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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간을 걷다 - 한 권으로 떠나는 인문예술여행
최경철 지음 / 웨일북 / 2016년 10월
평점 :
나에게 유럽이란 곳은 동경의 장소였다. 대학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 떠나는 친구가 간혹 있긴 했지만 대중적이진 않았고, 사회의 인식이나 경제적인 여건 등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시절을 지나왔다. 그러다 결혼을 했고, 남편 출장때 유럽으로 가게 되었을때 무작정 따라 나섰다. 출장가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유명한 장소를 찾아다녀야 했다. 많이 준비하지 못하고 간 것이 아쉬웠지만, 사진이나 방송에서만 보던 역사적인 장소에 서 있다는 것 만으로 충분히 흥분되고 멋진 여행일 수 있었다. 적어도 첫번째 여행에서는.
그러고 15년 뒤 두 아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유럽으로 떠났다. 루브르에서 해설사의 설명도 들을 수 있었고, 간간히 건축물에 대한 역사 이야기도 들었지만 첫번째 여행의 감흥과는 달리 아쉬움이 컸다. 왜 였을까? 같은 장소를 또 다시 가야 하나? 두번째 여행을 다녀온 후 느낀 헛헛함은 아직도 선연하다. 여행을 다녀온 후 돌이켜보면 첫번째 여행은 첫 경험이었기에 미숙해도 용서가 되었지만, 두번째 여행은 두번째였던 만큼 여행하는 곳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고 공부했어야만 했던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 땅의 문화유산 조차도 제대로 감상하려면 그 곳의 사연을 알아야할진데, 하물며 남의 땅의 문화유산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랴. 평소 역사나 세계사나 암기과목이라 분류된 학문은 죄다 싫어 했던 내가 남의 나라의 재미없는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여행을 다녀온 뒤 부터 였다. 하지만 유럽의 역사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손 치더라도 본격적인 역사서는 아직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유럽의 시간을 걷다> 는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만이 가진 장점이 있으니 픽션과 논핀션의 앙상블이라고나 할까. 이런 형식의 책은 흔치 않아 흥미로웠고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을까?
로마제국부터 시작해서 동로마, 서로마로 양분된 후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입으로 서로마가 멸망한 5세기 이후 부터 동로마가 멸망한 15세기 까지를 중세 초기와 성기로 분류하고, 15세기 이후 르네상스가 시작되기 전까지를 중세 후기로 분류한다. 그 당시 교회는 신앙의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기에 통치세력은 교회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관계였다. 통치세력이 변하더라도 교회와 수도원은 변하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교회의 건축양식에서 그 시대의 예술사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로마네스크'는 로마풍이라는 의미로 그리스 로마 건축양식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둥이나 페디먼트에서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성당의 구조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물론 로마네스크 양식이 나타나는 시대라 하더라도 시대와 장소에 따라 주변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비잔틴 양식의 영향으로 돔의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나타난 '고딕양식'은 뾰족한 아치, 첨탑, 플라링 버트리스,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시테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밀라노 대성당이 대표적인 건축물이며 고딕양식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치세력과 종교의 결탁, 타락 등으로 점철된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가 꽃피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화약의 등장으로 무기가 있는 영주에 의해 작은 규모의 영주들은 몰락하고, 권력이 커지고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흑사병이 발병하면서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부도덕적인 성직자의 모습은 신앙으로부터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르네상스에는 고전주의의 부활이 이루어진다. 그 외에도 형식에서 벗어나는 매너리즘 등이 나타나며 예술을 이끌어가는 사람에게로 관심이 옮겨가게 되는 시대였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이 후에는 딱히 한가지를 대표양식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다양한 양식들이 곳곳에서 꽃을 피웠다.
수사, 수도원장, 고고학자, 주교, 상인, 교수 6명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새로운 양식의 시대를 각각 대표하는 소설 속 주인공이다. 소설이라는 이야기 속에서 그 시대의 양식이 등장하고, 다음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야기와 설명이 짧은 병렬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할 틈없이 소설과 설명을 오가게 된다. 이런 독특한 형식이 이 책의 큰 장점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실물사진을 통해 건축양식을 설명하는 부분도 나같은 건축관련 문외한에게는 무척이나 유용했다. 이 책은 유럽여행 전 읽고 간다면 눈으로 보는 역사속의 장소가 마음으로 느껴지고, 이해되는 즐거움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