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물고기 아이 작은 곰자리 81
시오타니 마미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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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그림책 작가인 시오타니 마미코(しおたにまみこ) 는 제가 팬심을 갖고 응원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모노톤의 섬세한 그림이 특징인데요, 연필이 만들어내는 그라데이션이 참 매력적입니다. 그동안 HB에서 8B까지 각기 다른 진하기의 연필을 사용하며 그림을 그려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은 전작들과 다릅니다. 모노톤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색을 보여주거든요. 연필과 수채화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요.



2024년 12월, 책읽는곰 출판사를 통해 번역 출간된 <우리 반 물고기 아이>입니다. 원서 제목은 <さかなくん>(2022).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니 さかな가 물고기란 뜻이고, くん은 동년배나 손아랫사람 이름 뒤에 붙이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김군, 박박군’처럼 남성을 지칭할 때 쓰는 君(군)이라고 해요. 직역하면 ‘물고기군’인데, 우리말 제목 <우리 반 물고기 아이>가 표지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립니다.



물에서 사는 물고기가 독특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헬멧 안쪽으로는 물이 찰랑찰랑 담겨 있고 맑은 눈의 물고기 아이는 가방과 모자를 오른쪽 가슴지느러미에 쥐고 배지느러미로 계단을 내려갑니다. 신발(고무장화)을 배지느러미에 신었네요. 물 밖에서 생활하는 물고기 아이. 점점 더 이야기가 궁금해지죠?



낮은 담벼락에는 물고기 모양으로 구멍 뚫린 대문이 있고, 별을 관찰하는 관측소처럼 보이는 유리로 둘러싸인 돔 천장의 건물이 속표지에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창문으로 노란 무언가가 보입니다.


첫 장면에서 물고기 아이의 방이 등장하는데, 속표지에서 보였던 작은 동그라미 아래 네모 창문창을 통해 방 안으로 빛이 들어오고, 기포가 뽀글뽀글, 작은 새우들도 둥실둥실 떠 있는 걸 보면 방 안이 물 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창가에 물고기 인형, 잠수부 모형이 놓여 있고, 물고기 모양의 베개, 책장 아래 수납장 문짝에도 물고기가 그려져 있어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초등학생' 물고기 아이의 방입니다.




오늘도 학교에 가는 물고기. 하지만 물고기는 물 밖에선 살 수가 없죠. 그래서 학교에 가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고무 바지와 유리 헬멧을 착용하고 물 밖으로 나오는 지느러미에는 크림을 바릅니다. 마지막으로 고무장화를 신어야 준비 끝! 겨우 학교에 갈 수 있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긴 준비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물고기 아이가 물속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물 밖의 학교를 가기 때문입니다.


보통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날짐승은 하늘이나 나무 위에서 수업을 받고, 해양 생물들은 물속 학교에 다닙니다.(<니모를 찾아서>를 떠올려보세요) 하지만 다음 장면을 보면 물고기 아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육해공 생명체들의 통합학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등굣길 풍경을 보면 참새와 고양이, 도마뱀도 물고기 아이와 함께 학교로 걸어갑니다. 고양이의 아침 인사에 깜짝 놀란 남자아이도 보이고 토끼네집 담벼락 뒤로 토끼의 모습도 슬쩍 보여요.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수중생활하는 물고기가 뭍에서 걸어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무바지는 꽉 끼이고 물이 든 헬멧은 무겁고, 얇은 배지느러미로 걷기엔 불편합니다. 걸을 때마다 고무장화에서 삑삑삑 소리가 나지만 그 소리에 맞춰 걸으며 학교에 도착해요. 물고기 아이는 학교 가는 것을 꽤 좋아하거든요. 모르는 것을 배우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놀고 다 같이 점심 먹는 것도 좋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싫어하는 것이 딱 하나가 있다는데, 과연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물 밖에서 생활하는 물고기 아이의 학교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갔을까요??!!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지는 (스포 방지차원에서 담지 못하는) 뒷부분 이야기도 의미있고 재밌지만 여기서는 이 이야기 설정을 짚어보고 싶어요. 인어공주는 육지로 나오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하고 두 다리를 얻었지만, 이 그림책 속 물고기 아이는 자신의 지느러미를 가진 채 생활하거든요. 고무바지와 고무장화, 유리 헬멧을 착용하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노력하고 애써서 찾은 것이죠.


