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의 여행 열린책들 세계문학 270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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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공포로의 여행

배에 승선한 인물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으로 많은 스파이 소설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영국의 무기제조 엔지니어다. 터키에서 일을 마치고 귀국하려던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되는데 단순 강도사건인 줄 알았던 그 일이 알고보니 자신을 살해하려는 시도임을 알게된다.

주인공 친구의 도움으로 터키 비밀사령관인 하키 대령의 강권에 의해 배를 통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배에 승선한 자들의 인원은 10명 남짓이며 이 중 사흘 이내 표를 예약한 자는 없다는 말에 주인공은 안심하고 승선한다.

배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특히 조제트라는 매력적인 헝가리 댄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배가 그리스에 정착한 후 급속도로 바뀐다.

주인공을 암살하려던 자가 배에 승선했기 때문이다. 심한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어찌할바 모르던 그는 나름대로 대응을 해보려하지만 헛수고로 돌아간다.

이후에는 반전이 이어지고 상황이 종결된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스파이소설은 존 르 카레의 것이 전부였는데 이 작가의 스파이세계에서 일반인의 역할은 다소 제한적이며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주로 스파이 간의 대결과 암투, 두뇌싸움 등을 다뤘기에 복잡하면서도 스릴있었다.

이 소설은 정반대다. 스파이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주인공은 평범한 엔지니어이기에 계속 공포에 질려 쫓기고 스파이 또한 후반부에서나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그 모습 또한 더러운 인물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배에 탄 평범한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상황에서 스파이가 내 뒤를 쫓고 있다는것이 현실감 있었기에 이야기에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이런 이야기일수록 배에 탄 사람들의 캐릭터적인 측면이 중요한데 그 또한 잘 풀어냈다고 느꼈다.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프랑스 남자와 그것을 질색하는 그의 부인,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모자, 헝가리댄서와 그의 파트너인 호세 등등 서로 삶을 공유하고 때로는 자극하면서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나간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재밌었다. 뻔하지만 왠지 기대를 걸고싶게 만드는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 주인공도 나도 하마터면 깜빡 속을뻔 했다.

주인공에게는 공포로의 여행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재미로의 여행이었던 만큼 시간이 지나 줄거리가 희미해질때쯤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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