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지 않고 변화하며 순간을 온전하게, 욕망을 그 자체로 추구하는 삶을 위한 동의어들의 반복, 읊조리. 깊은 가치를 알기 위해 다시 한 번 도전해봐야될 책. 지상의 양식보다는 새로운 양식이 더 의미있었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었는데 지상의 양식의 그 수많은 모호한 관념들을 새로운 양식에서 작가가 현실적인 욕망으로 발전시키는듯 했다.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찬양은 지루하고 또 지루했지만 생의 순간, 죽음, 인간이 왜 발전해야하는지와 같은 보다 전체적인 의미로 확장되는 순간 비로소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지상의 양식 p. 286
약은 체하지 말게나. 자네도 사람 죽는 걸 보았을 거야. 조금도 코믹하지 않았지. 자네는 두려움을 숨기려고 농담을 하고 있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데다가 그 엉터리 시는 끔찍하다네—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 나는 사람이 죽는 걸 봤어……. 내가 본 바로는 대개 죽기 직전, 단말마의 고통이 지나고 나면 자극에 대한 감각이 흐릿해지는 순간이 있지, 죽으이 푹신한 장갑을 끼고 달려드는 거야. 반드시 잠이 들게 하며 서 목을 조이는 법이야. 죽음으로 인해서 우리와 갈라지게 되면 그것은 이미 그 뚜렷한 윤곽과 현존과 현실성을 잃어버리것이야. 너무나도 색채가 흐릿해져 버린 세계여서 그걸 버리고떠난다는 것은 더 이상 큰 고통이 아니게 되고 더 이상 아쉬울것이 없어진다네.그래서 나는 죽는다는 게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따지고 보면 누구나 다 죽게 되는 것이니까.결국 그건 길들여야 할 한갓 습관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해.사람은 단 한 번만 죽는 것이긴 하지만.그렇지만 자신의 삶을 가득 채우지 못한 사람에게 죽음이란 끔찍한 거야. 그런 사람에게 종교는 때를 만났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지, "걱정하지 마라. 진짜는 저쪽 세상에서 시작인거야. 넌 거기 가서 보상을 받게 돼."그러나 살아야 할 곳은 바로 여기 이승인 것이다.
지상의 양식 p. 282
변화시켜야 할 것은 이 세계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 새로운 인간이 어디서 솟아날 것인가? 분명 밖에서솟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동지여, 그대 자신 속에서 그를 발견해 내도록 하라. 그리하여 광석에서 찌꺼기가 없는 순수한금속을 추출해 내듯이 그대에게 대망의 새로운 인간을 요구하라. 그 새로운 인간을 그대 자신에게서 얻어내라. 대담하게 그대 자신이 되라. 7 적당히 넘어가지 말라. 저마다의 존재 속에는 놀라운 가능성들이 잠재해 있다. 그대의 힘과 그대의 젊음을 굳게 믿어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다짐할 줄 알아야 한다."오로지 나 자신에 달린 일이다." 라고.
관용과 개방이 혁신적 국가건설을 위한 토대임을 역사적 사례를 들어 증명하고 있어 설득력이 높다. 더더군다나 이 역사적 사실들이 모두 강대국이었던 몽골, 영국 등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타당성까지는 힘들어도 명확한 인과관계를 보여준다. 즉 다원성을 기반으로 한 국가 내부 구성원들의 집약을 통해 강대국이 된 사례들이기 때문에 한 뛰어난 지도자의 힘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느니 등의 냉소주의를 약화시킨다.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읽었지만 마지막 편인 미국에서는 의아한 대목이 있었다. 인종차별을 자행한 남부 백인들 또한 인종차별의 피해자라는 부분이었다. 이 책의 주제가 무엇인지 내내 읽었고, 또한 동감하고 있던 터라 거대한 공감속에서 관용과 개방성의 힘에 대해 느끼고 있었는데 이 구절은 그 힘에 전혀 반대되는 논리였다. 남부 백인들이 인종차별의 피해자라니? 흑인들을 인종차별하면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중요한 자원을 지역성장에 기용하지 못했고, 결국 그 때 당시의 일반적인 소득수준에 비해 한참 못미쳤다는 것은 너무나 힘의 논리에 따른 설명이 아닌가싶다. 다원성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성공한 국가라는, 힘의 논리에 따른 성공을 강조하다보니 결국 경제적 패권에 대한 우호적, 옹호적 설명이 들어갈 수 밖에 없지만 피해자의 인권과 가해자의 가난을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었으며 더불어 책에 대한 몰입도도 깨졌다. 저자는 그 시대의 상황은 그 시대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하지만 가해자가 초래한 상황으로 발생한 결과를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드는 도구로는 적어도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내가 이해하는 관용은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에게 행사하는 것이 아닌, 집단의 지성이 올바르게 작동하여 인류 본연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서로 합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구절이라니. 아쉽다.이 한 부분 때문에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지는 않으나 울림이 작아져버렸다. 숲을 못보고 나무만 보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 나무가 너무 커서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다.
신화가 현실이 되기까지, 국가의 신념으로 발전하기까지강자의 조건 p. 246
이렇듯 이 이야기는 영국인들에게 자신감을 줍니다. 1588년 이후 영국은 위대하고 강력한 해상국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하지만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믿습니다. 백 년 동안 스스로에게 이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줍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야기가 현실이 됩니다.1714년 영국은 매우 뛰어난 해군력을 갖게 됩니다. 1588년이 아닙니다. 해상을 장악하는 데 120년이 걸렸습니다. 스스로에게 계속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계속 사실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세계를 보는 방식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국은 이루어 냈습니다. 구적함대에 대한 승리는 영국이 위대한 해상 국가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문화적 해석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는 신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