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식
쳐다보기만 했다. "형, 내가 뭘 떠올렸는지 알겠어? 예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다툰 적이 있어.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내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셨지………. 결국 나는 어머니께 이렇게말했어. 어머니는 절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세대에 속해 있으니까요. 어머니는 무섭게 화를 내셨지만,난 ‘어쩔 수 없잖아?‘라고 생각했지. 약은 쓰지만 삼켜야 하잖아. 그런데 이제 우리 차례가 닥친거야. 우리 후계자들도 우리에게, 당신들은 우리 세대가 아닙니다, 약을 삼키세요, 라고말할 수 있어." - P101
"브라보! 브라보! 들어봐라, 아르카지………. 현대의 젊은이들은 바로 저런 식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거란다! 생각해보렴, 그러니 어떻게 그들이 너희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니!예전에는 젊은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무식하다고 소문나는 게 싫어서 싫든 좋든 노력을 했지. 그런데 요즘젊은이들은 그냥 ‘세상의 모든게 다 부질없어!‘라고만 하면돼. 그럼 그걸로 끝이야. 젊은이들은 기뻐하지. 그리고 사실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그저 얼간이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갑자기 니힐리스트가 되어 버렸구나." - P99
시간의 연대기를 모두 지워버리는 공허함주인공은 도박꾼으로 대책없는 삶을 사는 인물이다. 장군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일하지만 그마저도 해고 당한다. 장군의 양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를 경멸하고 혐오하는 태도를 보일 뿐이다.장군은 블량슈라는 여자에게 완전히 빠져 그녀와 결혼을 하려고 하지만 블랑슈는 어마어마한 허영심과 탐욕을 가진 여자여서 장군에게 상속될 재산 없이는 그와 같이 있지 않으려한다.장군이 상속되기 위해서는 상속인인 할머니가 돌아가셔야 한다. 장군과 블랑슈는 장군에게 상속될 막대한 재산을 위해 모스끄바에서 할머니의 부고를 알리는 전보가 도착하기를 오매불망 기다린다.그러다 장군과 블랑슈,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일이 발생한다.병을 앓고 있어 금방 돌아가실줄 알았던 할머니가 정정한 모습으로 그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 나타난 것이다. 비록 안락의자에 앉아있긴 했지만 고집불통에 완고한 모습으로 이러저리 목소리를 높여가며 그들 앞에 등장한다.할머니의 등장에 장군에게 상속될 재산을 기대하며 그에게 기생하던 블랑슈와 드 그리외라는 프랑스인은 장군의 이용가치가 낮아졌음을 알고 그에게 화를 내고 대책을 촉구한다.그러다 할머니는 주인공과 같이 도박을 하러가게 된다. 할머니는 놀랍게도 엄청난 돈을 따며 도박에 푹 빠지게 된다.그렇지만 언제나 계속될 줄 알았던 행운이 점점 불운으로 바뀌고 할머니는 본인이 가진 재산의 일부분을 탕진하면서까지 도박에 많은 돈을 걸지만 모조리 잃어버린다.이미 도박의 생리를 잘 알고 있던 주인공은 그런 할머니를 말리려하지만 할머니는 아무말도 듣지 않고 계속 돈을 걸다 결국 다 잃은 후 병이 나버린다.그러다 주인공은 어떤 육감에 의해, 마치 자신에게 마땅히 다가와야 할 행운이 그를 인도하는 것처럼 도박장에 가서 엄청나게 큰 돈을 딴다.그 돈으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돌아오지만 그녀는 그를 차갑게 대할 뿐이다. 주인공은 더이상 아무의미도 없는 돈을 블량슈에게 거의 자발적으로 줘버리고 다시 도박을 하며 살아간다.전체적인 내용이 도박중독자와 주변인물들의 생활을 다루고 있기에 엄청나게 흥미를 끌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도박에 중독된 사람의 심리상태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재밌기도 했다. 아마 그는 평생 도박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를 경멸하기만 하던 그녀가 사실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도 그의 뇌는 사랑에게 향하지 않는다.추억과 사랑마저 파괴하는 중독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1편에 이어 2편이 있단걸 알게돼서 얼른 구매했다.역시나 불교와 관련된 많은 신화와 역사적 사실들이 재미있게 설명돼있었다. 그 동안 절에 다니면서 궁금했었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부처님 곁을 지키는 이들이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역사의 흐름속에서도 부처님의 큰 뜻이 무사히 전승되어 다행이다.
말 그대로 공포로의 여행배에 승선한 인물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으로 많은 스파이 소설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주인공은 영국의 무기제조 엔지니어다. 터키에서 일을 마치고 귀국하려던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되는데 단순 강도사건인 줄 알았던 그 일이 알고보니 자신을 살해하려는 시도임을 알게된다.주인공 친구의 도움으로 터키 비밀사령관인 하키 대령의 강권에 의해 배를 통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배에 승선한 자들의 인원은 10명 남짓이며 이 중 사흘 이내 표를 예약한 자는 없다는 말에 주인공은 안심하고 승선한다.배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특히 조제트라는 매력적인 헝가리 댄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배가 그리스에 정착한 후 급속도로 바뀐다.주인공을 암살하려던 자가 배에 승선했기 때문이다. 심한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어찌할바 모르던 그는 나름대로 대응을 해보려하지만 헛수고로 돌아간다.이후에는 반전이 이어지고 상황이 종결된다.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스파이소설은 존 르 카레의 것이 전부였는데 이 작가의 스파이세계에서 일반인의 역할은 다소 제한적이며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주로 스파이 간의 대결과 암투, 두뇌싸움 등을 다뤘기에 복잡하면서도 스릴있었다.이 소설은 정반대다. 스파이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주인공은 평범한 엔지니어이기에 계속 공포에 질려 쫓기고 스파이 또한 후반부에서나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그 모습 또한 더러운 인물로 묘사된다.그렇지만 배에 탄 평범한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상황에서 스파이가 내 뒤를 쫓고 있다는것이 현실감 있었기에 이야기에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또한 이런 이야기일수록 배에 탄 사람들의 캐릭터적인 측면이 중요한데 그 또한 잘 풀어냈다고 느꼈다.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프랑스 남자와 그것을 질색하는 그의 부인,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모자, 헝가리댄서와 그의 파트너인 호세 등등 서로 삶을 공유하고 때로는 자극하면서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나간다.특히 마지막 부분이 재밌었다. 뻔하지만 왠지 기대를 걸고싶게 만드는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 주인공도 나도 하마터면 깜빡 속을뻔 했다.주인공에게는 공포로의 여행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재미로의 여행이었던 만큼 시간이 지나 줄거리가 희미해질때쯤 다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