물고기, 토끼, 고양이, 개, 참새, 도마뱀, 사람아이 등의 동물들이 ‘한 교실에 모여 같이 생활하는 모습으로 설정한 이유도 생각해 보았어요. 모두 같은 교실 안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각각의 생물들은 그들을 둘러싼 똑같은 환경을 각기 다르게 느낄 거예요. 각각의 생물은 체형이나 성질에 따라 다른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 장점과 단점을 갖거든요. 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고기 아이의 힘든 점을 알아봐 준 같은 반 친구 도마뱀과 남자아이는 물고기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죠.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정혜신 <당신이 옳다>중에서)라는 말처럼, 그들은 같은 반 친구 물고기 아이를 지켜보며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것이죠.

서로 다른 우리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때로는 도와주고 격려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물고기 아이를 직접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이 장면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우리 반 물고기 아이>. 시오타니 마미코 작가님의 상상력이 여기저기 녹아 있어서 그림을 찾아보는 재미,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는 재미도 누릴 수 있어요. 시오타니 마미코 작가님이 창조한 컬러풀한 세상에 퐁당 빠져보시기 바라며, <우리 반 물고기 아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책읽는곰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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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계절 - 박혜미 에세이 화집
박혜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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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점 내 도서 카테고리 속 에세이를 선택해 열어보면 다양한 분야의 에세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출간된 국가에 따른 한국에세이, 외국에세이로 나누기도 하고, 다룬 소재에 따라 동물에세이, 명상에세이, 사진, 그림 에세이, 음식에세이, 독서에세이, 예술에세이, 종교에세이, 자연에세이 등 수많은 에세이들이 존재합니다. 


‘에세이가 왜 이렇게 사랑받을까?’ 자문해 보면 읽기 부담되지 않은 가벼움, 그리고 에세이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의 소소한 조각들을 끄집어내어 맞춰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을 다시 마주하고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한달까요.



2025년 1월에 오후의소묘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 <사적인 계절>도 그렇습니다. 박혜미 작가가 바삐 흘러가는 계절 속에 녹아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손끝으로 정교하게 구체화해 계절을 담은 에세이로 탄생시켰습니다.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박혜미 작가는 일상의 풍경을 세밀하게 포착해 그 안에 섬세하게 감정을 녹여내는 특징이 있는데 <사적인 계절> 역시 앞서 출간된 그림책 작품들과도 결이 이어집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의 계절을 드로잉해 모았던 박혜미 작가는 ‘사적’으로 누렸던 계절의 풍경과 생각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같은 계절을 누리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은 제각기 다르잖아요. 그래서 제목 속 '사적'은 중의적인 표현으로도 읽힙니다. 개인을 뜻하는 私 일수도, 생각을 뜻하는 思일수도 있겠다고 말이죠.

박혜미 작가님이 보낸 계절이 무척이나 궁금해 서둘러 버드나무 홀씨가 바람에 흩날리는 띠지를 벗기고 사철제본으로 펼침성이 좋은 <사적인 계절>을 펼쳐들었습니다.



계절을 다룬 많은 책들이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진행된다면, <사적인 계절>은 독특하게 겨울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작가가 남긴 겨울 단상을 마주하면 왜 겨울을 시작에 배치했는지 이해가 되면 겨울이란 계절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겨울은 계절의 끝에, 또 다른 시작의 맨 앞에 있어 하나의 마음으로 보낼 수 없다. (...) 꾹꾹 눌러쓴 글씨는 한낮 햇볕에 닿아 서서히 녹아내리다 찬 바람에 얼어붙으며 흐릿하게 윤곽만 남기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자리엔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다짐이 새로 적힌다. 결국 겨울은 보내는 마음에서 다시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작되고, 나는 그런 겨울의 애쓰는 마음이 좋다.


