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말들 -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백승주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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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화는 인정하지만 한국 땅에서 다른 언어는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는 모순이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그의 언어와

떼어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p29

지구 공동체를 말하는 시대가 왔다. 교통의 수단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이동의 자유를 얻었고 내가 사용하는 말이 아닌 다른 언어를 듣고 때로는 습득해야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통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을 외계어라고 말한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진짜 우주어-외계인이 사용하는 외계어를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한 자랑으로 삼는 부분이 있다. 단일문화, 단일언어, 단일문자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럽다. 그러나 엄밀하게 살펴보면 단일언어인 우리나라도 지역별 사투리가 있어서 완전히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것은 아니다.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 영향으로 제주도 방언을 하는게 유행이라고 한다. 예전에 제주도가 고향인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그 친구가 갑자기 전화 통화를 하는걸 옆에서 듣는데 일본어를 하는줄 알았다. 물어보니 제주도 방언이라고 했다. 같은 나라인데, 억양이나 단어가 전혀 다른 언어가 있다는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강원도가 고향이었던 친구는 무척 과묵했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 영화 동막골에 나오는 사투리보다 더한 그의 강원도 억양을 들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친구는 웬만하면 말을 안하는 과묵한 사람으로 살았던 것이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사용했던 언어가 지역 사투리로 정의되며 표준어가 기준이되어 마치 표준어보다 못한 말인것처럼 되었다. 옳고 그르냐의 관점보다 언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말에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표현된다. 그렇게 말은 나를 나타내는 방법이자 수단이다. 그런데 우리는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니 서로를 잘 알고 소통할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그러나 같은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자신이 경험한 것에 영향을 받고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해도 그 단어를 말할때의 발음이 다르다면 이상하게 바라본다.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영어 발음을 중요하게 여기며 신경을 쓰나보다.

어떤 말에는 표면적인 뜻 외에도 그 말의 분위기가 가진 의미가 더 있다. 제주도 방언에 속솜허라는 말이 그렇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발음하기 예쁘다고 한다. 그러나 더 깊은 의미를 침묵하라는 것으로 입을 닫으라는 뜻이다. 제주도에서 일어난 4.3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사되고 수면위로 올려 말하게 된것도 그리 오래지 않다, 그동안은 말하기가 어렵고 꺼렸다는 말이다. 몇십년전의 일인데도 말하기를 조심했다니 얼마나 강압적이며 폭력적이었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우리도 모르게 어떤 목소리에 침묵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살펴봐야 한다. 그 강요된 침묵 속에 숨겨진 것들을 돌아볼때다.

말들은 언제나 미끄러진다고 한다.

말하는 대상에 닿으려 할수록 말들은 그 대상에게

닿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p.257

말이 미끄러진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다. 어느 누군가와 대화를 할때 그때는 그것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는 그것이 말이 미끄러지는 것이었다는 걸 이제 알았다. 말은 대상에게 닿고 연결되고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는데, 말들은 언제나 미끄러진다니 아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여길 수 있을것 같다. 내말만 미끄러지는게 아니라니 말이다.

사람들이 언어로 소통하고 맺어가는 관계 속에서 사용되는 언어에 좀 더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한국어 교실속의 장면, 미디어 속에 비춰진 대통령의 말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속에 숨겨진 의미, 뜻이 새롭게 다가왔다. 언어는 우리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화를 표현한다. 그래서 새로운 언어들이 나타나고 사용되지 않는 언어들은 사라진다. 새로이 사용되는 언어들이 예쁜 의미를 담고 있었으면 좋겠다. 혐오와 차별의 의미보다 서로 아울러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담긴 언어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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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길을 잃다
엘리자베스 톰슨 지음, 김영옥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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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는 우리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파리에서 길을 잃었던 첫날이 우리가 각자의 자아를 찾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첫걸음이었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p458


어렸을때 할머니의 젊었던 시절의 사진을 본적이 있다. 흑백 사진 안에는 양장을 하고 올림머리를 멋지게 한 신 여성이 비스듬이 앉아 있었다. 얼굴을 보니 우리 할머니가 맞는데, 사진 속의 여성은 마치 영화배우 같은 분위기여서 깜짝 놀랐다. 가끔 할머니가 해주시던 옛날이야기는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이 아닌, 마치 지금도 어디선가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1900년대, 근대를 소재로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무척 흥미롭다. 분명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인데, 그들의 젊음과 활기가 우리와 다르지 않기에 시대를 넘나드는 기분이 든다.


