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르침의 향연
황제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쓴 일기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높은 지위에도 오만하게 사람들을 내려다보기 보다는 공동체적인 선을 강조하는 것이 특히 인상깊었다. 처음에는 그 때와 같은 고대 사회가 요즘 같은 개인주의 사회와는 다른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저 시대에 따른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도 말하듯이 정의와 이성에 따른 참된 선을 행하는 것이 인간이 마땅히 해야되는 일이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불쾌한 상황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도 이런 것을 겪었을 것이지만 그는 오직 이성만을 따라 그들을 용서하기로 결정했다. 황제로서 사람들의 안위를 책임지는 방법으로 절대적인 통치보다는 공생을 선택했다. 우주라는 만물의 근원에서 인간은 함께 태어난 동족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제는 특히 이성적인 삶의 중요성을 말한다. 신이 우리에게 이성의 일부분을 줌으로써 우주의 이치를 따르도록 설계했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신이 우리에게 불필요하거나 악한 것들을 줄리는 없고, 모든 사람들은 신이 정해놓은 운명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과 그 밖에 모든 일은 신이 관장하는 일이며, 인간은 오직 이성을 등불로 삼아 신이 자신을 위해 닦아놓은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이 때 가치중립적인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이성을 등한시 하면 안된다. 절대적인 선도 악도 아닌 것들을 가치중립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예를 들어 돈과 명성이 있다. 이것들은 이성적인 삶에 필요없는 부분이다. 신이 나에게 주신 것들로 충분한 삶인데 왜 또 불필요한 것들로 이성을 어지럽힌단 말인가?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은 오직 이성뿐인 것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말며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정의와 선의로써 대하는 것이 바로 이성적인 삶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감정적인 얽힘을 판단하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이성적인 삶을 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그러한 일들이 닥치면 이성보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대다 자괴감에 빠진다. 왜 저 사람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생각하며 그 사람이 했던 말의 진위를 뜯어보고, 거기에 감정을 부여하여 내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일이 많았다.
내가 찾은 해답은 황제의 조언처럼 그대로 놔두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건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다. 내 이성은 내가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쓰기 위함이지, 타인의 말들을 품평하고 스스로 괴로움에 빠지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오던 그것에 영향을 받는다면 어느새 내 이성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나가는 태풍에서도 내 한 척의 배만큼은 고요하게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항상 정의롭고 선의로써 대하며 절제하고 나에게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할 줄 알며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이 된 것이다. 이 또한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성적인 삶을 살기위해서는 죽기 전까지 끊임없이 수양을 해야 될 듯 하다. 아마 황제 또한 그와 같이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계속해서 이것의 중요성을 서술하지 않았나 싶다.
불교의 윤회설과 맞닿는 부분이 많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이라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씨가 꽃을 피고 열매를 맺어 다시 땅에 떨어지는 것이 완전한 죽음이 아닌 것처럼, 인간의 삶도 그렇다. 신이 내게 주신 운명을 다하고 죽는다면 나는 다시 어떠한 것의 원인이 되어 형태만 다르게 변화할 뿐 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주는 처음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도록 설계되었고,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인 인간도 당연히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인간은 다 땅으로 돌아가게 마련인데 왜 죽음을 두려워하겠는가?
어떤 것을 보면 그것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는 것이라는 말도 인상 깊다. 물질과 현상의 원인과 재료, 목적을 항상 생각하라는 조언과 연결된 것 같다. 내 자신이 존재하기까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죽었던 것처럼, 인간과 역사는 항상 동일한 것들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세부적인 일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이 존재한 이후 이미 있었던 것이고 인간이 계속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물건이든 상황이든 감정이든 모든 것에 적용된다. 하나의 특정한 것에서 근본적인 것을 찾는다해도 더 이상 특정한 근원이 아닌, 종국에는 그러한 동일성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역사가 발견되는 것이다.
황제는 모든 인간은 죽고 그들이 이룬 모든 것들도 사라진다며 이성이 아닌 헛된 것들을 좇는 것의 위험을 말했지만, 그의 말은 헛된 것이 아닌 철학적 진리를 가득 담은 것이었고 2,000년의 세월을 넘어 나에게까지 당도했다. 이성적인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득 당했으니, 그 가르침을 이어받아 이성적으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