작가는 사계절의 정형적인 표현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쓰지 않고 자신의 단상을 녹여 수식어를 붙였어요. 그리고 그 계절들이 챕터가 되었답니다. “보내고 기다리는 계절(겨울) ― 재회하는 계절(봄) ― 비밀한 계절(여름) ― 물들고 구르는 계절(가을) ― 쓰이고 그려지는 계절(겨울)”. 겨울로 시작해 다시 겨울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계절의 순환과 반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박혜미 작가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모든 계절이 찰나처럼 지나가고, 잊혀진 풍경들 사이에 내가 서 있고, 쥐고 있던 기억에는 우리가 남았다. 기억은 문장이 되어 쓰였고, 풍경은 페이지가 되어 그려졌다. 그렇게 우리는 책이 되었다. 돌아오는 계절마다 너를 만났고, 혼자여도 둘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책의 다음 페이지에 언젠가의 우리가 계속해서 쓰이고 그려질 것이다. 오늘 만난 계절은 잊지 않고 우리를 다시 찾아올 테니까.


다시 돌아올 계절, 그 속에 계속 쓰이고 덧그려질 모습들... 작가는 ‘사적’이라는 수식어로 자신만의 이야기라 말하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는 나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로 읽히며 공감하게 되고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적인 계절>을 수놓은 그림 위로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한 담장, 버드나무 홀씨가 눈처럼 내리는 그림과 함께 봄을 '재회하는 계절'이라 표현한 챕터에서는 이사를 준비하며 짐을 정리하다 찾은 교환 일기를 통해 소환된 여중 동창생과의 일화도 담겨 있고, 봄의 아름다움 앞에 절망(!)하는 작가의 마음과 자연의 그린 화가가 많았던 이유도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인 난독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랐던 그녀는 이렇게 고백해요.


그저 느리지만 읽을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음과 모음에 맞춰 쓸 수 있는 현재가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그리고, 언제나 글보다 편하게 나를 대신해주는 그림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으니 책 안에 계속 머물러 있는 셈이다. 좋아하는 것과 나란히 서기 위해, 오늘도 문장 앞에 서 있다.

'좋아하는 것과 나란히 서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 박혜미 작가의 여름은 그 어떤 챕터보다 반짝였어요. <빛이 사라지기 전에>를 인상깊게 읽었던 독자라면 더욱 기대하고 펼쳐볼 ‘비밀한 계절’(여름)에서는 여름에 볼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온종일 한 장면만 생각하다 책상 앞에 앉아 종이를 채웠을 박혜미 작가는 이어지는 가을은 '물들이고 구르는 계절'이라 표현합니다.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과 열매들을 보며 이런 글을 썼어요 .


한때 나무의 자랑으로 불리던 것, 자라나고 찬란히 흔들렸던 것, 무겁게 쥐고 있던 것. 나무는 스스로가 붙인 적 없는 결실이라는 말이 버거운 듯 붙잡고 있던 모든 것들을 하나둘 내려놓기 시작했다. 툭, 위에서 아래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낙하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의 결말들이 허공을 가르며 우리의 발밑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짧게 만나 길게 헤어지는' 가을을 뒤로 하면 다시 쓰이고 그려지는 겨울을 마주하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그 안에 머무는 마음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은 <사적인 계절>.

눈으로 보고 코로 마시고 피부로 느끼는 계절은 순식간에 지나가 붙잡을 수 없는 것 같지만 마음에 각인된 찰나의 순간들을 꺼내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 바로 이 책 <사적인 계절>이 아닐까 합니다. 계절의 흐름을 손끝으로 잡아낸 박혜미 작가님의 능력에 경탄하게 되고, 자연 속에 머무는 우리들의 일상 또한 이처럼 아름답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제대로 누려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작은 것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보며 책 속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사적인 계절>. 박혜미 작가님의 온기 가득한 시선을 여러분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오후의소묘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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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와 나 - 나의 작은 딱지 이야기 비룡소의 그림동화 332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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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집이면 한 번은 경험하는 찰과상과 회복의 과정을 그림책에서 다루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가 될 거라고요?? 작가가 무려 그림책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라면 뭐가 달라도 다르겠죠?!



2024년 10월에 비룡소에서 번역 출간된 <페퍼와 나>. 원서가 2024년 1월에 출간되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우리말판이 나왔습니다. 이를 보면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인기를 가늠해볼 수 있어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 특유의 별색(<페퍼와 나>에서는 형광오렌지) 사용은 표지에서부터 드러납니다. 화려한 별색에 시선이 꽂혔다가 전체적으로 무슨 그림인가 찬찬히 살펴보게 되지요.



