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노승대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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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관련된 여러가지 신화와 상징적인 의미를 알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분명히 절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므로 시리즈물로 제작됐으면 좋겠다.

항상 절에 가면 문양이나 무늬를 보고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었는데 이제는 옛사람들이 바랬던 소원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끼면서 절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나오는 생소한 단어들은 직접 찾아가면서 읽었는데 그것 또한 옛 시대에 대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궁금한 것이 많아질수록 옛사람들과 더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불교와 인연이 깊은 동물 및 신물로 포문을 여는데 불교적인 의미와 함께 살아온 그들이 너무 정겹고 귀여워 계속 웃음이 났고 처음부터 완전히 빠져버렸다

방아를 찧는 토끼와 수신으로서 절을 지키는 거북이, 황룡과 청룡의 위엄, 삼신할미와 연꽃 등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설화와 이야기를 통해서 불교가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불교는 포용하는 종교다. 사찰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힘든 것들을 위로받으러 오는 곳이고 또 간절히 원하는 것을 기도하는 곳이기에 민가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했다. 민가에 도교 및 민간신앙이 유행했을 때는 신선과 같은 도교적인 요소를 도입했다. 지금의 삼성각은 칠성신, 산신령 등을 모시는 곳이다. 시대의 탄압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다시 돌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왔다.

부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교를 믿지만 매순간 올라오는 헛된 감정들조차 다스릴 수 없기에 그런 순간이 아직은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사후세계를 믿는 자로서 내 숨이 다하는 날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연습을 하다보면, 나도 옛사람들처럼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세계로 떠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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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고무나무는 여건상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자랄 수 없지만 따뜻한 나라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만 하면 20~30미터를 훌쩍 넘는거목으로 자라지, 나무를 키울 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눈에 보이는 줄기가 아니라 흙 속의 뿌리란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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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가르침의 향연

황제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쓴 일기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높은 지위에도 오만하게 사람들을 내려다보기 보다는 공동체적인 선을 강조하는 것이 특히 인상깊었다. 처음에는 그 때와 같은 고대 사회가 요즘 같은 개인주의 사회와는 다른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저 시대에 따른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도 말하듯이 정의와 이성에 따른 참된 선을 행하는 것이 인간이 마땅히 해야되는 일이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불쾌한 상황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도 이런 것을 겪었을 것이지만 그는 오직 이성만을 따라 그들을 용서하기로 결정했다. 황제로서 사람들의 안위를 책임지는 방법으로 절대적인 통치보다는 공생을 선택했다. 우주라는 만물의 근원에서 인간은 함께 태어난 동족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제는 특히 이성적인 삶의 중요성을 말한다. 신이 우리에게 이성의 일부분을 줌으로써 우주의 이치를 따르도록 설계했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신이 우리에게 불필요하거나 악한 것들을 줄리는 없고, 모든 사람들은 신이 정해놓은 운명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과 그 밖에 모든 일은 신이 관장하는 일이며, 인간은 오직 이성을 등불로 삼아 신이 자신을 위해 닦아놓은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이 때 가치중립적인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이성을 등한시 하면 안된다. 절대적인 선도 악도 아닌 것들을 가치중립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예를 들어 돈과 명성이 있다. 이것들은 이성적인 삶에 필요없는 부분이다. 신이 나에게 주신 것들로 충분한 삶인데 왜 또 불필요한 것들로 이성을 어지럽힌단 말인가?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은 오직 이성뿐인 것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말며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정의와 선의로써 대하는 것이 바로 이성적인 삶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감정적인 얽힘을 판단하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이성적인 삶을 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그러한 일들이 닥치면 이성보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대다 자괴감에 빠진다. 왜 저 사람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생각하며 그 사람이 했던 말의 진위를 뜯어보고, 거기에 감정을 부여하여 내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일이 많았다.

