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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삶
최준영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10월
평점 :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작가라고 부른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사고를 쏟아내는 작업일 수도 있고, 번뜩이는 생각으로 새로운 이야깃꺼리를 창조하는 일일 수도 있고, 때로는 삶의 조각을 맞추어가는 기록일 수도 있다.그런 글을 쓰며 강의 하는 최준영 작가가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 같은 책을 출간했다. SNS에 300여일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아 배우다, 살다, 쓰다, 느끼다 라는 구성으로 책을 엮었다.
"저는 명사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동사의 삶에 가깝고요. 학위도, 소속대학도 없이 그저 떠돌아다니면서 강의하고 있으니까요." (프롤로그 중)
배우다
저자가 읽은 많은 책들과 인용구들이 소개된다. 나에겐 대부분이 낯설고 처음보는 책 제목이라 금광을 발견한 느낌이다. 앞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싶어 분야별로 분류를 해볼까 한다. 평소 실용서를 즐겨 읽던 나는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서 소설을 읽는 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 설득되기도 한다. 허구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재미있을 수는 있지만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픽션을 읽는 사람이 논픽션을 읽는 사람보다 사회성이 뛰어나다는 실험결과가 있었다. 현실에서 경험한 것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읽는 동안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진 세계는 한 사람에게 다양한 모양으로 영향을 미친다. 편식이 건강에 해롭듯이 편독도 주의해야겠다.
쓰다
작가가 프롤로그에 강조했던 것 처럼 몇 년전 막연히 읽고 끝내는 독서에서 더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읽고 끝내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잊혀진다. 남는 것이 없는 허무한 작업이 되기 쉽상이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그 중 한가지 이상의 '무엇'을 얻고 싶은 마음으로 요약을 하거나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좀 더 열심히 읽게 되고, 중요한 구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좀 더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읽기와 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수 있을까'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화려한 어휘력을 뽐내거나 어려운 글을 쓰는, 해박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글이 아니라, 단순하면서 명쾌하고, 억지스럽지 않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글이 그리 좋아 보였다. 작가도 좋은 글은 자연스러운 글이라며, '자기 글 교정하는 법'에서 자연스러운 글쓰는 방법으로 오감을 동원해서 자신이 쓴 글을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작가는 글 속에서 자신을 표현한다. 때로는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문제, 신변잡기적인 일상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고, 그것이 어떠한 방향이든 자신의 신념대로 표현한다. 책의 제목 '동사의 삶'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화하는 삶을 표현한 것이다. 무엇으로 명명되기 보다는 변화되는 그 자체를 추구하며 안주하지 않는 것. 그것이 최준영작가가 지향하는 삶인 것이다. '동사'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늘 숨가쁘게 달려갈 수는 없겠지만, 어떤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작더라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는 삶. 내가 꿈꾸는 것과 닮아 반갑다.