오렌지색 머리칼을 가진 아이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왼쪽 무릎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요가동작 가운데 하나인 '서서하는 전굴자세' 마냥 아이는 고난도 자세를 선보이는데, 머리카락이 바닥에 쓸리는 것은 개의치 않고 시선은 오로지 무릎에 있는 빨간 것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 무릎 대부분을 차지한 빨간 것에는 눈과 입도 있어요!


부제에서 ‘빨간 것’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페퍼와 나> 제목 아래에 ‘나의 작은 딱지 이야기’라고 적혀 있는데, 상처에서 피, 고름, 진물 따위가 나와 말라붙어 생긴 껍질을 뜻합니다. 표지 속 아이가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은 상처로 생긴 ‘딱지’인 것이죠.



어제 길을 가다 넘어졌어요.

돌멩이에 걸려 땅바닥에 엎어진 거예요!

배에도 얼굴에도 흙이 잔뜩 묻었고,

일어나 보니 무릎에 상처가 나 있었어요.

얼마나 아픈지 나는 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렸지요.

주인공 아이의 과거 회상이자 독백입니다.

길바닥에 헤딩하듯 고꾸라진 아이는 무릎에 커다란 상처가 났습니다. 우리에겐 여전히 귀염둥이 로 보이지만 아이 스스로는 자신을 꽤 자랐다고 생각해 사건을 서술하며 ‘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렸다’라고 표현해요.

탁 트인 길에서 철퍼덕 넘어질 때의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아픔은 무릎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인 ‘피’로 정리됩니다. 다친 다리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빠는 아이의 무릎을 치료하며 따뜻한 말로 아이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아이에게 아빠는 "좀 있으면 예쁜 딱지가 생길 거야"라고 다정하게 말합니다. 아빠의 설명대로 딱지가 생기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 눈에는 예뻐보이지 않았나봐요. 아이는 피가 거무스름하게 굳어 딱지가 붙은 무릎이 큼지막한 햄버거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하는데, 덜 아문 상처 딱지와 딱 닮은 꼴입니다.


흉하게 보이는 딱지가 자꾸만 신경 쓰이는 아이는 엄마에게 딱지가 언제 사라지냐고 묻습니다. 아마도 아이 눈에 자꾸만 보이고 움직일 때도 불편해서 그런거겠지요? 그런데 그림을 보세요. 아이의 심각한 표정과는 반대로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장을 보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일상을 이어갑니다. 아이가 혼자 걷지 못할 정도로 불편한 상처는 아니라는거죠. 아이가 가진 딱지의 경중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글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엄마가 생각할 때는 아이의 딱지가 아이들이 크면서 한 번은 겪는 딱 그 정도의 상처라는 것을요.

물론 엄마가 아이에게 무심하지는 않습니다. 딱지를 신경 쓰는 아이를 위해 연고를 발라주며 딱지는 곧 떨어져 나갈 거라고 아이를 달래요. 하지만 아이는 괴물 같은 딱지에 자꾸만 눈이 가고 신경이 집중됩니다.



자기 무릎에 있는 딱지가 세상에서 가장 보기 흉하다 생각하는 아이는 어디를 가든 함께 있는 딱지에게 ‘페퍼’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페퍼라는 이름을 붙여준 딱지는 아이에게 말을 걸어오는데요, 그렇게 긴 시간을 딱지와 함께하게 된 아이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여전히 '아이의 시선'을 간직한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님이 평범하고 소소한,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은 경험했을 ‘딱지’를 어떻게 책 속에 녹여냈을지, 이야기 끝에 무엇이 남았을지 궁금하시죠? 이야기 진행도, 그 안에 내포된 의미들도 흥미롭지만 작가님의 그림 역시 ‘2024 뉴욕 일러스트레이션 협회 선정 그림책 원화 대상작[SINYC (Society of Illustrators) The Original Art 2024 medal winners- The 2024 Gold Medal]’으로 선정될 만큼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상처와 치유, 성장과 수용을 담은 감동적인 그림책! 여러분도 자신의 유년시절을 스쳐 지나갔던 ‘딱지’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절대 놓치지 마세요!!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비룡소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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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 네 마음
김효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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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그만큼 그 대상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높다는 의미이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자주 관찰했다는 뜻일 겁니다. ‘알고 싶은 마음은 앎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게’ 한다는데, 이 그림책 <알고 싶어 네 마음> 속 강아지 ‘초코’가 딱 그렇습니다.




