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4
차오위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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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휘몰아치는 비극과 운명의 향연
희곡 형태의 작품을 잘 읽어본적이 없어 처음에는 이 작품을 읽을 때 생소했으나, 금방 빠져들었다.
전체적으로 가족과 가족의 결합에서 벌어지는 과거의 비밀 등이 아이러니하게 얽혀 있고 비극적 결말을 충분히 예상하게 한다. 또한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등장인물들이 모두 입체적이면서 인간의 고뇌를 잘 드러내지만 남성보다 여성들이 좀 더 내면 속 강인함을 보유하고 있는 듯 했다.
루구이나 조우푸위안이나 모두 전근대적인 남성상이다. 둘의 성격은 신분차이만큼이나 다르지만 모두 옛날 남성으로서의 우월감을 당연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점은 특히 조우푸위안이 조우판이에게 명령할 때 두드러진다.
조우판이는 굉장히 신경질적인 인물인데 그도 그럴것이 강압적인 조우푸위안과 부부로 살아가며 느끼는 고통과 답답함을 해소해준 인물이 본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떠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처절해서 불쌍했으며 그녀가 날카롭게 내뱉는 말들 모두 결국 사랑을 원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자의 흐느낌이었다.
루스핑은 모든 등장인물 중 가장 고통스러운 과거를 짊어지며 사는 인물같다. 더더군다나 후반의 진실이 드러났을 때 그 모든것을 감당하는 사람은 그녀였다. 삶이 곧 고통인 인물이다.
등장인물들이 견디기 어려운 사실을 맞닥뜨렸을 때, 도저히 살면서 그것을 운명이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고의 세월도 보내지 못함을 직감할 때, 그들은 아, 하느님! 이라며 탄식을 내뱉는다. 작가의 말에서 그들이 그런 운명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의 섭리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과 같은 대상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를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속에 밀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생이 운명보다는 선택의 선택들이 모여 만든 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나 혼자만의 선택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굴러가지 않음을 잘 안다. 이 작품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루스핑은 루쓰펑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하지 않으려 하지만 루쓰펑은 루스핑의 길을 걸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조우핑은 조우푸위안과 다르게 살아갈 것을 선택하지만 결국 그 선택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들이 얽혀 비극적 운명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선택들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을테지만 인간의 시야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 누가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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