내가 찾은 해답은 황제의 조언처럼 그대로 놔두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건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다. 내 이성은 내가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쓰기 위함이지, 타인의 말들을 품평하고 스스로 괴로움에 빠지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오던 그것에 영향을 받는다면 어느새 내 이성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나가는 태풍에서도 내 한 척의 배만큼은 고요하게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항상 정의롭고 선의로써 대하며 절제하고 나에게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할 줄 알며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이 된 것이다. 이 또한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성적인 삶을 살기위해서는 죽기 전까지 끊임없이 수양을 해야 될 듯 하다. 아마 황제 또한 그와 같이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계속해서 이것의 중요성을 서술하지 않았나 싶다.

불교의 윤회설과 맞닿는 부분이 많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이라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씨가 꽃을 피고 열매를 맺어 다시 땅에 떨어지는 것이 완전한 죽음이 아닌 것처럼, 인간의 삶도 그렇다. 신이 내게 주신 운명을 다하고 죽는다면 나는 다시 어떠한 것의 원인이 되어 형태만 다르게 변화할 뿐 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주는 처음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도록 설계되었고,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인 인간도 당연히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인간은 다 땅으로 돌아가게 마련인데 왜 죽음을 두려워하겠는가?

어떤 것을 보면 그것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는 것이라는 말도 인상 깊다. 물질과 현상의 원인과 재료, 목적을 항상 생각하라는 조언과 연결된 것 같다. 내 자신이 존재하기까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죽었던 것처럼, 인간과 역사는 항상 동일한 것들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세부적인 일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이 존재한 이후 이미 있었던 것이고 인간이 계속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물건이든 상황이든 감정이든 모든 것에 적용된다. 하나의 특정한 것에서 근본적인 것을 찾는다해도 더 이상 특정한 근원이 아닌, 종국에는 그러한 동일성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역사가 발견되는 것이다.

황제는 모든 인간은 죽고 그들이 이룬 모든 것들도 사라진다며 이성이 아닌 헛된 것들을 좇는 것의 위험을 말했지만, 그의 말은 헛된 것이 아닌 철학적 진리를 가득 담은 것이었고 2,000년의 세월을 넘어 나에게까지 당도했다. 이성적인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득 당했으니, 그 가르침을 이어받아 이성적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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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34. 참된 원리들을 진심으로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아주 짧고 평범한 경구만 듣고서도 진리를 깨우쳐서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컨대 "바람이 부니 나뭇잎들이 떨어져서 땅 위에서 뒹구는데, 인간의 세대들이 그와 같도다"라는 경구가 바로 그런 것이다. 너의 자녀들도 나뭇잎들에 지나지 않고, 확고한 신념에 차서 네게 환호를 보내고칭송하는 자들이나, 반대로 너를 욕하고 비난하거나 네가 알지 못하는곳에서 너를 비웃는 자들도 나뭇잎들일 뿐이다. 우리가 죽은 후에 우리의 명성을 후세에 전하는 것도 나뭇잎들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바람이불면 떨어져야 할 나뭇잎들이고, 그런 후에는 다시 봄이 찾아와서, 숲에는 새로운 싹들이 돋고 새로운 잎들이 나기 때문이다. 덧없음은 만물의 공통된 운명이다. 그런데도 너는 마치 영원한 것이라도 있다는 듯이무엇인가를 추구하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고 있다. 머지않아 너도 눈을감게 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너를 매장했던 사람들도 죽어 그들을위해 곡하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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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21. 육신을 속속들이 다 까발려서, 과연 육신이 무엇이고, 이 들었을 때와 병들었을 때와 죽어 시체가 되었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를 적다라하게 살펴보라. 칭송하는 자에게나 칭송받는 자에게나, 기억하는 자에게나 기억되는 자에게나 인생은 한순간일 뿐이다. 게다가 그런 일들은 세상의 한 후미진 구석에서 일어나고, 그 구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사이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며, 한 개인의 내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또한 지구 전체도 단지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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