앞표지 속 <알고 싶어 네 마음>이라는 제목은 정형화 되지 않은 마음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활자가 아니라 손글씨로 표현되었습니다. 마음이란 단어를 나타내듯 자음 ‘ㅇ’은 하트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 있고 표지 우측 하단에 활짝 열린 가방 속에서 연필, 숟가락, 책, 지갑 등이 튀어나와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여러 물건 사이를 여기저기 누비는 강아지가 있는데 <알고 싶어 네 마음>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메인 캐릭터 ‘초코’입니다.


노란 앞면지에는 강아지 초코가 남자아이(진우)가 산책 중입니다. 아이는 산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혼잣말을 해요. “내일 말할까? 말하지 말까 말할까? 에잇, 말하지 말자. 그래도... 음...”이라고요. 궁금증에 페이지를 넘기면 왼쪽 귀퉁이에 결연한 표정으로 “그래, 결심했어! 내일은 꼭 학교에서...”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강아지 초코는 그런 아이를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고요.


이어 등장하는 속표지 속 제목과 가방. 강아지 초코도 아이도 아닌 가방이 나오는데, 이 가방이 <알고 싶어 네 마음> 속 사건과 갈등을 풀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중요한 소품이랍니다.


강아지 초코는 소파에 올라가 창밖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요. 초코가 기다리는 존재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올 진우랍니다. ‘오늘은 진우와 무엇을 하고 놀까?’ 즐거운 고민을 하던 차에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초코는 진우를 향해 신나게 달려가요. 그런데!!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진우가 이상합니다. 우울한 표정으로 해결되지 못한 일에 속을 끓이듯 ‘끙’하는 소리와 함께 소파에 뻗어 버려요. 진우가 이렇게 시무룩한 건 처음이라 강아지 초코는 깜짝 놀라며 진우를 살핍니다. 그리고 자신의 필살기(!)를 펼쳐요.

그림책 세상에서 펼쳐지는 위트 넘치는 설정! 강아지 초코는 진우의 책가방 속으로 들어가 진우가 겪은 일과 진우의 기분을 파악합니다. 명탐정 코난이 작은 단서들로 사건을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처럼 강아지 초코는 가방 속 물건들의 냄새를 통해 진우가 우울해 하는 이유를 추리해 갑니다.




진우의 지갑에서, 좋아하는 그림책(이스터에그랍니다. <미스터 팔롱의 판타스틱 의상실>은 2023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김효정 작가님의 또 다른 그림책)에서, 발표 준비물로 챙겨간 사진에서, 진우의 숟가락과 줄넘기, 필통 속 연필에서 찾은 다채로운 냄새들. 현실 세계에서는 맡을 수 없는 ‘신나신나 냄새, 후들후들 냄새, 두근두근 냄새’로 표현하셨는데, 이런 김효정 작가님의 익살 넘치는 표현은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게 합니다. 노란 앞뒤 면지 색처럼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초코와 진우의 감정 변화를 위한 다채로운 화면 분할과 구아슈 물감 위로 드러난 연필선은 만화적 설정과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뒷면지까지 놓쳐서는 안될 이야기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끝까지 꼼꼼히 읽어주세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사회생활의 시작점이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며 우리는 평생을 살아갑니다. 초코는 보이지 않는 진우의 우울한 마음을 읽으려 애써요. 진우를 향한 걱정에서 시작된 초코의 여정은 결국 진우가 마음을 표현하고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이끕니다.

저는 이 모습이 부모와 아이가 마음을 주고받고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 같았어요. 자기 마음을 이해 받은 경험이 많은 아이일수록 아이와 부모의 감정적 연결은 단단하다고 하거든요. 이 결속이 강할수록 아이는 편안한 사람으로 커간다고 하고요. 그래서 우울해 하는 진우를 다그치기보다 진우의 주변을 살피고 기분을 공감해 주고 같은 편이 되어주는 초코의 행동에서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였어요. 정서적 교감의 과정이랄까요. 특히 이 장면 ‘진우가 좋으면 나도 좋다’는 초코의 말은 아이가 웃으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부모의 마음으로 다가왔답니다.



