 동경에 유학 간 얘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의 반응이 이상타. 게다가 다영이로 부터 위안부니 김순덕 할머니의 얘기에 놀라 말까지 더듬고.
그랬다. 다영이 할머니는 김순덕 할머니와 중국 위안소에 함께 생활했고 김순덕 할머니로부터 도움을 받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한 은인이라 할 친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다영이의 군산 할머니는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였던, 또 비밀로 묻어둬야 했던 이유가 있다. 물론 짐작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내 아들 재석이와 며느리, 손녀딸들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다. 다 지난 일이야. 이제 와서 뭘 어쩌라구! 난 결코 나가지 않을 테다. 다시는 그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들춰 내지 않으리라."(167쪽)
이러한 점이 할머니들을 음지로 숨어들게 하였던 것이며 책의 제목처럼 비밀에 부쳐졌던 것이다. 우리는 절대 이 할머니들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고 더이상 이 일이 비빌로 남아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그랬다. 이젠 점점 시간이 없다. 할머니들은점점 힘이 없어지고, 마른 꽃잎이 바스러지듯 점점 목숨이 꺼져 가고 있다.
그 할머니들이 하나 둘 저 세상으로 떠나시기 전에 빨리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 내고 할머니들이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175쪽)

"얘들아, 일본 사람이나 물건을 미워하는 건 올바른 일이 아니래. 다만 자기 조상들이 그런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다는 걸 알게 하고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하댔어. 일본 사람들 중에는 할머니들을 위해 애쓰는 자원봉사자들도 많고 '나눔의 집'에 와서 눈물을 철철 흘리고 가는 사람들도 많댔어."(177쪽)

이렇게 결론까지 동화에서 녹아내고 있어 생각의 틀을 가둔다고는 할 수 있지만 어쨌거나 위안부를 소재로 상세히 알려주었다는 것으로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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