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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1 - 운명을 훔친 여자 ㅣ 아르미안 1
이유진 엮음, 신일숙 원작 / 2B(투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오랜만의 감흥
중학시절 기억의 한켠에는 '아르미안의 네딸들'이란 순정만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시험(당시 고입) 끝나고 졸업여행때 절친 몇 명이 '아르미안의 네딸들'을 빌려서 차에서 돌려본 기억이 난다.
'운명이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언제나 의미를 가진다.'
이 글과 더불어 책 속의 멋진 문구를 읊어대는 친구도 있었고, 함께 재잘거리면서 주인공들의 아름다움에 황홀해하며 행복해했던 기억이 친구들을 그립게 한다. 그 시절 순정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일숙이란 분은 순정만화계에서 엄청난 존재였었고, 황미나, 김혜린, 강경옥 작가님들과 더불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들을 그리신 분이셨다. 순정만화계의 세익스피어? 암튼 나에겐 그런 존재였다. 그 때의 추억이 오래남아 인터넷 상에서 사용하는 ID를 네 딸 중 한명인 샤르휘나의 애칭으로 쓰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나랑 같은 ID가 엄청 많음 ㅋ)
'아르미안' 책은 '아르미안의 네딸들'이란 원작의 만화를 소설로 출간한 것이다. 책을 택배로 받으며 작은 흥분을 느꼈다. 좀 작은 크기의 책이고 300페이지 남짓한 두께여서 단숨에 보고 싶은 의욕을 자극하기도 했다. 사실 내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생생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은 나는데 마지막 부분은 기억에 없다. 아무래도 완결까진 못 본 것 같다.
만화가 원작이기에 주인공들의 만화 속 이미지를 삽입컷으로 사용하지 않았을까는 일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딱 한 컷 목차의 케네스와 레 마누(마누아)의 이미지만 보여주고 있다. 좀 서운한 맘 없진 않지만 도리는 없지. 저자의 약력 소개의 신일숙님의 왕성한 활동을 보고 놀랐다. 주목할 부분은 신일숙님의 리니지를 엔씨소프트에서 게임으로 만들면서 참여 하셨다는 것이다. 게임엔 워낙 관심이 없어서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줄거리
정리하자면 페르시아와 그리스가 강대국으로 자리하고 있을때 아르미안이라는 가상의 약소국을 배경으로 주인공들(네딸)의 운명과 사랑을 그린 얘기라고 할 수 있다.(와.. 정말 간단하게 정리가 된다.ㅋ 그래도 너무 간단했나?)
폐르시아의 속령인 아르미안은 전설과 신화를 믿는, 여왕이 통치하는 나라로 여왕을 레 마누라고 호칭한다. 37대 레 마누에게는 레 마누아, 스와르다, 아스파샤, 레 샤르휘나 이렇게 네 딸이 있었다. 여왕이 되는 사람은 예지력과 특별한 초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네 딸의 운명에 대해 임종 전 유언을 남긴다. 장녀 레 마누아와 막내 레 샤르휘나는 여왕의 운명을 동시에 가지고 태어나서 레 마누아는 막내에게 여왕의 자리를 뺏길까 우려한다. 그 마음을 아는 레 마누는 첫째에게 샤리를 부탁하지만 순리대로 하겠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첫째 레 마누아
냉정하고 호전적이며 정치적인 계략을 위해서는 사랑도 이용할 줄 아는 타고난 전략가이며 차가운 사람. 조국 아르미안의 번영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과연 애국심에서 나온 것인지 삐뚫어진 어린시절 애정관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둘째 스와르다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미모를 가졌으며 아름다움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 리할이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 굳게 믿으며 오로지 리할만 바라보다 슬픈 운명을 맞게 되는 가련한 여인이다.
세째 아스파샤
미모는 네 딸 중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지혜롭고 치유의 능력을 가졌으며, 마음이 착하고 특히 샤리를 너무 사랑하는 자매이다.
네째 레 샤르휘나
여전사 아마조나라 불리기도 하는 자신의 운명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여왕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고 여전사가 꿈이며 신마 류우칼시바가 선택한 주인이다. 그리고 네 딸 중 아버지가 다른 유일한 1인이다. (1편까지는 샤리가 어려서 안나오지만 내 기억으로는 샤리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무지 많았던 것 같다.)
페르사아의 귀족 리할은 5년전 아르미안에서 스쳤던 리마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아르미안에 오게 되었으나, 스와르다와 우연히 마주치며 사랑하게 된다. 그런 후 레 마누아가 여왕으로 즉위 후 신성한 상대가 되면서 환상속의 리마가 마누아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 마누아의 정치적 도구가 되고 만다. 스와르다, 마누아와 리할의 운명의 장난이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여왕이 되면서 레 마누아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샤리를 아르미안에서 추방하고, 불새의 깃털을 찾을 경우만 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샤리가 불새의 깃털을 찾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그와 함께 나머지 자매들의 운명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고
처음보는 책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은 없지만, 내 기억들의 조각을 이어주고 그 시절의 낭만적인 상상들을 떠올리게 해주리란 기대를 하고 보았다. 만화에서 본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없는 것이 아쉬움이었지만 글을 통해서 주인공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내가 흠모한 샤리는 여전히 멋진 주인공이지만 1편에선 별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는다.
주로 큰 딸 레 마누아를 둘러싼 이야기가 전개되어 소제목이 운명을 훔친 여자인 것이다. 마누아를 보면 아버지에 대한 연민때문에 자신과 주변을 왜곡하고 리할에 대한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소녀시절 만화로 볼때는 그저 악역을 한 첫째였고 조금은 불쌍한 사람이란 정도였는데 나이가 들어서 보니 재미있는 시각의 변화를 알 수 있다. 리할은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나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인물이라는 것이 변함없고, 정령으로 나오는 미카엘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세 딸의 아버지와 샤리의 아버지는 살짝 궁금해지게 운만 띄우고 지나간다. 만화책에서는 디테일한 내용보다는 그림에 더 매료되었는데 소설책으로 보니 스토리에 집중하게 되는 잇점이 있다.
사막으로 추방당한 샤리의 운명
리할과 큰 언니로 부터 배신을 당한 스와르다의 운명
그리고 세째 딸 아스파샤를 기다리는 운명
그들 앞에 다가오는 인간으론 비켜가기 어려운 운명을 맞이하는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