때로는 진우처럼, 때로는 초코처럼 주위의 존재들과 가벼운 마음이든 무거운 마음이든 함께 나누며 지냈으면 좋겠다는 김효정 작가님의 마음이 담긴 <알고 싶어 네 마음>. 마음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유롭게 마음을 꺼내 놓고 소통하는 것이고 그렇게 마음을 나눌 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따스한 그림책입니다.♡



* 본 서평글은 문학동네 출판사의 그림책서포터즈 뭉끄 3기에 선정되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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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아이 스콜라 창작 그림책 88
사르탁 신하 지음, 김세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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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하면 자연스레 ‘불’이 그려집니다. ‘불같이 화를 내다’라는 관용적 표현도 있고 화가 났을 때 ‘열받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요. ‘화를 내다’의 어원을 찾아보면 ‘火(불 화)를 + 내다’가 나옵니다. ‘무엇에 마음이 상하여 열을 낸다’는 풀이도 있고요. 실제로 화를 내면 우리 몸속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지며 혈압도 상승하죠.

이처럼 화를 낸다는 것은 내 안에 불을 질러 나를 태우는 것과도 같은데요, 시도 때도 없이 불타오르는 아이가 이 책 <불꽃 아이>에 등장합니다.



원제는 <The Boy on Fire> (2024년 6월, Flying Eye Books)로 인도에서 태어난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사르탁 신하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교사로 일하며 어린이들을 가까이에서 직접 만났던 경험들을 그의 작품에 담았는데, 이 작품은 특별히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쌓은 이야기래요.



불꽃 아이의 이름은 ‘틸’입니다. 틸에게서는 언제나 불꽃이 일어요. 이 불꽃은 틸이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는 기질을 의미하겠지요. 화가 많은 것일 수도 있고 표현이 강하거나 불같이 몰입해서 화끈하고 저돌적인 성격일 수도 있어요. 감정의 변화가 불꽃처럼 변화무쌍해서 그만큼 예민하고 까다롭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불꽃이 타오르는 틸은 일상생활 속에서 사소한 충돌을 마주합니다. 틸의 손에 닿기만 해도 모두 화르르 타버리고 친구들은 그런 틸을 피합니다. 보통의 친구들과 다른 모습을 가진 틸은 점점 고립됩니다.

남들과 다른 것도, 혼자가 되는 것도 어린 아이인 틸에게는 고통입니다. 쌓여가는 갈등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틸의 불꽃은 점점 더 커졌고 틸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요.


<불꽃 아이> 속 어린 틸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털어내야 하는지 모릅니다. 일상에서 쌓인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미안함, 서운함, 불편함, 분노…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틸 안에서 소화되지 않고 누적되어 결국 폭발합니다. 하늘을 향해 마구마구 불을 뿜고 소리칩니다.



감정을 분출하는 틸의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였는지, 강렬한 불빛 때문인지 틸을 향해 하늘에서 별 하나가 내려옵니다. 깜깜한 밤 하늘에 환하게 빛나는, 서로 닮은 모습의 별과 틸이 마주합니다. 별이 틸에게 자신처럼 빛난다고 말하는데 그 말에 틸은 이렇게 답해요.


그냥 불타는 거야

틸은 자신이 별처럼 빛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불탄다고 해요. 그동안 쌓인 틸의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며 위축된 틸의 마음이 느껴지지요?

다행히도 별은 그런 틸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놀이’를 통해서요. 별과 틸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건강한 방법으로 '빛을 내는 법'을 별과의 놀이를 통해 알게 돼요. 그렇게 주위를 관찰하고 학습해서 자신을 통제하고 안전하게 자신을 나타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틸을 감싸고 있던 문제 상황들이 조금씩 변화합니다.

활활 불타오르기만 하던 틸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틸이 별과의 시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무엇일까요?

틸은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요??


틸이 가진 불꽃은 타인과의 관계나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부정적인 불이 될 수도, 삶에 에너지원이 되는 긍정적인 불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조절하기 힘든 감정과 기질에 주의를 기울이고 긍정적인 쪽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 역시 자신의 선택이고 노력이겠지요.


나의 불꽃이, 또 우리 아이의 불꽃이 <불꽃 아이> 속 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삶을 빛나게 해주길 바라며... 이 아름다운 그림책 서평을 마무리 합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위즈덤 하우스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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