<파리에서 길을 잃다>는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좋아해서 미국에서 영국으로 와 가이드를 하는 해나의 영화같은 이야기다. 해나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 해나는 할머니가 주로 양육을 해주셨고 엄마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수준의 접점만 있었다. 게다가 엄마는 알코올 중독 등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전적이 화려하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의 유산 상속으로만 연락하던 엄마가 해나가 있는 런던으로 들이 닥쳤다. 해나에겐 엄마는 문제와 짐이었는데, 해나의 입장에서는 그럴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나를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자유를 찾아 떠났던 엄마와 따뜻한 가족의 느낌이 있긴 힘들었을것 같다. 그런데, 엄마는 갑자기 나타나 파리에 동행하기를 요청한다. 파리에 증조할머니 아이비의 아파트가 있다는 것을 할머니의 다락방 상자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여러 사건들 속에서 만나게된 먼지와 함께 1920년대에 머물러 있는 아파트. 그 안에서 증조할머니의 가장 활기차고 사랑이 넘쳤던 순간을 만나게 된다. 엄마에겐 할머니, 해나에겐 증조할머니인 아이비의 젊은 시절이라니! 모녀 둘 다에게 아이비할머니의 모습은 나이든 노년의 모습일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마주하게 된다. 할머니가 썼던 일기장과 함께 말이다. 이부분에서 그 기분이 얼마나 묘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일지 알 수 있었다. 나에겐 태어날때부터 자랄때까지 할머니는 할머니셨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할머니의 젊은 20대는 조금도 떠올려본적이 없다는 말이다. 마치 할머니는 언제나 할머니였던것처럼 말이다. '아! 할머니도 젊을때가 있으셨구나. 마치 나처럼 이런 나이가 있으셨구나.' 라는 깨달음은 충격이다.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가깝고 특별한 관계는 모녀 관계일것 같다. 엄마와 딸이라는 한쌍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파리에서의 첫날 트렁크를 끌고 파리 골목을 헤매던 것을 떠올리면 그때부터 둘의 관계에서 뭔가가 시작되었던것 같다. 그리고 1920년대 할머니의 일기와 현대 해나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마치 어떤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일을 하고 사랑을 찾아가는 비슷한 나이대의 두 여성이 사실은 증조할머니와 손녀딸이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광란의 20년대'라는 말이 재미있었다. 찾아보니 세계1차대전이 끝나고 평화를 갈망했던 사람들이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던 시대. 재즈, 블루스가 대중 음악이었골, 영화산업이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는 모든것이 활기찼던 시대였다. 미국에서 1920년에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하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1920년대의 파리는 예술의 황금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기였다. 화가 피카소, 소설가 헤밍웨이, 소설가 피츠제럴드, 지금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신인이었던 시절이다. 소설 속에 그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증조할머니 아이비의 1920년대를 따라가며 엄마와 해나의 관계도 달라진다. 서로가 몰라서 오해했던 마음속 비밀들을 밝히고 관계가 개선되며 서로를 받아들인다. 마치 마법처럼 말이다. 그리고 핑크빛 미래를 꾸며 나간다. 길을 잃었던 이들이 파리에서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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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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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 살 수 있는 독약을 파는 비밀스러운 약방이 있다.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냄새가 풍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 속의 미스테리를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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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 큰 이야기 속에 격리돼 있던 작은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
도하타 가이토 지음, 윤지나 옮김 / 니들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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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역병이라고 표현하는 COVID19. 만 2년을 꼬박 넘기며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미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큰 사건을 경험하면서 적응하느라 잊고 있었던 우리 마음에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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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행복론 - 97세 경제학 교수가 물질의 시대에 던지는 질문
리처드 이스털린 지음, 안세민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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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까?

(표지 발췌)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기를 원하는가?'의 질문에 많은 이들이 행복을 이야기 한다. 어느 관광지에 갔다가 소원지를 적어 걸어놓는 곳에서 만났던 많은 내용이 가족, 건강, 행복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가족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는 소망에 담긴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알 것 같아서 더 와닿는다.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소원지에 적으며 그 순간 행복했을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지가 그리 오래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행복을 연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나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어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초등학생들과 이런 대화를 한적이 있다. 아이들의 대답은. 수많은 동그라미였다. 단위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이정도의 돈이 있으면 좋겠다는 대답을 들으며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이들이 경제력을 행복의 조건으로 말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경제력은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삶이 편해진다. 그래서 돈이 얼마가 있으면 행복할 것같다는 말을 하면서 한편으론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보통 사람이 아무리 성실하게 일한다고 해도 만지기 어려운 액수들을 행복의 조건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 부동산, 코인 등에 관심을 갖는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예상에 <세계행복보고서>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GDP 뿐만 아니라 다른 항목들이 행복을 체크 하는데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행복이 경제적 조건 하나에만 제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해 UN <세계행복보고서>가 발간되며 각 국가의 행복지수가 발표된다. GDP(국내총생산),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의 항목에 대해 3년치 자료를 토대로 행복지수를 산출하는데, 발표 될때마다 매스컴에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의 등수를 알린다. 그래서 우리는 왜 이만큼밖에 행복하지 않은지에 좀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찾아보니 2022년 올해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46개국 중에서 59위를 차지했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다방면으로 조사한 결과를 1부 '왜 소득이 행복을 결정하지 않을까?'에서 다루고 있다. 강의 내용이라 마치 학생이 되어 강의실에 앉아서 듣는 것 같기도 하다. 2부에서는 국가와 개인의 행복을 설명하고 있고 3부에서는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까'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질문으로 행복에 관한 질문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로또와 행복의 연관성에 대해 '복권 당첨은 행복을 증진하지 않는다.'고 한다. 브릭먼과 그의 동료 연구자들이 40년전에 연구한 분석 결과로는 그렇다. 3부에서는 행복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대해 말하고 4부에서는 지금까지 다뤘던 행복과 경제의 관계를 행복혁명으로 설명하고 있다.

행복에 대한 관심만큼 행복과 관련된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물질만능주의로 경제적 가치가 상승한 시대에 살면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주제 - 행복과 경제에 대해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으며 생각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노교수님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막연하고 조건적인 행복이 아닌, 구체적인 것들을 생각하고 알게 되었다. 좀 더 시야가 넓어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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