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1. p. 207

사실, 이 무렵 그는 우리 도시에서 너무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과장되게 어릿광대 역할을 자청했고 불쑥 나서서 양반들의 기분을 즐겁게 해 주길 좋아했는데, 물론 겉으론 평등한 관계인 양 보였지만 실제로는 양반들앞에서 완전히 쌍놈이나 다름없었다. 이것은 바로 그가 페테르부르크로부터 그의 첫 아내 아젤라이다 이바노브나의 사망 소식을 받았던 때의 일이었는데, 그는 모자에 상장을 단 처지였음에도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고 워낙에 추태를 부려서보통 사람들은 물론이고 도시에서 가장 방탕한 난봉꾼들조차도 그를 보곤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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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p. 17

그뒤 나는 주목을 끌기 위해 다른 방법을 동원했다.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진열대 위의 토마토나 멜론 따위를 슬쩍하기 시 작한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의 눈에 띄도록 일부러 기다렸다. 주인이 나와서 따귀를 한 대 갈기면 나는 아우성을 치며,
울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것을 확인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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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나는 대답했다.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야피, 라우드 알 라야힌 Yafiì, Raoudh al ray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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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p 23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란 심지어 악인들조차도 우리가 대략적으로 단정 짓는 것보다는 훨씬 더 순진하고 순박한 법이다. 이건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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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4
차오위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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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휘몰아치는 비극과 운명의 향연
희곡 형태의 작품을 잘 읽어본적이 없어 처음에는 이 작품을 읽을 때 생소했으나, 금방 빠져들었다.
전체적으로 가족과 가족의 결합에서 벌어지는 과거의 비밀 등이 아이러니하게 얽혀 있고 비극적 결말을 충분히 예상하게 한다. 또한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등장인물들이 모두 입체적이면서 인간의 고뇌를 잘 드러내지만 남성보다 여성들이 좀 더 내면 속 강인함을 보유하고 있는 듯 했다.
루구이나 조우푸위안이나 모두 전근대적인 남성상이다. 둘의 성격은 신분차이만큼이나 다르지만 모두 옛날 남성으로서의 우월감을 당연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점은 특히 조우푸위안이 조우판이에게 명령할 때 두드러진다.
조우판이는 굉장히 신경질적인 인물인데 그도 그럴것이 강압적인 조우푸위안과 부부로 살아가며 느끼는 고통과 답답함을 해소해준 인물이 본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떠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처절해서 불쌍했으며 그녀가 날카롭게 내뱉는 말들 모두 결국 사랑을 원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자의 흐느낌이었다.
루스핑은 모든 등장인물 중 가장 고통스러운 과거를 짊어지며 사는 인물같다. 더더군다나 후반의 진실이 드러났을 때 그 모든것을 감당하는 사람은 그녀였다. 삶이 곧 고통인 인물이다.
등장인물들이 견디기 어려운 사실을 맞닥뜨렸을 때, 도저히 살면서 그것을 운명이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고의 세월도 보내지 못함을 직감할 때, 그들은 아, 하느님! 이라며 탄식을 내뱉는다. 작가의 말에서 그들이 그런 운명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의 섭리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과 같은 대상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를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속에 밀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생이 운명보다는 선택의 선택들이 모여 만든 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나 혼자만의 선택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굴러가지 않음을 잘 안다. 이 작품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루스핑은 루쓰펑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하지 않으려 하지만 루쓰펑은 루스핑의 길을 걸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조우핑은 조우푸위안과 다르게 살아갈 것을 선택하지만 결국 그 선택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들이 얽혀 비극적 운명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선택들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을테지만 인간의 시야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 누가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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